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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대가 낳은 영화 새 물결…'여성' '20대'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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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연대가 낳은 영화 새 물결…'여성' '20대' '팬덤'

    • 2018-12-31 05:00

    [2018 문화연예 결산 ① 영화계]

    지난달 24일 서울 양천구 메가박스 목동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관객들이 프레디 머큐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을 달고 영화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018년 영화계가 새로운 물결을 맞이했다. 올 한 해는 성평등한 한국 사회를 바라는 열망에 따라 영화계에서도 여성 영화들이 약진했다. 젊어지고 집단을 이룬 관객층은 기존과는 다른 문법을 지닌 새로운 영화들에 열광하면서 흥행 공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 '쓰백러' '허스토리언'…연대가 낳은 여성영화 약진

     

    지난해와 똑같이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4편뿐이었다. 하지만 여성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까지 포함하면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과는 관객들의 연대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포인트다.

    아동 학대 현실을 다룬 영화 '미쓰백'은 우려와 달리 손익분기점 70만명을 넘어서면서 규모 작은 여성 영화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미쓰백'은 이지원 감독과 배우 한지민 등 여성 영화인들이 참여해 완성한 여성 영화다. 이런 점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다수의 여성 관객들은 '쓰백러'를 자처해 SNS에서 영화를 홍보했고, 이것이 관객수 증가로 이어져 '미쓰백'에 힘을 보탰다. 배우 한지민은 학대 당하는 이웃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백상아 역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해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 등도 저예산으로 제작된 여성 영화들이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남겼다.

    150만 관객을 모은 '리틀 포레스트'는 국내에도 일상을 소재로 한 청춘 여성의 성장담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허스토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 재판을 진정성 있게 다뤄 팬덤 '허스토리언'을 탄생시켰다.

    '쓰백러'와 유사한 '허스토리언'은 정식 상영이 끝난 후에도 단체 관람 등으로 열기를 이어나갔다.

    중급 규모 상업 영화에서는 '마녀' '국가 부도의 날' 등이 여성 캐릭터에 대한 편견을 깼다.

    '신세계' '대호' '브이아이피' 등 주로 남성들 세계를 그려 온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통해 여성 원톱 액션물에 도전했다. 그 결과 '마녀'는 3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해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인 배우 김다미는 빠른 속도를 내세운 초인간적인 액션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면서 여성 배우도 충분히 액션물 흥행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국가 부도의 날'에서는 배우 김혜수가 국가 부도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었다. 김혜수는 보통 남성 배우들이 도맡는 정의롭고 이성적인 리더상을 밀도 높은 연기로 소화해내면서 한정된 여성 캐릭터의 외연을 넓혔다. '국가 부도의 날' 역시 380만명 가까이 관객을 모으면서 여성 리더를 주축으로 한 영화가 향후 제작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

    ◇ 젊어진 관객과 팬덤이 이끈 흥행…한숨 돌린 영화계 새 고민거리

     

    올해 영화계는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는 데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입소문에 예민한 이들은 영화에도 '팬덤' 문화를 이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층이 새로운 영상매체로 발길을 돌리는 탓에 극장을 찾는 관객 연령대가 높아지는 추세를 걱정해 온 영화계로서는 희소식이다.

    다만 연말 이례적인 외화 강세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들 젊은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작품을 어떻게 내놓을 것인가는 영화계의 또다른 숙제로 남겨졌다.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보여주는 이례적인 흥행은 젊은 관객층의 팬덤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영화는 지난 29일 누적관객수 900만명을 넘기며 개봉 두 달째 장기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기존 공식을 깨고 음악영화로는 첫 '천만영화'에 등극할지도 관심사다.

    이 영화는 2030대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극장에서 '떼창' 풍경을 자아낸 싱어롱 버전 등에 힘입어 높은 재관람률로 개봉 중반 이후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보통 음악영화는 40, 50대 관람률이 높다. 이와 달리 '보헤미안 랩소디'는 젊은 팬덤을 만들어내는 힘으로 재관람 열풍을 불렀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광경 등을 담은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역시 팬덤을 등에 업고 재관람률을 끌어올리며 아이돌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20대 관객들의 영향력 강화는 극장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3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 '마녀' '독전' 등은 20대 관객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됐다.

    올해 한국산 코미디 영화의 부활을 알린 '그것만이 내 세상' '탐정: 리턴즈' '완벽한 타인' 등의 흥행을 견인한 관객층 역시 1020세대였다.

    올 연말 '아쿠아맨' 등을 위시한 이례적인 외화 강세 역시 입소문에 예민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관객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을 통한 이들 젊은층의 초반 입소문이 영화 흥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젊은 관객은 살아 있는 문화로서 영화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그간 우려와 달리 올 한 해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한 영화계로서는 핵심 관객층으로 성장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소재·장르 고민을 내년 한 해 동안 풀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 한 해 젊은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영화들에 대한 분석은 그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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