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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이재명이 짊어진 '짐 보따리'



뒤끝작렬

    [뒤끝작렬] 이재명이 짊어진 '짐 보따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자료사진)

     

    지난 11일 발표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짐 보따리 무게를 크게 줄였다.

    이 지사의 짐 보따리는 누가봐도 무거워 보였다. 그는 지방선거 후 반년 동안 한아름의 짐 보따리를 지고 다녔다. 짐 보따리가 힘겨워 보였던 것은 무게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짐 보따리 안에 담긴 내용물들은 언제터질지 모르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짐 보따리 때문에 힘겨워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한지붕 안에 있던 친구들은 모르는 척 했다. 짐 보따리 안 폭발물이 터지면 파편이 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가서지 않았다. 혹여 짐을 좀 덜어줄 수 있을지 몰라 다가서는 친구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이 지사는 이런 상황들이 원망스러웠다. 외면하는 한지붕 친구들에게 화도 났다. '왜 이리 힘겨운 짐 보따리를 져야 하는지', '한지붕 친구들이 눈치를 보는 곳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서인지', '눈치밥 먹는 사람들 때문에 짐들을 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그의 원망은 더한 손가락질로 돌아왔다. 이 지사의 짐 보따리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홀로 지고 가야하는 숙명 같은 것이었다. 때때로 짐을 진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짐들을 한번에 지고 가기는 처음이었다.

    넘어뜨리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힘든 내색도 못했다. 무거운 짐 보따리로 휘청였다. 뒤뚱거렸다. 넘어질 수 있었지만, 평탄한 길로만 다니지 않았다. 가야할 곳이 많았다. 선거에서 약속한, 해야 할 일도 산더미였다.

    이 지사가 보따리 속 모든 짐들을 계속 짊어지는게 마땅한지에 대한 심사가 있었다. 이 지사는 한개의 짐이라도 덜기위해 전력했다. 작은 곳, 큰 곳을 번갈아 가며 수 차례 심사를 받았다. 지난 11일, 그 결과물이 나왔다.

    심사결과에 따라 보따리 속 '혜경궁김씨' 의혹건·여배우스캔들·조폭연루설·일베건 등의 짐들은 더이상 가져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형 강제입원·검사사칭·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건 등의 짐들은 여전히 보따리에서 꺼내 버릴 수 없었다.

    그래도 보따리 속 짐들의 수는 절반가량 줄었다. 보따리 무게는 절반으로 줄은 짐 부피에 비해 훨씬 더 가벼웠다. 짐의 부피와 무게는 비례하지 않았다. 짐 보따리를 진 이 지사는 예전만큼 힘겨워 보이지 않았다. 걸음걸이가 그랬다. 휘청임이 사라졌다. 뒤뚱거림이 없어졌다.

    이 지사의 짐 보따리가 부피에 비례하지 않고 가벼워 진 것은 왜일까? 폭발력이 엄청나 압박감이 심했던 상당 수 짐들이 보따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핵폭탄급이었던 '혜경궁김씨 의혹' 짐이 떠났다. 삼류영화 같았던 '여배우스캔들' 짐도 떨쳐냈다. 보따리에 담기는 것 만으로도 파괴력이 엄청났던 '조폭연루설' 짐도 떠나 보냈다.

    이들 짐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심사결과가 나왔다면 더 이상 버티지 못했을지 모른다. 한지붕 친구와 세간의 아우성에 넘어졌을지 모른다.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짐들을 모두 떠나 보내지 못했기에, 이 지사는 남은 짐들에 대한 심사를 또 다시 받아야만 한다. 심사는 한번으로 끝날 수도, 세번이 될 수도 있다. 그는 내심 '더 어려운 심사에서도 큰 짐들을 덜었는데 나머지 짐들 쯤이야', '남은 짐들이 보따리를 떠나야 하는 사유를 잘 설득하면 모두 버릴 수 있다' 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자료사진)

     

    이 지사는 심사결과가 나온 즉시 우선 가벼워진 짐 보따리를 지게 된 것에 대한 소감을 내놨다.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힘들었던 과정을 돌아보며 한지붕 친구들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한지붕 친구들에게 호소했다. 남아있는 짐들에 대한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친구들이 절실했다.

    그는 소감에서 버려진 짐들을 음해, 허구라며 버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 했다. '달님'의 성공을 위해 계속해 뒷받침 하겠다 했다. 남은 짐들도 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한지붕 친구들과 함께 갈 것이라 했다. 손가락질 하는 친구들과도 잘 지낼 것이라 했다. 튀지 않는 평범한 친구가 되겠다 했다.

    한 고비를 넘어서자 마자, 이번에는 한지붕 친구들로부터 함께 갈 친구인지를 심사 받아야 했다. 짐을 모두 떠나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심사다. 걱정이 됐다. 자신이 없었다. 짐을 모두 덜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한지붕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읍소(泣訴)했다. 한지붕에서 행사하던 권한을 내려놓겠다 했다. 평범한 친구로 남아 남아있는 짐들에 대한 심사를 받겠다 했다. 친구로서의 의무에만 충실하겠다 했다. 우리는 친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함께 가자고도 했다.

    보따리에 담긴 짐들이 가벼워지고 핵폭탄도 제거된 것을 알게된 한지붕 친구들은 셈이 복잡해졌다. '못 버릴 줄 알았는데' 하며 가벼워진 짐 보따리를 다시 한번 살폈다. (이 지사가) 계속 함께 갈 친구인지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그의 읍소는 통했다. 한지붕 친구들은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이 지사가 함께 갈 친구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짐들에 대한 심사결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 단서였다. 그러면서 친구들끼리 다투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해 판단한 것이라 했다. 한지붕내에서 권한을 내려놓되 친구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이 지사의 뜻을 수용한 것이라 했다.

    이같은 심사결과는 뒷말을 무수히 남겼다. 외면하던 한지붕 친구들이 (이 지사와) 함께 가기로 한 속내에 대한 것들이었다. "남은 짐들을 모두 버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대권주자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지사를 따르는 무리들과의 분란을 막기 위해" 등등이 그것이다. 특히 "핵폭탄급인 '혜경궁김씨 의혹' 짐이 더 이상 보따리에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면죄부를 줬다"는 말이 가장 설득력을 얻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 지사는 친구들과 함께 갈 수 있게 됐다. 또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분위기도 많이 반전됐다. 보따리를 지고 일을 하는 것은 그대로지만,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은 듯 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자명하다. 이 지사가 남아있는 짐 모두를 보따리에서 떠나 보낼 수 있을까? 한지붕 친구들과 정말 잘 지낼 수 있을까?

    녹록치 않은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무게감을 떠나 이 지사가 짐 보따리를 지고 있는 한 한지붕 친구들간 다툼은 멈춰서기 힘들다. 지고 있는 보따리 속 짐들은 정말 그리도 가벼울까? 떠나 보낸 짐들에 비해 무게감은 덜하겠으나, 이 지사를 넘어뜨릴 수 없을 정도의 '가벼움'은 아니다.

    훗날, 남은 짐들을 모두 떠나 보내면 '꽃길'이 열릴까? 어깨에 새겨진 짐들의 자욱은 '주홍글씨'가 될 수도 있다. 이 지사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들이다. 되새겨야 할 변수들이다.

    이 지사가 입버릇 처럼 말하는 '사필귀정(事必歸正)', 순항할지 부메랑이될지 진검승부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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