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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文의 패착' 김동연이 남긴 '3대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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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뒤끝작렬]'文의 패착' 김동연이 남긴 '3대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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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그가 '경제사령탑'을 자처한 1년 5개월은 환호와 안도의 연속이었다고 본다. 결론부터 묶어두면 1% 재벌과 집부자들만의 환호요, 안도였다는 게 문제였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첫번째 경제 부총리였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 신분으로 청문회를 한창 준비하던 지난해 5월말 기자들을 모아놓고 볼링 얘기를 꺼냈다.

    "숨어있는 5번 핀을 제대로 공략하면 10개의 핀들을 모두 쓰러뜨려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다". 일명 '킹핀 이론'이다. 맨 앞의 1번 핀을 보고 공을 굴리면 스페어 핀들이 남기 때문에 킹핀을 공략하는 경제 정책을 펴겠다는 얘기였다.

    1번 핀은 '저성장'을 가리켰다. 그간의 경제팀이 재벌에 기댄 낙수(落水) 이론 위주로 성장률 중심 정책을 운용했지만 자신은 다른 핀에 주목하겠다고 했다.

    5번 핀의 또다른 이름은 '사다리 복원'이었다. "사회보상체계는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의 문제"란 말도 곁들였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계층 이동 통로를 다시 잇겠다는 구상엔 '공명'(共鳴)이 없을 수 없다.

    따지고보면 현 정부가 내건 제이노믹스의 요체도 결국 사다리다. 사활을 건 '일자리 창출'도, 가계 임금과 소득을 끌어올려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소득주도성장'도, 대기업 갑질에 허덕이는 영세·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공정경제'도 사실은 사다리 복원과 이음동의어다.

    그가 초장에 킹핀 이론을 들고 나온 것도 그래서였을 터이다. 임명권자와의 '코드 맞추기'가 욕먹을 일도 아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다른 코드가 '공명'(空名)으로 드러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그간의 경제팀과 다른 시선으로 1번 핀에 접근하겠다 했지만, 다르지 않았다. '혁신성장'이란 포장지를 칭칭 둘렀어도 티가 났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점 하나만 찍은 판박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첫번째 패착(敗着)이다.

    대기업 규제 풀어 파이를 키워줘야 떡고물도 떨어진다는 얘기는 '철지난 레코드판'이다.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음을 전임 유일호 부총리마저 시인했을 정도다. 삼성 방문 등을 놓고 정권 내부에서조차 '투자 구걸' 논란이 불거졌던 까닭이기도 하다.

    대신 그는 '초심'대로 사다리 복원에 나서야 옳았다. 생존 경계에 있는 이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대선공약 이행에 모든 판돈을 걸어야 맞았다. 그럼에도 느닷없이 '속도조절론'을 꺼내들어 임기 내내 정책 혼선을 키운 건 두번째 패착이다. 자신의 공언과는 정반대로 '사다리 끊기'에 나선 셈이다.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의 문제'에서 그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준 것인가. 생존임금 인상조차 걱정된다면 사라진 계층 이동 통로는 어떻게 잇겠다는 것인가. 개천에서 용 나긴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해도, 최소한 뭍에 올라 숨이라도 쉴 수 있어야 익사는 면한다.

    이미 꼭대기에 오른 이들에겐 사다리는 성가시다. 복원 대상이 아니라 끊고 내쳐야 할 존재일 뿐이다. 소득 9.9분위가 10분위 자리에 오르려는 건 욕망의 문제이지 생존의 문제도 아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걸친 1~2분위에 놔줘야 할 사다리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걷어차는 일과 "킹핀을 공략하겠다"는 당초 바람이 모순되는 건 물론이다.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의 문제'에서 그의 세번째 패착은 보유세다. '패인이 되는 결정적인 악수(惡手)'란 사전적 의미에 가장 근접한 대목으로, 이는 곧 그를 기용한 문 대통령의 '패착'이기도 하다.

    현 정부 초반만 해도 평균 5억 7천만원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기준 7억 2천만원까지 치솟았다. 극소수 부의 상징만 같던 '10억대 아파트'가 외곽까지 도처에 생겨났다. 더이상 '똘똘한 한 채'라 부르기도 뭣한 광범위한 상황이 됐다.

    집값 급등의 궤적을 따라가보면 김 부총리의 미온적인 보유세 행보와 거의 맥을 같이한다. 그는 취임 전부터 줄곧 보유세 인상에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들에게 처음부터 묘한 시그널을 던져온 셈이다.

    특히 지난 7월초 그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은 집값의 '트리플악셀점프'를 부른 기폭제가 됐다. 이에 앞서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보유세 강화 권고안을 두고도 "찻잔속의 미풍"이라거나 "칼을 안 빼느니만 못하게 됐다"는 혹평이 쏟아진 상태였다.

    김 부총리는 한 발 더 나아가 특위 권고안마저 대폭 후퇴시켰다. 특위가 4년뒤 100%까지 올리자고 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0%까지만 인상하기로 하고, 대기업이 주로 소유한 빌딩이나 상가 등 별도합산토지는 보유세 인상에서 아예 빼버렸다.

    이에 더해 특위가 권고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방안도 "다른 자산소득과의 형평성이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제외시켰다.

    보유세 강화 수위만 지켜봐온 투기세력은 이를 신호탄으로 '집 사재기 모드'에 본격 돌입했다. 결국 시장 과열과 집값 급등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여당 대표까지 나서 종부세 강화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부랴부랴 9·13대책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다.

    김 부총리는 경질이 확정된 9일 "지난 1년 5개월 동안 경제와 일자리, 민생 세 가지에 매진해왔다"고 자평했다.

    "사람 중심 경제의 틀을 만들기 위한 경제패러다임 전환에 나름대로의 기초를 쌓은 것, 혁신성장을 어젠다화하고 구조개혁을 위한 모멘텀을 만든 점에서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과연 그런가.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1번 핀도, 5번 핀도, 그가 2번과 3번 핀으로 가정한 '청년실업'과 '저출산'도 일말의 흔들림 없이 그대로 우뚝 서있다. 그는 대체 어딜 바라보고 무얼 쓰러뜨린 걸까.

    기재부 한켠에서 지켜본 그의 '볼링'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 스트라이크가 없었단 반증이다. 2기 경제팀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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