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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혐'과 '여혐'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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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남혐'과 '여혐'의 끝은 어디인가

    [구성수 칼럼]

    13일 서울 이수역 근처 술집에서 남성들에게 폭행당했다고 호소한 여성 피해자의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요즘 '이수역 폭행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3일 새벽 이수역 부근 한 주점에서 남성 일행 3명과 여성 일행 2명 사이에 벌어진 단순 폭행사건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된 것은 남녀간 혐오논란으로 비화하면서다.

    발단은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 일행 중 한명이 다음날 한 인터넷 개방형 게시판에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만큼 폭행당해 입원중이나 피의자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옆 테이블에 있는 남녀커플이 계속 쳐다봐 말싸움을 했는데 이들과 아무런 관련 없는 남성들이 합세해 메갈(남성 혐오 인터넷 사이트) 등을 언급하며 자신들을 비난하고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수역 폭행사건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끝부분에는 "머리 짧고 목소리 크고 강한 여성이 별 것 아니라는 그 우월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우리 같은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게시 글은 상단에 다른 여성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뒷모습 사진도 첨부했다.

    이 글과 사진을 본 많은 이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래도 여혐(여성 혐오) 없는 세상이라고?"하는 등 수천 건의 댓글이 달렸다.

    여혐에 대한 공분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이어졌다.

    가해 남성에게 '죄에 맞는 처벌'을 해달라는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참여인원이 30만명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반전이 일어났다.

    주점에서 폭행사건 직전 말다툼하는 일부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된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여성이 남성의 특정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인신공격성 성희롱 폭언을 내뱉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수역 폭행 사건 직전 상황으로 추정되는 영상 중 일부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경찰 조사결과에서는 여성이 말다툼하던 상대 남성에게 다가가 손을 치는 행위에서 폭행사건이 촉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는 많은 남성이 공분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남성혐오주의자들을 성범죄로 처벌해 달라'는 등 반대청원이 쏟아졌다.

    '철저한 수사와 함께 가해 여성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에는 16일 현재 8만 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 실체는 앞으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일방의 주장에 근거해 남녀 집단이 서로 상대방 성을 혐오하고 나서는 것은 보는 이를 씁쓸하게 한다.

    여기에는 결코 동조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그동안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상대방 성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증폭시켜온 결과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특정 사이트와 집단 사이에서만 맴돌던 남혐(남성 혐오)과 여혐(여성 혐오)의 바이러스가 사회 속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서둘러 차단해야 한다.

    남혐과 여혐의 끝은 비극이다.

    한 하늘을 이고 있는 남녀가 집단적으로 상대방 성을 혐오하는 세상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세상은 결코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성차이가 있지만 남녀는 그렇게 서로 혐오하면서 원수처럼 지내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에덴동산에 있을 때 아담과 이브는 서로 '돕는 배필'로 창조됐다.

    구약성경에서 아담은 이브에 대해 "내 뼈중의 뼈요, 살중의 살"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삶 속에서 제대로 행해진다면 남녀간 혐오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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