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탐정손수호] "1조원 가치 훈민정음 상주본, 어디 숨겼나"



사회 일반

    [탐정손수호] "1조원 가치 훈민정음 상주본, 어디 숨겼나"

    한글 창제 원리, 연구자 주석까지 실린 보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가가 소유권 가져
    소장자 배씨, 숨겨놓고 내놓지 않는 상황
    보상금 주고 환수하는 것은 여러 문제 있어
    해외 유출 막기 위해 문화재 가지정이 시급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손수호 변호사(법무법인 현재 강남분사무소)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탐정 손수호, 손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변상욱> 오늘 가져오신 사건은 뭡니까?

    ◆ 손수호>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한 발언 때문에 더 화제가 된 사건이죠.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로 알려진 배 모씨 관련 논란입니다.

    ◇ 변상욱>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1,000억 원을 줘도 국가에 바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국감에서 당당하게 얘기를 했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만약 이게 진심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동안 여러 건의 송사를 겪고 논란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동안 배 씨는요. 이 귀한 이 고서적이 자기 소유물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가 이걸 가져가려면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문화재청은 이미 이게 국가 소유가 된 지 오래이므로 배 씨 소유가 아니라고 반박했죠.

    ◇ 변상욱> 전혀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논란이 얼마나 계속된 겁니까?

    ◆ 손수호> 2008년에 처음 알려졌는데, 1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요. 오늘은 그동안 이 공방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진행됐으며 바람직한 해결 방안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

    ◇ 변상욱> 그러면 일단 훈민정음 해례본부터 개념 설명을 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 손수호> 훈민정음 다들 잘 아시죠. 세종대왕이 창제한 문자입니다. 우리 고유의 문자죠. 훈민정음 해례본은 이런 훈민정음에 대한 해설서입니다.

    ◇ 변상욱> 해설서.

    ◆ 손수호>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 사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해설서인데요. 한글 창제 3년 뒤인 세종 28년, 서기 1446년에 발간됐습니다. 그런데 1940년까지는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해례본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는 훈민정음이 외국 문자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창문에 있는 창살을 보고 만든 것이다, 이런 추측들만 있었고요. 일본은 심지어 자기네들의 고대 문자인 ‘신대문자’를 본떠 만든 거라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하면서 한글의 가치를 깎아내렸는데요. 그런데 이 해례본이 실제로 발견되면서 그런 추측이나 거짓 주장이 사라지고 훈민정음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잘 만들어진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됐죠.

    ◇ 변상욱> 정말 소중한 자료인데. 그런데 1940년에 처음 발견된 겁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사실 애써 만든 훈민정음을 조선 시대에서는 좀 천시했잖아요.

    ◇ 변상욱> 그랬죠.

    ◆ 손수호> ‘언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민족의 글과 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그때서야 일부 학자들이 나섰고 ‘훈민정음 언해본’을 발견합니다. 이건 훈민정음 해례본을 한글로 풀어쓴 거예요. 그런데 이 언해본도 훈민정음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고는 있었지만, 일제는 이 언해본은 18세기에 만들어진 가짜다, 위작이다, 이렇게 주장을 했죠. 그리고는 우리 학자들과 일제가 앞 다퉈서 언해본의 바탕이 된 해례본 찾기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 변상욱> 언해본을 만든 거 보니까 해례본은 틀림없이 있는데. 이걸 찾으려고 한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일제는 이걸 찾아서 없애기 위한 생각이었고요.

    ◇ 변상욱> 이걸 없애겠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 변상욱> 흉칙한 인간들이네요.

    ◆ 손수호> 만약 일제가 이 해례본을 먼저 발견해서 없애버리면 한글 창제에 관련된 증거가 다 사라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례본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는데요.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이름을 날리던 문화재 수집가 간송 전형필 선생.

    ◇ 변상욱> 간송 선생이.

    ◆ 손수호> 이 간송 선생이 훈민정음 해례본 찾기에 뛰어들게 되는데요. 간송 선생은 우리 문화재가 일제에 수탈되는 것을 보다 못해 사재를 털어서 문화재를 사 모았던 분이죠.

    ◇ 변상욱> 그렇죠.

    ◆ 손수호> 간송 선생이 일제의 감시를 뚫고 해례본의 행방을 추적한 끝에 사회주의 국문학자 김태준으로부터 이 해례본이 실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장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소장자가 당시 돈으로 1,000원을 달라고 했어요.

    ◇ 변상욱> 그 당시에 1,000원이면 그 가격을 지금하고 비교를 해 주신다면?

    ◆ 손수호> 이게 기와집 한 채 가격이었습니다.

    ◇ 변상욱> 기와집 한 채.

