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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법과 현실의 괴리



국방/외교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법과 현실의 괴리

    "2015 한일합의는 위헌" 헌법소원에
    외교부 "정치적 합의일 뿐 조약이 아니야" 의견서
    "조약 아닌 정치적 합의, 공권력·기본권 침해 X"
    정의연 "한일합의 때문에 피해자들 권리 침해 가속"
    "아무것도 아니면 여때까지 왜 질질 끄냐" 질타

    '위안부 피해' 소녀상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5년 한일 합의'가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해 피청구인인 외교부는 헌법소원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의견서에 대해 "한일 위안부 합의의 법리적·절차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며 "당시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일 뿐 조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 외교부 "법리적 측면에 초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와 유족 42명을 대리해 '2015 한일 위안부 합의'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민변은 지난 2016년 3월 "국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길을 봉쇄했다"며 "피해 할머니들의 재산권과 인간의 존엄성·가치를 침해하고 국가로부터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또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수렴이나 사후 내용 설명이 이뤄지지 않아 알권리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헌재에 이 헌법소원을 각하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헌법소원 자체가 적당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헌재에게 본안을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외교부의 주장은 법리적으로는 일면 타당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헌법 제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적시돼 있다.

    외교부는 그러나 '2015 한일합의'는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일 뿐이기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질 수도 없고,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 규정된 청구사유(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아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수요집회 (사진=자료사진)

     

    ◇"합의라서 아무것도 아니라면 왜 질질 끌고 있나"

    하지만, 피해자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말이다.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 인정을 넘어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라고 판시했다.

    그 결과로 이뤄진 게 2015년 한일합의인데, 이 때문에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이라는 실질적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교부 스스로 엄청난 모순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2015년 한일합의에 대해 정부는 국가간의 약속이라고 강조해왔다"며 "국가간의 약속을 우선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배제시킨 행위를 이제 와서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 2015 한일합의라는 국가의 정치적 행위가 엄연히 거대한 힘으로 작동해 피해자들의 정당한 요구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데 어찌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외교부를 비판했다.

    한일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10억엔 예산을 편성하자 우리 정부는 합의 준수 압박에 시달려 왔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정부는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뒤, 국제사회에서의 비난과 비판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현재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놓고, 일본과의 협의를 이유로 처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윤 대표는 "조약이 아니라 합의일 뿐이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을 가지고, 여태까지 왜이리 질질 끌고 있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때문에 법리적으로 외교부의 판단이 옳다면,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포함한 2015한일합의 무효화 절차를 밟으라"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실현에 옮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도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2015년 위안부 합의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결국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상처가 치유돼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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