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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끓는 물 속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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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끓는 물 속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인가

    [구성수 칼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현재의 일자리 조건과 환경에 만족하며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고 변화를 거부하면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이야기'처럼 위기에 무뎌지다가 결국 모두 공멸하고 말 것입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최근 시의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는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구리는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넣으면 깜짝 놀라 뛰쳐 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그 속에서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죽게 된다.

    광주형 일자리로의 변화를 거부하면 끓는 물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으로서 광주형 일자리추진이 큰 난관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인 노사 상생형 일자리 창출모델로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대기업 임금 절반 수준의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광주시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프로젝트이다.

    광주시는 이 프로젝트에 현대차를 끌어들였고 현대차는 지난 5월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광주시는 현대차와 함께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해 빛그린산업단지 부지에 2022년까지 1천cc 미만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연간 10만 대 양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세운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 공장이 설립되면 정규직이 신입과 경력직을 합쳐 1천여 명, 간접 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 2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일자리 창출 추산도 나왔다.

    광주형 일자리 문제는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켜, 자동차 이외의 분야와 전국으로 확산시키면 "한국경제의 체질강화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초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창출의 길은 멀고 험하다.

    당장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가 다른 지역의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해 고용불안을 초래한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차 노조가 21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적극 참여하게 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시와 현대차의 합작법인 설립도 삐걱거리고 있다.

    지역노동계의 반발에 따라 광주시가 현대차에 당초 약속했던 임금수준을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현대차는 그러면 참여할 수 없다고 발을 빼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추진이 다음달초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면서 백지화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처한 난국은 우리 경제, 일자리가 처한 상황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고비용 저생산 구조다.

    고비용에서도 가장 큰 부분은 임금이 차지하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쉽게 낮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고 일자리도 늘리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장을 증설하려면 임금이 낮고 노동시장이 유연한 해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그래서 근 20년 동안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 공장을 증설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찌보면 광주형 일자리는 이런 난국을 지역차원에서 돌파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떠나는 수천 명의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만큼 절박한 문제는 없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호응이 컸다.

    그 절박함은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광주형 일자리가 전국적인 뉴스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각 주체가 이제부터라도 끓는 물속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광주형 일자리가 무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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