    ◆ 손수호> 이것도 굉장히 비싼 거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 간송 선생이 오히려 ‘훈민정음 해례본 같은 보물은 이 정도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그 10배 즉 매각하려는 사람이 제시한 금액의 10배인 10,000원.

    ◇ 변상욱> 그 당시에 기와집이라면 오늘날에 서울의 제일 좋은 자리의 아파트 값이라고 치고. 아파트 열 채 값을 주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열 채 값을 주고 이 해례본을 샀습니다.

    ◇ 변상욱> 그래서 존재가 확인됐고 지켜지게 되는 거군요.

    ◆ 손수호> 네. 간송 선생은 해례본을 구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했어요. 그러다 해방 후에 공개했는데요. 그때 한글 창제의 과학적 원리가 확인되고 우수성이 입증된 거죠. 그리고 6.25, 한국 전쟁이 터져서 간송이 어렵게 모은 문화재들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 해례본만은 품에 넣고 피난을 갔다고 합니다.

    ◇ 변상욱> 그러면 이렇게 소중한 훈민정음 해례본. 그런데 지금 논란이 되는 해례본은 또 어떤 겁니까?

    ◆ 손수호> 그동안 이 해례본은 간송이 수집한 것 하나만 존재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 여기서 사건이 생깁니다. 2008년 7월에 경북 상주에 사는 고서 수집가 배 모씨. 좀 전에 말씀드린 그 배 모씨입니다. 배 모 씨가 집을 수리하기 위해서 짐을 정리하다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다면서 방송국에 제보를 합니다. 그런데 이제 간송 선생이 수집해서 간송미술관에 보관하고 있던 해례본.

    ◇ 변상욱> 보관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 손수호> 그것과 동일한 판본으로 확인이 됐고요. 이 둘을 구분해야 하니까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불렀는데요. 간송미술관에 있는 건 ‘안동본’이라고 부르고, 배 모 씨가 공개한 건 ‘상주본’이라고 부르게 된 거죠.

    ◇ 변상욱> ‘상주본’, ‘안동본’. 아무튼 같은 내용이다 이거죠?

    ◆ 손수호> 그런데 똑같은 책이 두 권이 됐으니까 한 권의 가치는 떨어진 거 아니냐. 이런 생각도 할 수가 있는데요. 그런데 또 그렇지가 않아요. 물론 새로이 공개된 ‘상주본’은요.

    ◇ 변상욱> 배 씨의 ‘상주본’.

    ◆ 손수호> 앞부분 서문 4장 또 뒷부분 1장이 없어요. 그거는 좀 안타깝죠. 하지만 전체적인 보존 상태는 오히려 기존에 있었던 ‘안동본’보다 좋습니다. 그리고 이게 매우 중요한데요. 기존의 간송 선생의 ‘안동본’에는 없는 부분, 없는 내용이 ‘상주본’에는 있습니다. 이게 바로 당시 연구자들의, 학자들의 자세한 주석인데요.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 변상욱> 그러네요. 당시 학자들이 주석을 또 자세하게 달아놓은 게 있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래서 고문서 연구자들은 이 ‘상주본’ 이 보물의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의미로 ‘가치가 1조 원 이상’이라고 말했고요. 그때부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가치가 1조 원이라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돼버린 거죠.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 배익기 씨

     

    ◇ 변상욱> 정말 어디를 참고하고 어떤 걸 연구하고 어떤 걸 고민했는지가 이제 다 상세하게 들어 있는데. 그거 정말 읽어보고 싶은 내용인데. 1조 원이 정설처럼 돼 버렸고 그 뒤의 소유권 분쟁은 어떻게 진행이 된 겁니까?

    ◆ 손수호> 이 부분 참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데요. 배 씨가 ‘상주본’을 공개하니까 골동품상을 운영하던 조 모씨가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이 ‘상주본’은 원래 내가 운영하던 골동품가게에 있던 물건인데 이 배씨가 훔쳐간 거다”라고 주장하면서.

    ◇ 변상욱> 훔쳐간 거다?

    ◆ 손수호> 배 씨와 조 모씨 사이에서의 소유권 분쟁이 시작되는데요. 관련된 이야기가 굉장히 많습니다만 정리를 하면, 이 골동품상 조 씨의 가게에 문제의 ‘상주본’이 있었고 또 고서 수집가였던 배 씨가 거기 있던 많은 책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과정에서 ‘상주본’까지 가져가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조 씨는 배 씨가 훔쳐간 거라고 주장하고요. 반면에 배 씨는 아니다 값을 다 치르고 사 간 거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한 거죠.

    ◇ 변상욱> 뭔가 집 수리하다가 툭 튀어나왔다고 하는 거 보니까 있는지는 잘 몰랐던 것 같기는 한데. 그러니까 여러 권 사 가는데 그냥 묻어갔느냐. 아니면 있는 거 보고서 쓱 덮어가지고 한꺼번에 집어갔느냐. 모르겠습니다만.

