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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끝나자 "서동철" 외친 부산…한국-레바논전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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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매치 끝나자 "서동철" 외친 부산…한국-레바논전 뒷이야기

    한국 남자농구, 16년만의 부산 국가대표 대항전서 레바논 완파
    "전준범은 하수"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과 이대성의 유쾌한 밀당
    남자농구 선수들 "죽기 살기로 할테니 농구장 많이 찾아주세요"

    (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29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과 레바논의 2019 중국 농구 월드컵 예선전이 끝난 뒤 관중석에서 "서동철! 서동철!"을 외치는 농구 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시즌부터 부산 KT의 지휘봉을 잡은 서동철 감독은 A매치 휴식기를 맞아 부산에서 열린 남자농구 대표팀 경기를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에 팬들의 응원을 전해들었다.

    KT는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 팀이었고 2014년 이후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서동철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을 앞세워 12승6패로 정규리그 단독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팀을 응원한 부산 농구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KT 팬의 정체성(?)을 되찾고 프렌차이즈를 이끄는 사령탑에 응원을 전했다. 달라진 팀의 위상을 확인한 서동철 감독은 "부산에 농구 팬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감사하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 유재학 감독과 이대성의 유쾌한 '밀당'

    한국이 레바논을 84대71로 꺾은 이날 경기의 해결사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이대성이었다.

    이대성은 11점 4어시스트 2리바운드를 올렸고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활약은 더 대단했다. 몸싸움과 슬라이딩을 주저하지 않는 허슬플레이와 KBL 리그에서도 최정상급으로 인정받는 대인방어 능력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포워드 안영준(서울 SK)의 부상 대체선수로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한 이대성의 활약상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이대성은 경기 후 "오늘 오시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부담됐다. 레바논보다 감독님을 더 의식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랬다. 이대성이 돌파하는 과정에서 골밑에 있는 소속팀 동료 라건아(미국명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패스하면 더 쉽게 득점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 이대성은 두 차례 직접 레이업을 시도했고 슛은 불발됐다.

    "아차 싶었다"는 이대성은 곧바로 관중석을 바라봤다. 예상대로 반응이 있었다. 이대성은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께서 '옆에 줬어야지' 하시더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에는 라건아에게 패스해 득점이 됐다. 이번에는 감독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라"며 웃었다.

    방열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장과 박한 부회장(사진 앞 오른쪽부터)이 진지한 표정으로 남자농구 대표팀 경기를 보고 있다. 뒤에는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과 서동철 KT 감독이 앉아 있다 (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유재학 감독은 소속팀에서 이대성을 강하게 다그치는 편이다. 여전히 더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대성도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다. 현대모비스에는 이미 그런 스타일의 선수가 있다. 유재학 감독은 "이대성이 더 세다. 이대성과 비교하면 전준범은 하수"라며 웃는다.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 경기에서도 자신을 의식하는 이대성의 모습에 조금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눈부신 활약에 흐뭇해했다. 경기 후 잘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잡았을 때 마침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이대성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문자로 잘했다고 칭찬해주려고 했는데 전화가 와서 놀랐다. 아마도 직접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잘했다고 했다"며 웃었다.

    ◇ 'KBL 출신' 아터 마족의 존재감

    마족은 KBL 출신이다. 2013-2014시즌 전주 KCC 유니폼을 입고 7경기만 출전한 뒤 리그를 떠났다. 한때 그의 이름은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선수의 대명사와 같았다.

    레바논의 귀화선수로 한국을 다시 찾은 마족은 210cm 장신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반전에 라건아의 골밑 덩크를 블록했고 이승현의 외곽슛도 손으로 걷어냈다. 대표팀 선수들은 마족의 높이를 의식해 정상적으로 슛을 쏘지 못했다.

    김선형(서울 SK)은 마족의 높이를 의식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이승현이 블록 당하는 것을 봤다"며 웃었다.

    이어 "관중들도 느끼셨겠지만 약간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슛이 약간 짧았다. 전반을 통해 적응했다. 후반에는 미리 슛을 쏘거나 스페이싱(공간 창출)을 미리 잡아서 했다. 그 부분에 적응하면서 원래 하던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마족은 이날 11점 17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다. 양팀 선수 중 유일하게 1초도 쉬지 않았다.

    남자농구 대표팀의 이정현 (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 후반 반격의 비결은 섬세한 조정

    한국은 2쿼터까지 27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3쿼터 10분동안 28점을 몰아넣어 흐름을 뒤집었다.

    물러난 허재 전 감독에 이어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높이와 파워에서 밀리면 안된다고 했는데 역시나 그런 부분이 전반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후반전을 앞두고 작전을 바꿨다. "후반에는 적극적인 골밑 공격을 주문했다. 레바논의 높이가 강하지만 오히려 상대 수비를 안으로 몰아넣고 외곽 기회를 보자고 했다. 2대2 공격 이후 안에서 공을 잡는 플레이가 막혔기 때문에 아예 라건아에게 골밑 1대1을 하게 해서 외곽으로 빼주자고 했는데 그런 수정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 "죽기 살기로 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만에 부산에서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항전이었지만 관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선수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몇년간 레바논을 못 이겼는데 홈에서 이겨 너무 좋다"고 소감을 말한 이정현(전주 KCC)은 "부산에서의 A매치라 새로운 기분이 든다. 팬들께서 조금 더 찾아주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관중들이 생각보다 많이 안오셨는데 우리 경기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겠다. 정말 열심히 뛰면 100명이 늘고 200명이 늘고, 오늘이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했다.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내달 2일 부산 시작실내체육관에서 또 한번의 A매치를 치른다. 요르단과 맞붙는다. 예선 2라운드에서 7승2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요르단을 잡을 경우 상위 3개팀에게 주어지는 월드컵 출전 기회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주말에 열리는 경기인데다 레바논전 승리를 계기로 더 많은 관중이 부산 코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밝다. 농구 월드컵 예선전을 현장 제작하고 생방송하는 스포츠 방송 채널 SPOTV의 한 관계자는 "(레바논전에서) 림 양쪽에 대형 카메라 장비를 설치했다. 요르단전 때는 베이스라인 관중석 티켓이 다 팔렸으니 장비를 옮겨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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