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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는 감독 강형철에게 자존심 문제였다



영화

    '스윙키즈'는 감독 강형철에게 자존심 문제였다

    [인터뷰] "반전영화…디즈니처럼 갈 수 없었다"
    "주인공들, '스윙키즈'라는 역사에 남을 승리자"
    "여태 이념 갈등…격에 맞는 패러다임 찾을 때"

    영화 '스윙키즈'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이념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사회 기반 시스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인간 위에서 군림하게 되고, 더욱이 이념의 오류를 활용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기에 전쟁도 일어났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는…, 냉전시대가 끝난지 언제인데 남북 갈등도 모자라 남남 갈등까지 겪고 있잖아요."

    강형철 감독은 "여태 이념을 갖고 싸우는 우리 모습에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우리도 빨리 격에 맞는 패러다임을 찾아서 살아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 19일 개봉한 연출작 '스윙키즈' 역시 이러한 인식을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강 감독은 '스윙키즈'를 두고 반전영화라고 했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비극으로 매듭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모두가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디즈니식으로 갈 생각은 절대 안 했어요. 실제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 가장 아픈 부분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그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으니까요. 이 점에서 '스윙키즈' 결말은 예정돼 있었죠. 감독으로서도 개인적으로도 괴로웠어요."

    그는 "'스윙키즈' 상영시간 2시간 13분을 하나의 역사로 봤을 때 누군가 '이 역사 안에서 그들(영화 속 주인공들)은 과연 패배자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겠다"고 역설했다.

    "그 잔인한 시대에도 꿈을 쫓고 춤으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낸 그들은 역사 안에서 가장 길게 남을 승리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를 위해 에필로그 회상신과 엔딩 크레딧을 장치로 활용했어요. 엔딩 크레딧까지 모두 봐야만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봤다고 느끼도록 만든 거죠."

    극중 거제포로수용소라는 공간은 한국전쟁 축소판, 지금 한국 사회 축소판과 같은 다양한 함의를 지녔다. 이에 강 감독은 "세계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어는 물론 성별·인종·이념까지 전혀 다른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거제도라는 시골 섬에 모이게 된 일은 대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한 혼돈의 공간과 시간이 당대 세계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얼마나 나아졌나?'라는 물음도 동시에 던질 수밖에 없었죠. 극중 양판래(박혜수)와 미군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이 평상에 앉아서 '전쟁통에 여자가 힘들다' '아니다, 흑인이 힘들다'며 불행 배틀을 벌입니다. 양판래는 성차별을, 잭슨은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거죠. 지금 과연 그것이 유물로 끝났느냐고 볼 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잖아요."

    영화 속에서 남성 무리에게 맞은 양판래의 흥미로운 대응도 강 감독의 이러한 바람이 투영된 장면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여성 캐릭터가 일반적으로 보여 온 법칙이 싫었다"며 말을 이었다.

    "그 정도 반응은 보일 수 있는 단단한 캐릭터죠. 판래는 무엇이든 자기가 쟁취하는 캐릭터예요. 현재에 살았다면 학교도 다니고 재능을 잘 살려서 가수나 배우의 길을 갔을 수도 있겠죠. 당시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고, 쟁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삶의 방식을 체득했을 뿐이니까요."

    ◇ "엔딩크레딧까지 봐야 끝나는 영화…여운 즐겼으면"

    영화 '스윙키즈' 스틸컷(사진=NEW 제공)

     

    '스윙키즈'는 강 감독의 전작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다. 그 역시 "'써니'는 지극히 개인에 포커스를 맞췄다. 시대는 단지 배경이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태생적으로 전쟁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스윙키즈'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뺄 수가 없었죠. 역사를 현재의 거울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랬을 때 당시 아픔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롭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죠. 그러한 이야기를 동시에 해줄 수 있는 시대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강 감독은 "이 영화에서 악당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스미는 '이념'으로 가고 싶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념을 악용하는 자들을 그리고 싶었죠. 특정한 악당이 캐릭터로서 정해져 있는 방법은 너무 쉽고 이 영화에는 맞지 않았으니까요. 이념을 이용하려는 자들은 극소수로 정해져 있어요. 극중 탭댄스팀을 만들지만 실상은 인종차별주의자인 수용소장 등이 그러한 캐릭터죠. '전쟁이 너무 고맙다'는 극중 한 인물의 대사는 이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윙키즈'는 강 감독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는 "화가에게 화풍이 있듯이 작가나 감독에게는 작풍이 있다"며 "내 경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든 일단 재밌고 유쾌하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관객들이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겨울은 역설적으로 더 따뜻한 계절인 것 같아요. '스윙키즈'가 겨울에 개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뤄졌죠. '스윙키즈'는 끝나면 후다닥 극장을 나가는 영화가 아니기를 바랐어요. 좋은 영화를 보면 여운이 남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앉아 있잖아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영화관을 나와서도 그 잔영을 갖고 함께 본 사람들과 해석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반드시 이 영화의 끝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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