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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약왕' 키운 야욕의 시대 '맨얼굴'



문화 일반

    진짜 '마약왕' 키운 야욕의 시대 '맨얼굴'

    영화 '마약왕' 모티브 된 이황순 사건
    당시 언론보도로 엿보는 개인과 시대
    유신독재와 궤를 함께한 인물 일대기
    "불안정 사회…노골적 비도덕과 욕망"

    영화 '마약왕'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1970년대 희대의 마약 유통 사건을 다룬 '마약왕'. 이 영화 말미에는 부산에 있는 한 저택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신이 등장한다. 아시아 마약 카르텔을 장악하고 당대 유신 독재정권에 줄을 대 승승장구하던 이두삼(송강호)이 대통령 박정희 사후 함께 몰락하는 여정의 클라이맥스다.

    이 영화 속 총격전은 당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치밀하게 고증하고 상상력을 더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지난 1980년 3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부산 히로뽕밀매단 무장대치 3시간'이라는 기사는 그 상황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해당 기사는 '대규모 히로뽕 밀조 밀매단 두목 이황순(45·부산시 00 00000)이 19일 오후 4시경 그의 집을 급습한 히로뽕단속수사반에 엽총을 쏘면서 맹견까지 풀어 3시간이나 반항하다 일당 3명과 함께 붙잡혔다"고 전한다. 이 기사는 이황순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이(황순)는 지난 72년 12월 13일 금괴를 밀수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기소되어 서울고법에서 징역 4년, 벌금 1천4백만원을 선고받고 마산교도소에서 복역, 73년 11월 13일 폐결핵으로 형집행정지처분을 받아 11월 20일 풀려나왔고 78년에는 부산지법 마산지원에서 히로뽕밀조죄로 4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1년간 복역하다 작년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다시 히로뽕밀조단을 조직, 일본과 부산·서울·대구·마산 등 국내 유흥가에 히로뽕을 밀매해 왔다는 것.'

    지난 1980년 3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경찰과 대치중인 히로뽕밀매단 두목 이(황순)의 대문앞'이라는 제목의 사진기사(사진=동아일보 제공)

     

    앞서 지난달 19일 열린 '마약왕'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당대 일본에서는 마약을 제조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했기에 한국에서 (마약을) 제조해 일본에 내보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에서 (영화 '마약왕'은) 출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위에서 소개한 기사는 실제 총격전이 벌어질 당시 살벌했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무장을 하지 않은 채 이(황순)의 집을 덮치려다 실패한 검찰수사반원들은 이날 오후 4시 반 무장경찰 60여명을 긴급 동원, 앞뒤 출입문과 담밑에 배치·대치하면서 메거폰으로 자수를 권유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도 이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 결과 범인 이황순의 집은 범행이 발각될 경우에 대비, 외부인의 침투를 막기 위한 고성능 음파탐지 시설과 감시용 비디오 카메라 등 초현대식 장비를 갖추고 있었으며 엽총 등 무기를 갖고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황순은 영화 '마약왕' 주인공 이두삼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이다. 동아일보 해당 기사와 함께 실린, '경찰과 대치중인 히로뽕밀매단 두목 이(황순)의 대문앞'이라는 제목의 사진기사 속 광경은 '마약왕'에서 오롯이 재현되기도 했다.

    영화 '마약왕'에 담긴 이두삼의 흥망성쇠는 박정희 유신시대(1972년부터 1980년까지 유신헌법 지배를 받던 시대)와 정확히 겹친다. 극중 이두삼의 일대기는 현실의 이황순이 엄혹한 시대를 기회 삼아 승승장구해 온 일그러진 궤적을 엿볼 수 있도록 돕는 대목이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프랑스·1858~1917)은 고전 '자살론'(청아출판사)에서 '사회가 도덕적으로 혼란하다면 사회의 불안정한 상태 때문에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비도덕적 행동의 욕망을 자극하게 되고, 그런 행동의 비도덕적인 면을 희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한다.

    종신집권이라는 야욕을 위해 국민들을 광범위하게 통제했던 유신정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부도덕하던 그 시대가 어떻게 '마약왕'이라는 괴물을 낳고 기를 수 있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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