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호주인 수녀가 당국의 강압을 이기지 못해 봉사활동 27년 만에 자국으로 돌아갔다.
4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인 수녀 퍼트리샤 폭스(71)는 전날 밤 필리핀을 떠나 호주로 돌아갔다.
폭스 수녀는 1990년대 초부터 27년간 필리핀에서 현지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여성, 농부 등 소외계층을 돕는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4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필리핀 이민국이 폭스를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으로 분류하고 24시간 감금, 조사한 뒤 추방명령을 내렸다.
이민국은 지난 6월 이 명령이 법무부에 의해 취소되자 폭스의 선교사 비자 기한을 연장해주지 않고 지난 7월 2차 추방명령을 내린 뒤 지난 3일 만료된 임시 방문비자 기한연장을 거부했다.
필리핀 당국은 폭스가 필리핀 정부의 인권문제 등을 다루는 기자회견과 시위에 참가하는 등 국내 정치에 개입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폭스를 향해 "외국인인 당신은 수녀의 탈을 쓰고 나를 모욕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폭스 변호인은 "폭스는 선교활동의 하나로 소외계층과 함께했다"면서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