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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못미, 산산조각난 청춘들의 첫 우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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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지못미, 산산조각난 청춘들의 첫 우정여행

    [구성수 칼럼]

    사고가 난 펜션에서 건축허가 당시 가스보일러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쁜 추억 만들자 친구들"

    18일 강릉 펜션 사고로 숨진 서울 대성고 3학년 김OO 군이 생전에 인스타그램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다.

    김 군은 이 글 앞에는 강릉행 KTX 열차 안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우정여행', '#강릉'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동고동락한 절친 10명으로 수능이 끝난 뒤 평소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대로 함께 우정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이쁜 추억'을 만들려던 이들의 바람은 강릉으로 떠난 지 하루 만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들은 다음날 오후 모두 펜션 방에서 일산화탄소(CO) 중독으로 숨지거나 의식불명인 채 발견됐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3명, 나머지 7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의 혈액에서는 치사량을 훨씬 넘는 농도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일산화탄소는 연료가 불연소할 때 나오는 가스로 무색무취하지만 흡입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돼 의식을 잃거나 결국 사망하게 돼 '침묵의 사망자'로 불린다.

    사고원인은 이들이 묵은 방 옆 LPG(액화석유가스) 보일러실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장 감식결과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연통)의 연결부위가 어긋나 틈새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틈새로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배기가스 일부가 유출됐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틈새는 설치할 때부터 있었을 수도 있고 설치 후 충격에 의해 벌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이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 숙박시설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된 것은 충격적이다.

    수능을 마치고 절친끼리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려던 청춘들이 그로인해 희생됐다는 것은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렇게 기본적인 안전도 갖추지 못한 펜션이 버젓이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전국 펜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사후약방문,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펜션에 일산화탄소 감지 경보기조차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산화탄소가 새 나왔다고 해도 경보기가 설치돼 있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일산화탄소를 치명적인 유독가스로 보고 2010년부터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야영시설에 설치하도록 관련 법규를 만들었지만, 펜션과 주택은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가 다중숙박시설의 안전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고민해 봤는지 의문이다.

    대형 사고나 참사의 원인을 밝혀보면 사람의 잘못에 의한 인재인 경우가 많다.

    이번 펜션사고 역시 인재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우리 사회에는 최근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펜션사고는 참으로 가슴 아프다.

    수능을 마치고 대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청춘들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펜션에서 보일러와 배기통이 어긋나 일산화탄소가 새 나오는 것과 같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고로 희생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차적으로는 펜션업자의 잘못이 크지만 기성세대 전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게 안전에 둔감한 문화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내왔기 때문이다.

    '이쁜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희생된 청춘들에게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를 외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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