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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유아인 "여배우 중심? 그래서 더 신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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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부도의 날' 유아인 "여배우 중심? 그래서 더 신선했죠"

    [노컷 인터뷰 ①] '버닝'부터 '국가부도의 날'까지 유아인이 밝힌 성장사
    "'버닝'은 내게 알몸일 자유 선사한 작품…이번 영화에서도 미션 성취해"
    "항상 '촌스러움' 경계하는 이유는 주어진 것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IMF 위기에 베팅하는 윤종학 역의 배우 유아인. (사진=UAA, 김종학 포토그래퍼 제공)

     

    대규모 프로젝트의 멀티 캐스팅도, 국내 거장 감독과의 작업도 유아인에게는 이미 모두 거쳐온 순간들이다. '버닝'을 통해 스스로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그가 차기작으로 '국가부도의 날'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 단계 성장 후에는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자신을 설득할 만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김혜수 선배님이 계시고 제가 이 정도 비중이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죠. '버닝'이 끝나고 곧바로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었는데 제 비중이 크거나 홀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면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여성 배우인 김혜수 선배님이 주축이 되어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고 하니 오히려 제작진이 이야기에 신선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런 방향으로 이 작품이 만들어지겠다고 생각했고 제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죠. 제가 가진 어떤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캐스팅에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너무 조심스러워 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역할 크기와 상관 없이 재미있는 구성이라면 함께하고 싶거든요."

    '국가부도의 날'에서 그가 맡은 윤정학 역은 IMF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직장인이자 기득권을 비호하는 국가에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인물이다. IMF가 계층 이동의 결정적인 기회임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베팅하는 승부사이기도 하다. 흔히 우리가 IMF를 떠올릴 때 상상하는 전형적인 인물은 아니다. 유아인은 영화 속에서 완충재 같은 정학 역을 충실하고도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캐릭터 자체가 중심 이야기에서 벗어나 있고 성질 자체가 튀는 게 있죠. 다른 에너지로 이야기에 진입시키게 하는 바람잡이 같은 역할이에요. 어떻게 보면 약을 파는 사이비 교주 같은 면모도 있고요. 판단은 냉철해도 일을 진행하는 흐름은 에너지 있게 그리는 것이 목표였어요. 중심 이야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욕망과 감정으로 갈등하는 캐릭터인데 함께 엮였을 때 현실적인 입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썼어요.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균형 안에서 제가 좋은 영향을 미치면 좋겠죠."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IMF 위기에 베팅하는 윤종학 역의 배우 유아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창동 감독과 함께 한 '버닝'은 유아인의 '껍질'을 벗겨내 한 단계 성장하도록 했다. 유아인의 표현으로는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이 되는 과정이었다. 늘 꾸역꾸역 무엇인가를 입기만 하다가 형식을 벗어난 상태에 도달하자 그는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연기가 조금 더 편안해진 느낌도 이 경험과 무관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쉼없이 옷을 껴입기만 했어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누가 될 것인가, 어떻게 더 멋들어지게 보여지고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했죠. 사실 옷을 벗기를 요구하는 현장도 별로 없어요. 상업영화 현장에서 배우가 창작이나 비평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거든요. 실제 영화 속에서 벗기도 했지만 '버닝'에서 저라는 사람의 알몸을 봤어요. 제가 여태까지 입어 온 옷들이 거기에서는 거추장스럽고 벗어나야 하는 것이었고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감독님이 요구했는데 이전에 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발전시켜보고 싶은 연기 형태였어요.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고 굉장히 편안하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다가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 때 쯤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자유가 느껴졌어요."

    유아인은 "그 이후 '국가부도의 날'을 만났을 때도 어떻게 최소한의 형식을 통해 이 인물을 전달할 수 있을지 미션으로 삼았고 나름대로 성취한 것 같다"며 "'버닝'은 함부로 내가 익힌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나 정성스럽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겨 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인터뷰들을 보면 그는 유독 '촌스럽다'는 문장을 자주 사용해 왔다. '촌스러움'을 경계하는 마음은 지금까지 유아인을 발전시켜온 중요한 맥락 안에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촌스럽지 않은 것'은 예술적이고 도시적인 셀러브리티 문화가 아니었다.

    "서울이 전부인 줄 아는 것도 촌스러운 거죠. 그런 사람들에게 서울 촌놈이라고 하잖아요. 의식적인 촌스러움은 주어진 것에 갇혀 매몰된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경계해야 하는 기본적인 마음이에요. 내가 속한 곳에 본질을 느끼고 흠뻑 빠져 보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 편의에만 중독되지 않고 바깥을 들여다봐야 해요. 출입을 통제하거나 그 안에 갇히면 '촌스럽게' 되는 거죠. 예전에는 저도 이 말을 느낌적으로 남발했던 적이 있었어요. 자기 주제에 대한 파악이 있고 나서는 다양한 취향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② '국가부도의 날' 유아인이 밝힌 SNS 논쟁 '속사정']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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