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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하나 빠진 듯한 美언론의 '北 속임수 주장'



국방/외교

    나사 하나 빠진 듯한 美언론의 '北 속임수 주장'

    CSIS보고서 인용한 美 반응 일파만파
    김의겸 "北, 해당 미사일 기지 폐기한다고 한적 없어"
    트럼프 "충분히 인지, 새로운 것 없어" 일축
    보고서 속 위성 사진은 3월 29일 촬영돼
    6월 북미정상회담 직후에도 '속임수 주장' 반복돼
    38노스 "실제 증거가 아닌 트럼프 불만 인사들의 불신이 반영된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자료사진)

     

    미국 조야에서 북한이 또다시 기만 전술을 펼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 엉성한 주장이 얽혀있어 보도의 진의를 의심하게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3일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미사일 기지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즈 기사는 부정확하다"며 "충분히 인지한 내용"이고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일축할 정도다.

    ◇북한의 기만이라는 美언론 보도

    미국 싱크탱크가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운용기지와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CSIS홈페이지 캡쳐)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신고되지 않은 북한: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공개 상태였던 북한의 미사일 기지 13곳을 파악했다는 내용을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 중 한 곳인 삭간몰 기지의 기능을 분석하고 있다. 이 기지는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135km 떨어져 있으며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기지이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MBRM) 운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위성이 찍은 사진이 북한의 거대한 속임수(great deception)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부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하면서 뒤로는 핵탄두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강화하는 개발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즉각 반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미 군사당국이 이미 해당 시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며, "북한이 해당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보도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미사일 시설 전체를 신고한 적도 없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목표만 설정했을 뿐 동결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한 적도 없다"며 "북한의 활동이 합의 위반이거나 속임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C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포함된 사진은 지난 3월 29일 촬영됐다. 이는 북미정상이 만나 포괄적 비핵화에 합의하기 이전이다.

    ◇과거에도 반복됐던 '속임수' 주장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 직후에도 비슷한 국면이 펼쳐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7월 1일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함흥 지역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탄도미사일 생산시설이 추가로 건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슈멀러 박사는 "고체연료미사일 생산 인프라 확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사·상업용 인공위성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북한이 눈에 띄는 파란색 지붕을 씌워 확장 공사에 나섰다는 점은 의구심을 샀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실러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해 8월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인데, 탄소섬유복합재를 생산하는 곳으로 소개된 곳"이라며 "추진체 통을 만드는 시설일 수는 있지만 미사일 제조 공장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경상대 박종철 교수도 당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군수설비는 위성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지역을 선호하는데 산속도 아닌 도시에 위치하고 있고, 더욱이 눈에 잘 보이도록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며 군수시설이 아닌 민용 설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6월 26일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인프라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38노스는 "공개된 사진 만으로는 원자로의 가동 상태를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며 유보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당시 미국 NBC나 CNN 등 언론은 이 사진을 '북한 핵능력 확충의 증거'라며 북한이 트럼프를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북한의 속임수라고 주장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 7월 27일 38노스는 해당 보도들에 대해 "비밀 시설들에 대한 실제 증거가 반영되지 않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정부 내 인사들이 언론에 제공한 깊은 불신만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해당 보도들은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강경한 어조로 일관된 북미고위급회담은 결국 결렬됐다.

    비핵화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주류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고, 또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견제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미국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북한의 가시적 조치 이전에 회담을 열어선 안된다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여기에 포괄적이었던 6.12 센토사 합의 이후 교착이 길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미국 주류의 의구심을 더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미국은 ICBM에만 주력을 해왔는데, 민주당은 탄도미사일 전체로 폐기 대상을 넓히려는 듯 하다"며 "본격적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악마의 디테일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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