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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 총장의 눈물과 한국판 아우슈비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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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검찰 총장의 눈물과 한국판 아우슈비츠 사건

    [지영한 칼럼]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대량학살에 대한 독일인의 추적과 처벌은 집요하다.

    2015년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근무한 전직 나치친위대원인 오스카 그로닝이 94살 나이에도 독일 법정에 세워지자 세계 언론은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지난 24일에도 95살의 전직 나치수용소 경비원이 유대인 학살 조력 혐의로 역시 기소됐다.

    독일 나치범죄 중앙수사국에 따르면 해마다 평균 30명 이상의 전범 관련자가 법의 심판대에 세워진다고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한국판 아우슈비츠 사건'으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공식 사과했다. 29년만의 일이다.

    문 총장은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했다"며 "인권 침해의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늦었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지난 1975년에서 87년까지 부산에서 부랑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된 사회보호시설이 형제복지원이다. 수용인원만 3만 7천여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조사결과를 보면 설립 취지와는 달리 각종 인권유린이 무자비하게 자행됐다.

    역 대합실에 잠자던 사람이나 집 잃은 어린이까지 부랑인이라고 마구 데려가 불법 감금했다.

    강제 노역과 구타와 폭행도 일상으로 일어났다. 이로 인해 5백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상당수가 암매장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당시 검찰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권의 외압을 받아 박인근 원장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했다.

    박 원장을 특수감금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이마저 무죄를 선고하고 국가보조금 횡령죄로 겨우 징역 2년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다.

    박씨는 이후 복지원을 팔아 수백억원의 시세차익까지 챙겼다.

    국가 권력의 방조와 비호가 야만적 인권유린을 조장했던 것이다.

    이제 검찰이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함께 다시 재판을 해달라고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한 만큼 철저하고 엄정한 재수사와 올바른 법적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 정치권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것만이 30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길이다.

    독일은 인륜을 저버린 나치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 시한을 두지 않는다.

    적폐 청산과 과거사 정리에 나선 우리 사회가 깊게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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