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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이 서러운 세상…공정성 실마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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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빽' 없이 서러운 세상…공정성 실마리를 찾아서

    불운해서 분노하는 청년 세대들 '운과 능력'으로 해법 찾기
    각자 이익 대변하는 '공정성' 전쟁의 원인 분석
    "누구나 자신의 행운을 찾아서 가는 시스템 확립돼야"

    (사진=SBS 제공)

     

    2년 전 광화문 촛불은 이화여대 한 학생의 특혜 비리가 불씨가 됐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얽힌 학점 특혜 비리는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고 대통령 탄핵의 불씨가 됐다. 시민들은 공정하지 못한 사회와 이를 침묵으로 일관한 정치권에 분노했다.

    적폐 청산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공정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여전히 인맥을 동원한 채용 비리가 만연하고,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은 고용불안과 빈곤에 시달린다. 노력해도 상승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20, 30대 청년들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패배의 겸험들은 고스란히 분노로 쌓여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공정성전쟁'은 이런 청년 문제를 새로운 프레임에서 해독하려는 다큐멘터리다. 각 이익집단별 공정성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에서 '운과 능력'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류영우 PD는 "능력을 인정 받고 싶은데 이게 운인지 능력인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그게 핵심이었다. 이런 고민의 해법을 찾기 위해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실험을 살펴보자 싶었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 하키 단일팀 사건이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등을 보면 각자 공정성을 이야기하며 논쟁을 벌인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게 된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려 했다. 교양 PD라면 시대의 맥락을 전달해야 한다. 우리 삶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풀어내자고 생각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 이유를 찾고자 한 제작진은 철저한 성과주의인 미국과 복지 국가로 잘 알려진 핀란드로 향한다. 류 PD에 따르면 이들 두 국가에서는 '운과 능력'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능력있는 자를 불운하게 만들지 않는 시스템이지만 그 이면이 존재하고, 핀란드는 누구나 조금씩 갖고 있는 능력으로 다 같이 잘 살자는 목표 설정이 분명하다.

    류 PD는 "핀란드가 복지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어려움을 다 같이 이겨내서 먹고 살아보자는 나라였다.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이 원칙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는 관점이 다른 두 나라를 살펴보고 싶었다"면서 "결론적으로 불운을 극복하려면 행운을 나눠야 한다. 누군가 행운을 찾아서 그것을 나누면 그 행운을 나눠 받은 사람이 또 더 큰 행운을 찾아서 나눈다. 그런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상위 1.5%가 행운을 얻는다면 98.5%도 행운을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박진홍 책임 프로듀서, 류영우 PD, 정선년 작가. (사진=SBS 제공)

     

    물론 이 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빈부격차 등 구조적인 불평등 문제가 나오지 않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들을 깊이 파고들기까지는 한계가 있지만 사회의 중요한 화두를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

    박진홍 책임 프로듀서는 "지금 20~30대 청년들이 겪고 있는 불운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구조적 문제까지 깊게 이야기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불운한 세대라고는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례없는 스펙을 쌓은 세대다. 이런 세대가 스스로 불운하다고 여긴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와 여건이 무엇일까 보는 거다"라고 프로그램이 '운과 능력'이라는 키워드로 지향하는 바를 밝혔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은 동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와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왔다. 현실의 문제를 결코 빗겨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 문제를 청년 시각에서 보고 싶었다. 프로그램 하나에서 대단한 해결책이나 대책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문제를 알리고, 하나의 통찰을 제시하는 거다. 이번에는 '운과 능력'이라는 프레임으로 그려보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청년 문제를 청년의 시각에서 그리는 시도는 등장인물들로 증명된다. 정유라 학점 특혜 비리를 처음 고발한 이화여대 대학생·스크린도어 정비 근무를 하다 사망한 김모 군의 직장 동료·배우 이종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종석의 내레이션 데뷔를 비롯해 정유라 비리 최초 제보자 또한 처음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모두 제작진이 특별히 섭외에 공을 들였다. 프로그램 주제와 접점이 있는 다른 이들과 달리 이종석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 특별했다.

    류 PD는 "이종석은 본인이 어린 시절 배우 생활을 어렵게 했기 때문에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통해 함께 고생한 친구들을 사비를 털어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불운을 극복해야 더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종석과 내레이션으로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말했다.

    정선년 작가는 "이종석은 정말 노력파 배우다. 그런데도 본인이 성공한 것에 있어서 노력이나 실력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더라. 그런 게 우리 주제와도 맞지 않나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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