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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눈길에 발자국으로 안내" 철도공동조사 뒷이야기



통일/북한

    "北, 눈길에 발자국으로 안내" 철도공동조사 뒷이야기

    "北 철도 양호하지만…현대화 없이 효율성 안 돼"
    중국행 열차는 원활한데 러시아행 열차는 운행 중단 상태
    폭설 속 공동조사에 "北, 눈길에 발자국 내주는 등 배려"
    철도에 쌓인 눈 군인들이 치우고, 터널에는 조명 없어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1사단 장병들이 남북 철도공동조사에 나섰던 우리측 열차의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30일부터 18일 동안 이어진 경의선·동해선 철도 공동조사가 모두 마무리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이 함께 압록강 철교와 두만강 철교에 섰을 때"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한반도의 철도가 대륙으로 향하는 꿈을 나누고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서울역에서 열차 타고 모스크바 갈 수 있나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전반적인 철도 상태가 양호한 상태라고 말하면서도, 여러가지 노후화가 심각한 부분이 존재하고, 굴곡지거나 경사진 곳이 많아 높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 열차 속도는 경의선의 개성이나 사리원 인근에서는 시속 20~30km에 그친 반면, 중국행 국제열차가 운행 중인 평양-신의주 구간은 시속 5~60km까지 속도가 나오는 등 양호한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KTX가 시속 300km로 다니고, 일반 열차도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철도 현대화 없이는 물류 이동이나 여객 수송 등의 경제적 효율성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철도 관리 상태나 안전문제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이 정도의 속도로 운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며 "곡선이나 교량, 터널 등 안전문제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저속 운행을 했는데, 실제로 정기 운행이 이뤄질 때도 이 부분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공동조사에 나섰던 우리측 열차가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북은 지난 30일부터 18일간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약 400km)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약800km)을 공동으로 조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철도 현대화 수준은 아직 '미정'

    이 당국자는 북한은 현재 지금 철도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의 현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현대화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 개념 규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남북간의 협의가 더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북한 철도의 수준을 파악하고 추가적인 정밀 조사를 거친 뒤, 북측의 희망 수준과 우리 측의 물동량 등의 경제적 필요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다.

    ◇경의선과 동해선 각각의 특징

    통일부 당국자는 "경의선은 평양-신의주에서 중국의 선양-베이징까지 이어지는 역외 중심 수요와 중국횡단철도(TCR)을 활용한 물동량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동해선은 북한의 동해안을 따라 청진, 함흥 등 도시와 나진·선봉 등 공업지대를 주로 거치기에 풍부한 광물자원 운송이 많은 특징을 가지며 러시아와의 에너지 관련 무역을 위한 화물 운반이 중심이라고 한다.

    다만, 현재 여객 수송을 위해 러시아로 다니는 국제 열차는 지난해 10월부터 운행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폭설·깜깜한 터널…현지 조사 뒷이야기

    우리측 조사단이 동해선 조사를 위해 함경북도 지역으로 진입하자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영하 16도에 5~60cm의 눈이 내렸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제로 조사를 진행할 때, 무릎까지 눈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측의 배려로 실제 조사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사전에 북측이 다리나 철도 등을 깨끗이 청소해 조사할 수 있는 상태를 마련해 놨을 뿐만 아니라, 실제 조사 중에도 북측 인원이 먼저 눈길에 발자국을 내서 저희가 쉽게 따라간 경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철도에 쌓여있던 눈은 북한 군인들이 일일이 다 치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북측은 구간마다 철도를 관리하는 소대가 있다"며 "눈이 오게 되면 각 구역을 직접 치운다"고 전했다.

    이날 이 당국자는 북측의 가장 긴 터널인 광주령차굴 내부를 걸어서 조사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4531미터나 되는 거리를 한시간 반가량 걷는데, 실제 조사뿐 아니라 여러 개인적인 이야기나 남북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고 소개했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사용된 남측 열차 6량이 18일 도라산역으로 귀환했다. 남측 열차는 지난달 30일 서울역을 출발해 지난 5일까지 경의선 북측 구간(개성~신의주) 400km를 운행했다. 우리 측 조사단 28명이 탑승해 숙식하며 북측 철로 상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이 피자령 터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우리측 조사단이 이번에 살펴본 북한 터널 내부에는 조명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이색적인 부분이었다.

    이외에도 정부는 '남북철도용어 비교사전'을 발간해 북측에 전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이를 높이 평가하며 남북간 철도 기술협의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제300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관련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오는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7억200만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착공식 준비를 위한 선발대를 조만간 북한에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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