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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양귀비 적발한 경찰 드론, 알고보니 개인 장비



사회 일반

    비밀 양귀비 적발한 경찰 드론, 알고보니 개인 장비

    치안 드론 필요성 급증 불구 드론 도입 지지부진
    일부 경찰관들 사비 들여 드론 구입해 시험 조종
    경찰청, 드론 예산 40억 책정...국회 소소위 결정

    충북경찰청은 드론을 활용해 양귀비 재배 사범을 적발했다. 사진=충북경찰청 제공

     

    #1.지난 1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레녹스 헤드에서 700m 떨어진 바다. 물에 빠진 10대 소년 2명이 파도와 사투를 벌였다. 신고를 받은 구조대는 드론을 띄우고 부양장치를 투하해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구조작업에 걸린 시간은 70초. 드론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세계 첫 사례였다.

    #2.
    지난해 12월 영국 동부 항구도시 그레이트 야머스. 한 40대 용의자가 경찰들의 눈을 피해 도주했다. 하지만 덤불 속을 기어가는 모습이 드론 카메라에 잡혔고, 경찰은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수색할 때 드론을 자주 이용한다. 큰 비용이 들지 않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중국 등은 순찰·수색·교통관리 등 치안현장에서 드론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충북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넉 달 동안 드론을 이용해 양귀비·대마 불법 재배 사범들을 대거 적발했다.

    지난 9월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사건에서도 출동한 인천논현경찰서 경찰관이 드론을 띄워 옥상에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지휘부의 신속한 후속조치를 도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 드론은 경찰 장비가 아닌 전부 개인 장비들이다.

    충북경찰청이 당시 마약류 단속에 사용한 드론과 인천논현경찰서 경찰관이 화재사건 구조작업에 투입한 드론 모두 경찰관 개인 소유 물품이다. 두 경찰관은 소속 경찰청 내 드론 동호회에서 드론 조정법을 배웠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 달리 치안 현장에 드론 도입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예산 부족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경찰청은 연구용 드론을 15대 남짓 보유했을 뿐 실제 치안현장에서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경찰청의 내년도 치안드론 도입 예산은 40억 3천만원으로 책정됐다. 예산 반영 여부는 조만간 국회 예산심사 소소위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치안드론 시대를 대비해 드론을 공부하는 경찰관들은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문학경기장. 이 곳에서는 인천경찰청 내 드론 학습모임의 5차 교육인 드론 시연회가 열렸다.

    소속 경찰인 김영길 경사가 레이싱 드론을 조종하고, 국내 무인항공기 업체 파블로 항공(대표 김영준)이 드론 20대로 군집비행을 선보였다. 참석한 30명 남짓의 경찰관·행정관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11월 인천관광경찰대 음영배 경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드론 동호회 '플라인폴'이 바탕이 됐다.

    음영배 경위는 "해외 경찰들이 드론을 업무에 활용하는 모습을 본 뒤 25명으로 시작한 동호회가 큰 호응에 힘입어 매월 정기교육을 하는 학습모임으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300여 명이 교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드론 지도조종자 자격증을 보유한 음 경위는 "단순히 드론을 조종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드론 관련 법규를 가르쳐 드론 신고 같은 업무에 활용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인천경찰청 드론 학습모임 내에서만 15여 명이 드론 조종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서울경찰청과 경기경찰청은 내년부터 매월 드론 학습모임을 운영할 계획이다.

    음 경위는 "드론에 관심 있는 경찰들이 자비로 드론을 구입하고 수 백만원의 학원비를 직접 부담해 조종자 자격증을 따고 있다"며 "현재 경찰청이 보유한 치안드론이 전혀 없다 보니 실종자가 발생하면 드론 동호회 회원들의 드론을 빌려 수색작업에 투입하는 상황이다. 미국처럼 각 경찰서마다 드론을 배치하는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드론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경찰청 내 드론 학습모임의 5차 교육인 드론 시연회 모습. 이날 국내 무인항공기 업체 파블로 항공은 드론 20대로 군집비행을 선보였다.

     

    치안드론 보급은 국내 드론산업 발전과도 연결된다. 군집비행 원천기술을 보유한 파블로 항공 김영준 대표는 "군집비행 기술을 사용하면 경찰이 수색할 때나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여러 대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살피는 게 가능하다. 육군이 창설한 드론봇 전투단의 감시정찰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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