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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70년만에 찾았지만…" 제주 4.3유해 유가족 상봉



제주

    "아버지 70년만에 찾았지만…" 제주 4.3유해 유가족 상봉

    군법회의·예비검속 희생자 유해 29구 가족 품으로
    나머지 279구 유해 신원 확인·추가 유해발굴 과제

    한 유가족이 가족의 유해가 담긴 함을 꼭 안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오라방 찾으난 나 죽어도 여한이 어신 게.(오빠 찾으니깐 나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버지 70년 만에 이렇게 싸늘한 유해로…."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 오빠였던 4.3 희생자 유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자리에서 유족들은 70년의 한을 울음으로 토해냈다.

    제주도는 22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신원이 확인된 4.3희생자 유해 29구에 대한 봉안식을 가졌다. 유가족, 원희룡 제주지사, 오임종 4.3유족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유해 운구, 유해‧유가족 상봉 등이 진행됐다.

    유해 29구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과 동북쪽에서 발굴된 유해 중 일부다. 신원 확인 결과 1949년 군법회의 사형수 22명, 예비검속 희생자 6명, 기타 1명이다.

    유해가 발굴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예산 지원이 없어 신원 확인을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비 12억 원이 지원되면서 올해 신원 확인이 이뤄졌다.

    이날 유가족들은 우여곡절 끝에 70년 만에 만난 가족의 유골을 마주하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유해‧유가족 상봉 내내 장내에는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4.3 당시 오빠를 잃은 양모(77‧여)씨는 상봉 내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유해가 담긴 함을 꼭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양씨는 취재진에게 "너무 늦게 찾아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말을 더 잇지 못했다.

    4.3희생자유가족들이 70년 만에 돌아온 가족의 유해가 담긴 함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억울하게 희생된 29구의 유해…"지난 세월 눈물만"

    이번에 확인된 유해는 4.3 당시 군법회의(1949년)와 예비검속 (1950년)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다.

    군법회의 희생자는 4.3직후 한라산으로 피신했다가 1949년 3월 군 당국의 '내려오면 살려준다'는 선무공작으로 내려온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장대와 군‧경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피신했던 주민들이었다.

    그러나 군은 사면 방침을 무시하고 15세 이상 장년층이면 예외 없이 '폭도'로 낙인찍어 하루에도 수백 명씩 심리 없이 처리하는 불법 군사재판을 진행했다. 그러고 나서 현재 제주공항 활주로(당시 정뜨르 비행장)에 총살한 뒤 암매장했다.

    예비검속 희생자의 경우에도 좌익단체나 무장대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없는데도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억울하게 수감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일부는 다른지방(육지) 형무소로 끌려가 형을 살거나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총살됐다.

    이들의 억울한 죽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시신 수습도 못했다. 4.3 당시나 제주공항 건설 이후나 보안구역이라는 이유로 암매장지 안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유족들의 한은 골이 깊었다.

    이날 아버지 故강문택씨 유해를 4.3평화공원에 봉안한 뒤 취재진과 만난 강인화(73‧여)씨도 그러했다.

    강씨는 "3살 때 서귀포 서홍리장이었던 아버지를 군인들이 아무런 죄 없이 끌고 간 뒤로 볼 수 없었다"며 "그동안 아버지 없이 생활해온 세월을 생각하면 눈물만 나온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유가족들이 분향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나머지 279구 신원 확인‧추가 유해 발굴 과제"

    4.3 당시 희생돼 암매장당한 뒤로 행방불명 된 희생자만 1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400여구의 유해만 발굴됐다. 이 가운데 29구를 포함한 12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나머지 279구의 신원 확인과 추가 유해 발굴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예산 지원 등 관심이 절실하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대행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가족 품에 못 돌아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신원 확인, 유해 발굴을 통해 희생자들이 가족 곁에 돌아갈 수 있어야 진정으로 4.3이 완전하게 해결될 수 있고,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호 유족대표도 "아직도 수많은 4.3행불인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부모, 형제들의 유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신원 확인을 계기로 조속하게 나머지 유해에 대해서도 신원 확인이 이뤄져 유족들의 한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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