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일부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제출' 문제로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언론매체 '뉴스타파'에서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민세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국회의원 26명 명단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영수증 이중제출'은 통상적으로 누군가가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부당한 방식으로 두 번 받기 위해 영수증을 각각 다른 기관에 두 번 제출하는 행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해석 분분한 '이중지출'…어떻게 볼 것인가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A 의원이 정책 홍보를 위해 100만원 상당의 인쇄물을 발간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A 의원은 자신의 후원계좌에서 100만원을 일단 지출합니다. 이때 생기는 영수증(세금계산서)은 향후 후원계좌 회계보고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됩니다.
후원계좌는 해당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위해 국민들이 후원한 돈을 모아놓은 계좌입니다. 의정활동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인데, 이 돈은 정치자금법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상당히 투명하게 운영됩니다.
이후 A 의원은 국회 사무처에 인쇄물로 지출한 100만원짜리 영수증을 제출합니다.
국회 사무처는 '정책자료 발간 및 홍보물 유인비'나 '정책자료 발송료'를 지원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후원계좌에서 돈을 계속 쓰는 상황, 즉, 열심히 일한 의원들일수록 가난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막고자 이런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A 의원은 국회 사무처로부터 100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A 의원이 하나의 영수증으로 후원계좌와 국회 사무처로부터 돈을 받았으니, 얼핏보면 영수증 이중지출, 이중청구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맥락과 제도적 취지에서 이해하자면, 정책홍보 인쇄비로 100만원을 후원계좌에서 사용하고, 이 돈을 제도에 따라 국회 사무처로부터 지원받은 셈입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부당하게 돈을 이중으로 지원받거나 돈을 빼돌렸다고 볼 정황은 없습니다.
◇ 처음부터 개인 통장 아닌 정치자금계좌로 받았어야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A 의원이 처음으로 돈을 사용한 곳은 후원계좌인 반면 A 의원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계좌는 이른바 '지원경비계좌'입니다. 처음 돈이 나간 곳과 국회 사무처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곳이 다른 겁니다.
여기서 투명성 문제가 제기됩니다. 후원계좌에 비해 지원경비계좌는 개인 명의의 통장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관리 받는 통장이 아닙니다.
결국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되는 후원계좌에서 돈이 나갔고, 그 돈을 지원받은 계좌는 개인 명의의 통장이므로, 투명성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해결방법이 간단합니다. A 의원실에서 지원경비계좌에 있는 100만원을 후원계좌로 옮기기만 하면 됩니다.
이번 사안을 고발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 측이 공개한 의원 26명은 이런 실무적인 작업에 소홀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번 사안은 제도적 결함과 회계상의 절차를 엄밀하게 따르지 않은 의원실의 잘못 등이 초래한 일로 보입니다.
국회 사무처는 지원금을 후원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차제에 정치자금법과 국회 사무처 업무 간의 불합리한 관행 등을 들여다보고, 각 의원실도 회계 업무 등에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안은 통상적인 의미의 '영수증 이중지출'이나 '영수증 이중청구', 다시 말해, 세금을 의도적으로 빼돌리기 위한 행위로 단정 짓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