    ◆ 손수호> 주장이 상반돼요. 그리고 사실 배 씨가 조 씨의 가게에서 산 것인지에 대해서도 본인이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전에 조 씨의 골동품 가게로 이 ‘상주본’이 흘러들어 간 정황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배 씨가 매수를 했든 절도를 했든 조 씨의 골동품 가게를 거쳐간 것으로는 추정됩니다.

    ◇ 변상욱> 책 관리할 때 이게 무슨 책인지 반드시 내용을 좀 꼼꼼하게 확인하는 버릇을 길러야 될 것 같습니다. (웃음) 아무튼 조 씨의 골동품 가게에 있었다는 건 입증이 됐단 말이죠.

    ◆ 손수호>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거든요, 형사적으로 문제가 됐기 때문에. 그런데 이 ‘상주본’이 원래 안동에 있는 광흥사의 나한상 안에 있던 것으로 드러났어요.

    ◇ 변상욱> 거기에다 누가 소중하게 감춰놓은 거네요, 소중한 걸 아니까.

    ◆ 손수호> 네. 검찰은 1999년경 문화재 전문 절도범 서 모씨가 이걸 훔쳐서 골동품상 조 씨에게 팔았다는 결론을 내린 거죠.

    ◇ 변상욱> 장물 아닙니까, 그러면?

    ◆ 손수호> 그렇게 된 거죠.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바로 문화재청의 입장인데요. 신라시대에 창건된 광흥사 불상에서 불경도 아닌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이 문제의 문화재 절도범 서 씨가 과거에도 주요한 문화재 사건 터질 때마다 이건 내가 훔친 거다, 내가 관련된 거다라고 주장을 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건 장물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하지만 광흥사에 훈민정음의 판본이 있었다는 예전 기록이 있어요. 1946년에 광흥사에 방화로 인한 불이 났는데요. 이때 훈민정음의 판본이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관음사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의 ‘상주본’이 나왔다고 해도 그게 아주 이상한 이야기는 아닌 거죠.

    ◇ 변상욱> 판본을 보관하고 있던 곳이니까 당연히 거기에 딸린 해례본도 같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든지 추정이 가능한 거죠?

    ◆ 손수호>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죠.

    ◇ 변상욱> 그런데 내 가게에서 훔쳐갔다는 조 씨. 배 씨는 내가 돈 주고 다 수집할 때 같이 묻어왔다는 것. 결론은 어떻게 됐습니까?

    ◆ 손수호>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2012년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상주본’의 소유권은 골동품상이었던 조 씨에게 있다는 판결이었어요. 그리고 법원에 의해 소유권자로 인정받은 조 씨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증식을 가집니다. 그러면서 이 ‘상주본’을 국가에 기부, 증여했어요. 이로써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법적으로 국가의 소유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건 권리만 준 거고요.

    ◇ 변상욱> 권리만 준 거고.

    ◆ 손수호> 실제로 이 해례본 실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 씨는 여전히 ‘상주본’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변상욱> 그럼 기증식은 뭘 갖고 했어요?

    ◆ 손수호> 기증식을 할 때는 영인본, 복사본을 가지고 했어요. 실물이 없으니까. 그리고 기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 씨가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배 씨는 ‘상주본’의 행방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버린 거죠. 이후 법정 다툼이 있었어요. 그래서 배 씨의 집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상주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배 씨가 자신만 아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겨두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이미 외국으로 반출한 거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죠.

    ◇ 변상욱> 반출이면 이거 또 밀반출이 되는 거 아닙니까, 문화재는. 그것도 어려운 문제인데.

    ◆ 손수호> 그렇죠.

    ◇ 변상욱> 아무튼 조 씨 소유로 대법원은 확인을 해 줬고 조 씨는 그걸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기념식까지 가졌고. 소유권은 국가에 있는 것같이 보이는데. 그럼 배 씨에게서 강제로 내놓으라고 갖고 올 수는 없는 건가요?

    ◆ 손수호> 가능하죠, 법적으로는.

    ◇ 변상욱> 법적으로는.

    ◆ 손수호> 법적으로는 강제집행 가능합니다. 그런데 좀 복잡한 문제들이 있어요. 배 씨는 상주본을 낱장으로 뜯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내놓지 않고 버티다가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서 기소됐어요. 낱장으로 뜯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거죠.

    ◇ 변상욱> 그걸 뜯는다는 말이에요?

    ◆ 손수호> 해체를 했습니다, 낱장으로.

    ◇ 변상욱> 아니, 복원하려고 몇 년이 걸리면서 그걸 붓으로 살살 다루는 그런 오래된 문화재를 1장씩 뜯었다니요.

