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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정의 '뉴라밸'] 핫해지는 것을 거부한다, '혐핫'의 속내는 젠트리피케이션



문화 일반

    [조은정의 '뉴라밸'] 핫해지는 것을 거부한다, '혐핫'의 속내는 젠트리피케이션

    소비자들 나만 알고 싶은 심리, SNS에 '안알랴줌' 등 표시
    상인들 '혐핫'의 속내는 임대료 인상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핫플레이스 원조 경리단길서 수십년 꽃집하던 똑순이 아주머니 떠나
    간판 없애거나 사진 촬영 금지하는 가게들도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매주 목요일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 오늘은 어떤 트랜드 읽어볼까요.

    ◆ 조은정 > 혹시 요즘 '핫'한 동네나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 임미현 > 글쎄요. 뭐 서울에서는 망원동도 좀 뜬다고 하고,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익선동도 색다르다고 들었어요. 이태원, 경리단길 이런데도 핫한 곳 아닌가요?

    (사진=조은정 기자)

     

    ◆ 조은정 > 맞습니다. 경리단길 이름을 따서 망리단길이라고도 하죠. 순식간에 뜨는 동네들이 있는데요. 그런데 요즘 맛집이던 자주 이용하는 동네일수록 주변에 알리지 않고 감추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혐핫', 즉 핫해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용어가 있는데요. 저는 사실 '혐'이라는 단어는 너무 부정적인 것을 내포해서 '핫 기피' 정도로 부르고 싶어요.

    ◇ 임미현 > 아. 그러니까 너무 유명해진 곳을 오히려 싫어한다는 거네요. 저도 그런 경험 있어요. 단골집이 너무 유명해지면 손님이 많아지고 하니까요.

     

    ◆ 조은정 > 그렇죠. 요즘 SNS에 해시태그를 통해서 이곳이 어딘지 남에게 보여주고는 하는데요. 이런 핫기피족들은 일단 맛집을 가도 사진은 올리는데 장소를 절대 태그를 하지 않는다고 해요. 대신에 # '안알랴줌', #비밀이야 라는 태그를 올려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구요. 어떤 심리인지 23살 김한슬 학생에게 들어봤습니다.

    "저만 알고 싶은 곳이 있는데 너무 홍보가 되다보면 못가잖아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SNS에 잘 안알려진 곳을 혼자 가게 되는 것 같애요"

    그런데 이런 트랜드는 소비자들의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닙니다.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혐핫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 임미현 > 핫해지면 장사가 잘 되고 좋을텐데 왜 그렇죠?

    ◆ 조은정 > 적당히 손님이 온다면 모르겠지만 동네 자체가 너무 핫해지거나 그 가게가 너무 유명해지면 오히려 장사를 못하고 떠나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죠.

    ◇ 임미현 > 아.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이 번성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쫓겨나가는 그 현상 말이죠.

    ◆ 조은정 >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전국에 수많은 ~리단길을 유행시킨 경리단길입니다. 제가 그제 경리단길을 다녀왔는데 정말 빈 건물이 많고, 한눈에 봐도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임대료가 너무 오르니까 세를 못내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여기 시장골목에서 수십년간 꽃집을 한 똑순이 아주머니가 있는데요. 결국 최근에 떠나셨어요. 10년간 포차를 했다는 박모씨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이 동네 갑자기 뜨다가 확 죽었어요. 2년 전부터 차츰차츰 감소하는 거죠. 뜨다보면 건물주들이 하다못해 주택도 용도변경해서 세를 줄 거 아니에요. 임대료 상승하고, 임대로가 너무 오르다보니까 아무래도 힘들죠. 장진우 가게로 유명해 진건데 그 가게들도 많이 나가고 없어요"

    ◇ 임미현 > 경리단길의 유명세가 독이 된 거네요.

    똑순이 꽃가게로 유명했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사진=조은정 기자)

     

    ◆ 조은정 > 그렇죠. 어찌보면 상인들에게는 좀더 절박한 혐핫인거죠. 제가 가는 상수동쪽에 단골 카페도 혼자 운영하시는데 손님이 사진을 찍으면 블로그나 SNS에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세요. 왜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동네가 핫하다고 인식되면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또 인기는 잠깐이라는거죠, 영국이나 미국 뉴욕, 일본의 식당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요. 요즘은 아예 간판을 없애고 단골들만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임미현 > 참 젠트리피케이션, 이게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혐핫이 문화 트랜드가 아니라 어찌보면 생존 전략이기도 한거네요.

    (사진=조은정 기자)

     

    ◆ 조은정 > 젠트리피케이션은 이게 전세계적인 문제인데요.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순식간에 붐이 일었다가 인기가 사그라들고, 임대료도 너무 변동이 커서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아티스트가 서울에 대해 얘기한걸 들은적이 있는데 서울은 몇년만에 와도 너무 바뀌어 있어서 놀랜다고 해요. 그만큼 동네 모습을 오래 간직하기거 어려운 구조인 것 같은데요. 뉴욕이나 도쿄에서는 수십년 자리를 지킨 가게들이 많잖아요. 우리는 참 떴다 하면 원주민들이 쫓겨가고 개성을 바로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최근 정부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국회에서 토론도 열었는데요. 건물주와 상인, 소비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임미현 > 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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