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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광역화의 덫' KT, 공공성 VS 효율성 딜레마 빠졌다



IT/과학

    '통신망 광역화의 덫' KT, 공공성 VS 효율성 딜레마 빠졌다

    막대한 백업 비용과 경영효율성 사이 선택의 문제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지난 1992년 수많은 논란 끝에 민영화의 길을 선택한 KT의 목표는 '경쟁과 효율을 통해 국민들에게 질좋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목표로 한 민영화 이후 KT 경영의 화두는 광역화와 집중화, 무인화 세가지로 정리됐다.

    전국 지자체 별로 산재해 있던 전화국을 지금처럼 51개로 통폐합해 서비스를 광역화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고. 이와 맞물려 각 전화국에 분산돼 있던 통신장비를 거점 전화국에 집중화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또 일부 시설과 장비는 직접 사람이 관리하는 대신 원격으로 관리하는 무인화 역시 효율성과 수익성 제고의 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전화국 광역화와 집중화는 단순히 민영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때문만이 아니라 통신장비의 발달도 한몫 했다.

    KT관계자는 "한때 냉장고 하나 크기 였던 교환기가 백과사전 하나 크기로 작아질 정도로 통신장비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광역화 집중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장비의 크기가 1/100로 작아질 정도로 발달하면서 과거와 같은 많은 전화국이 필요하지는 않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KT는 이런 광역화와 집중화를 통해 남게 된 공간를 매각하거나 임대하고 인력을 줄이는 작업을 해왔다.

    KT노조측은 사측이 분산돼 있던 통신시설을 소수의 지사에 집중화한 뒤 유휴공간이 확보된 지사 건물을 매각이나 임대하고 인원 구조조정에 나섰는데 이 부분이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광역화와 집중화를 통해 효율성은 높일 수 있었지만 이번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의 경우처럼 서대문과 용산, 마포, 중구 일부 등 서울 4개구에서 통신장애가 생겼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과거처럼 용산 따로 마포따로 중구 따로, 서대문 따로 전화국을 운영했다면 피해가 광역화되지 않았겠지만 '통신망 광역화'의 결과는 '피해의 광역화'로도 이어졌다는 뜻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냉장고 하나 크기였던 교환기가 백과사전 하나 크기로 줄어들 정도의 기술발전에 따른 광역화와 집중화를 문제로 제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술발전과 이를 활용한 효율성 추구를 위한 광역화와 집중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는 얘기다.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통신구 화재현장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다만 효율성과 공공성이라는 딜레마는 여전히 남는다.

    KT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KT는 국사 최적화라는 목표하에 광역화 집중화를 추진했다"면서 "최적화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렇게 시설을 집중화 하는 경우 사고가 나면 대형사로로 이어지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통신장비는 이중화 삼중화를 통해 백업을 하고 있다"면서 "한 장비에 고장이 생겼을 때 다른 장비로 전환해 통신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것은 이중의 설비를 서로 다른 건물에 배치하는 것이지만 일부 전화국의 경우 같은 건물에 백업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또 이렇게 같은 건물에 백업장비를 설치했을 때 외부와 연결되는 통신구를 같이 사용해 우회로가 따로 없는 경우에는 이번 KT아현 지사 화재의 경우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통신구를 이중화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아 문제가 적지 않다.

    통신업계 관게자는 "잘 설계된 전화국 건물의 경우에는 우회로를 안전하게 준비한 경우가 있지만 상당수의 전화국 건물들은 이런 완전한 우회로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 서초 사옥. (자료사진)

     

    문제는 비용이다.

    KT네트워크 부문장인 오성목 사장은 "백업 시스템을 갖추는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면서 "D등급인 아현지사의 경우 백업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광역화 집중화를 통해 전화국이 대형화 되는 동안 인터넷 가입자만 지방소도시 두곳의 인구와 비슷한 21만 5천명인 아현지사의 경우 관리대상 D등급으로 분류되고 백업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추지 않아도 됐다는 뜻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민영화 이전 KT의 경영화두는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공급이었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효율화가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

    KT노조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백업체계 구축에 비용을 쓰느니 대형장애가 발생해도 그만이란 식으로 무책임하게 통신공공성을 외면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지분만 49%인 KT로서도 할말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통신망 이중화를 위해 거액의 비용을 쓰려고 하면 반대할 것"이라면서 "공공성이냐 수익성이냐가 민영화된 KT의 딜레마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자에 대해 평가해 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지만 외국인 지분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민영화, 국제화 된 KT에서는 이 마저도 쉽지 않다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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