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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令' 안서는 김병준, 당권 못 잡고 레임덕 빠지나



국회/정당

    '令' 안서는 김병준, 당권 못 잡고 레임덕 빠지나

    '박근혜 끝장토론' 제안 해놓고 한발 물러서
    20% 컷오프 검토, 당내 반발에 "결정된 바 없어"
    전대 연기론 일축, 비대위 내년 2월 종료 확정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원내대표·당대표 선거 등이 코 앞으로 다가온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본격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김병준호(號)가 레임덕(Lame Duck)에 빠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끝장토론' 제안과 '당협위원장 20% 컷오프', '전당대회 연기론' 등 각종 현안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당내 반발 등을 이유로 발언을 번복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끝장토론 제안' 후 역습 당해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초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위해 전원책 변호사를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 위원으로 영입하는 동시에 이른바 '박근혜 끝장토론'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대선 패배는 물론 탈당과 복당사태 등을 야기하면서 여전히 당내 계파갈등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끝장토론에 대해 "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안 하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수대통합을 전면에 내걸고, 잠재적인 갈등을 털고 가겠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탄핵 사태 이후 숨죽이고 있던 친박계가 이에 적극 호응하고 나서면서 발생했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4선)은 지난달 31일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는 우리 당에 미래가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당했는지 토론하고 백서를 만들자"고 역제안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12월 원내대표 선거 앞두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선거가 끝나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친박계의 의외의 역습에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은둔할 수 밖에 없었던 친박계에게 김 비대위원장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으로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20% 컷오프 번복 논란

    비대위가 제시한 '당협위원장 20% 컷오프' 관련 번복 사태도 김 비대위원장의 레임덕을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당 조강특위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당협위원장 교체 기준 등을 제시하면서 당무감사 컷오프 기준을 하위 20%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도 하위 20%에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컷오프 기준을 만들었다"며 "수치를 20%로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당도 인적 쇄신을 위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조강특위 내 실권자로 알려진 전 위원이 이에 강력 반발하자, 김 비대위원장은 컷오프 비율은 결정된 바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전 위원은 6일 언론 인터뷰에서 "하위 20% 기준은 조강특위 의견이 아니고 비대위의 의견일 뿐"이라며 "한국당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찾다보면 컷오프 기준이 하위 30%가 될 수 있고, 40%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강특위의 고유 권한을 비대위가 개입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초선의원들과 조찬 모임에서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찬 모임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컷오프 20%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며 "조강특위에 권한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인 결정권인 비대위원장인 자신에게 있다면서 의원들을 진정시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 전대 시기 확정…레임덕 시작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일각에서 제기된 전당대회 개최 시기가 내년 5월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종료 시점을 2월말로 특정하면서 수습에 나선 점도 문제다. 당헌‧당규상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비대위 조직의 특성상 종료 시점을 못 박는 순간부터 사실상 레임덕이 발생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조찬모임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비대위원장은 "2월 말까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마무리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 위원은 당무 감사 등 지역구 재정비 작업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당초 내년 1~2월 비대위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 이후로 예측됐던 전당대회 실시 시점을 내년 6~7월로 연기해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친박계 중심 차기 당권주자들이 비대위의 역할이 '전대 준비'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견제에 나선 것도 비대위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범(凡)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이날 '보수의 미래' 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여건을 잘 조성해주고, 당헌·당규를 개정해 여건을 마련하는 게 최고의 기능"이라며 "과거 인명진 비대위원장 때는 외부행사도 안 갔고 당에 올인했다"며 김 비대위원장을 겨냥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도 "지금 비대위는 빠른 시일 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대를 열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라며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일은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비대위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당권 욕심을 포기하지 않은 김 비대위원장 스스로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위 출범 후 100여일이 지났음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점도 현실 정치 참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김 비대위원장에게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초반부터 당내 계파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파격적인 인적쇄신 등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의미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바로 직전인 홍준표 체제에 대한 반감이 워낙 커서 그렇지 김병준 비대위가 지금까지 한 게 뭐 있냐"며 "개인 욕심을 부리지 말고 전당대회 준비를 잘 해주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 재선의원도 최근 비대위가 발표한 '보수위기 진단' 보고서 사례를 들며 "아무리 용역을 줬다고 해도 너무 대놓고 '김병준 띄우기'를 해서 유치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어느 정도 정해진 답이 나오는 건데 누가 그런 보고서에 동의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용역보고서에서 한국당 지지층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에 이어 4번째로 김병준 체제에 호감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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