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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정의 '뉴라밸'] 백남준이 살아있다면 망가진 TV 어떻게 살렸을까



공연/전시

    [조은정의 '뉴라밸'] 백남준이 살아있다면 망가진 TV 어떻게 살렸을까

    30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의 얼굴 '다다익선' 누전 문제로 멈춘지 10개월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 복원하자 vs 최신식 영상 기술 접목하자
    백남준 생전에 피아노 부스고 관객 넥타이 자르는 등 실험적인 퍼포먼스
    TV는 당대 최첨단 미디어였을 뿐, 백남준의 예술 정신 뭘까 고민해볼 때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 조은정 > 현대미술 하면 아직 생소한 분들 많을텐데,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비디오 아티스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고 백남준 선생입니다.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80년대 텔레비전을 이용한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면서 전세계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분이기도 합니다.

    ◇ 임미현 > 그렇죠. 돌아가신지가 꽤 된 것 같은데 정말 그래도 거장이셨죠.

    ◆ 조은정 > 2006년에 돌아가셔서 벌써 12년이 흘렀는데요. 백남준 선생의 데표 작품들이 잇따라 작동을 멈춰서 미술계는 참 고민이 깊은 상황입니다. 선생의 대표작이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얼굴이기도 한 다다익선이 올해 2월에 꺼졌는데요. 이 작품 실제로 본적 있으세요?

    ◇ 임미현 > 네 저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자주 갔는데 크기도 엄청 큰 작품이잖아요. 모니터만 수백대는 돼 보였는데요.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작 백남준의 <다다익선>

     

    ◆ 조은정 > 정확히는 높이 18m에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아트 조형물입니다. 10월 3일 개천절을 상징해서 1003개의 모니터들이 거대한 6층 탑을 쌓고 있습니다. 88년도 서울올림픽 개막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이 문을 열면서 다다익선 프로젝트가 성사된건데요. 당시에는 가히 혁명적인 시도였습니다. 당시 백남준 선생의 작품 설명을 한번 들어보실까요.

    "미디어란 4명이 보나, 4가구가 보나 400만명이 보나 4억명이 보나 가격은 마찬가지에요. 경제성이란 무시무시한 것이죠. TV가 상위하달 형식으로 시작했는데 미디어혁명이 더 되려면 평상적인 평면적인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돼야 합니다." (백남준 선생 인터뷰)

    ◇ 임미현 > 당시는 텔레비젼도 귀하던 시절이니까 천여대의 모니터를 이룬 탑은 정말 파격이었을 것 같은데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멈춘거죠?

    ◆ 조은정 > 네. 이 텔레비젼들이 오래되다보니까 더이상 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겁니다. 사실 지난 30년간 꾸준히 수리를 받았고 부품교체를 해왔는데요. 삼성전자 도움을 받아서 2003년에 낡은 모니터를 싹다 교체하기도 하고 했는데, 구모델이라 더이상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서 수리로 연명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누전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작동이 어렵게 된겁니다.

    <다다익선> 뿐 아니라요. 대전시립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프랙탈거북선>이라는 작품도 93년 대전엑스포 때 제작한 작품인데 모니터에 이상이 생겨서 지난달에 작동이 멈췄습니다. 미술관들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죠.

    ◇ 임미현 > 안타깝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깊을 것 같은데요.

    ◆ 조은정 > 네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8,90년대 뚱뚱한 아날로그 방식의 CRT텔레비전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LED나 LCD 모니터로 교체를 할 것이냐 하는걸 결정해야 합니다. 접근 방법에 따라 다른데요. 백남준 작품의 원본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오리지날 그대로 복원하는게 맞겠죠. 하지만 백남준 선생이 이 작품을 만들때 의도했던 것은 매체를 이용한 소통이었거든요. 그리고 선생의 초창기 퍼포먼스를 보면 피아노를 부슨다던지, 바이올린을 질질 끌고 간다던지 하는 파괴의 과정도 있습니다. TV 매체는 연결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죠. 생전에도 작품을 전면 수리하고 하는 과정에서 개의치 않았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는 최신 방법으로 작품을 고칠 수도 있는 것이죠. 국립현대미술관 류지영 과장님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작품 전체에 통하는 맥락은 사실 기계 자체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에요. 정보공유의 차원을 넓히고자 했던 것이고 당시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TV라는 그릇에 담았던 것이거든요. 기본적으로 백남준 작품의 내제된 것은 창조도 있지만 파괴도 있다는 것이죠. 초창기에는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부슨다던지 넥타이를 자른다던지 하는 파괴의 퍼포먼스도 하셨습니다. 백남준 선생의 태도를 짐작하면 좀더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지난달 작동이 중단된 대전시립미술관의 <프렉탈거북선>

     

    ◇ 임미현 > 아 저는 복원만 생각했는데,
    그당시에는 가장 최신 방법으로 구현한 건데 세월이 흐르면서 구식이 됐다면 다시 방법을 신식으로 바꿔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조은정 > 네 사실 아직 방식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검토를 해야하는 상황인데요. 백남준 다다익선 복원을 계기로 해서 미디어아트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하는 논의들이 시작된 것인데요.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 작품들을 어떻게 보관해야하는지 미술관들이나 개인 소장자들이나 고민이 많은 부분이죠. 특히 설치 미술의 경우에는 세월에 따라서,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변화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무의 경우에는 습기를 먹으면 형태가 좀 변할수도 있구요. 그런데 무조건 미술관에서는 원본 그대로 유지해야된다라는 고정관념이 있고 변화를 아주 엄숙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래야 할까 싶어요. 관객들도 좀더 열린 생각으로 세월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작품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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