    ◆ 손수호> 검찰이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했고요. 1심에서는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징역 10년형을 선고했어요. 그런데 배 씨가 억울하다면서 항소했고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상주본’을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항소심에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무죄 판결이 나왔어요.

    ◇ 변상욱> 이런 바게닝이 가능한 겁니까?

    ◆ 손수호> (웃음) 그것 때문에 무죄가 나온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검찰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 확정됐거든요. 그런데 이게 범죄 증거가 부족했다는 것이지 배 씨의 소유권이 인정된 건 아니에요, 형사 재판에서는.

    ◇ 변상욱> 그렇죠.

    ◆ 손수호> 여전히 민사적으로는 배 씨가 소유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유효하게 존재합니다. 그런데 무죄 판결을 받으면 ‘상주본’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 내놓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배 씨에게 절도, 그러니까 ‘상주본’을 조 씨 가게에서 훔쳐갔다는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됐는데요. 여기서 의외의 결과가 나옵니다. 절도를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서 무죄 판결이 나온 거예요. 이걸 다 종합하면 약간 모순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원래 소유자는 골동품상 조 씨였고 조 씨의 소유권이 법원에서 인정됐지만 지금은 배 씨가 가지고 있고 또 그렇다고 해서 배 씨가 훔쳐갔다는 증거는 없다.

    ◇ 변상욱> 없고.

    ◆ 손수호> 그리고 또 훼손했다는 증거도 없다.

    ◇ 변상욱> 무죄로 끝났으니까.

    ◆ 손수호> 매우 복잡한 상황입니다.

    ◇ 변상욱> 아무튼 배 씨가 내놓는 게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강제가 정말 안 된다? 아니다, 가능하다? 어떻습니까?

    ◆ 손수호> 법적으로는 가능해요. 그런데 섣불리 나섰다가 배 씨가 정말로 이걸 훼손해 버리면 어떡하나. 정말로 이걸 없애버리면 어떡하나. 이런 걱정 때문에 법 집행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죠.

    ◇ 변상욱> 그런데 배 씨가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가지고 있다가 홍수가 나서 집이 물에 잠긴다거나 아니면 불이 나서 소실된다거나 이럴 수도 있는 거죠.

    ◆ 손수호> 실제로 훼손됐습니다.

    ◇ 변상욱> 네?

    ◆ 손수호> 2015년에 방화인지 실화인지 알 수 없지만 상주에 있던 배 씨 집에 불이 났어요.

    ◇ 변상욱> 아이고, 은행 금고에라도 맡겨놓지 그걸.

    ◆ 손수호> 집안에 있던 골동품, 고서적, 집기가 탔거든요. 상주본도 이때 일부 불에 탔고요. 배 씨가 불에 탄 ‘상주본’의 일부분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는데, 배씨는 그 후에도 ‘상주본’ 상태를 말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작년 4월 이 지역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있었는데요. 배 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재산을 신고하잖아요. 그런데 내 재산이 1조 원이라고 말한 거예요. 왜냐하면 1조 원 가치의 상주본을 가지고 있으니까.

    ◇ 변상욱> 현금은 없지만.

    ◆ 손수호> 그런데 선관위에서는 이건 확인되지 않는 거라면서 거부했고요.

    ◇ 변상욱> 그러면 결국 팔 생각은 분명히 있는 거군요.

    ◆ 손수호> 팔 생각이 있을 수도 있죠. 물론 지난번 국정감사에서는 없다고 했지만요. 실제로 2015년 화재 무렵 한 여성이 ‘상주본’의 복사본을 들고 고서적 취급점들을 다니면서, ‘팔고 싶다. 얼마 받을 수 있겠느냐.’ 이렇게 물어봤다고 하는데요. 이걸 두고 배 씨가 몰래 처분하려고 알아본 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 변상욱> 그러면 결국은 강제 집행만이 남아 있는데 그 전에 또 훼손될까 봐 걱정은 되고. 손수호 탐정이 결론적으로 덧붙이시고 싶은 말씀은 뭡니까?

    ◆ 손수호> 혼란이 계속되다 보니 상주본의 해외 유출까지 우려되는데요. 이걸 막기 위해서 일단 상주본을 문화재로 가지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지금 적당히 협상을 해서 보상해 주고 찾아오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예산도 부족하고요, 또 법적으로 따져봐도 걸림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민사적으로는 배 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판결이 있기 때문에 이걸 돈을 주고 사 온다면 장물을 사 오는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요. 또 매장문화재법을 보면요. 돈스코이호 사건 때도 말씀드린 법인데요. 보상금, 포상금 조항이 있어요. 그런데 이 ‘상주본’이 과연 매장 문화재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이 법을 적용할 수 없거든요. 따라서 이건 보상 대상이 아니라 몰수 대상이라는 말이 나오고는 거죠.

    ◇ 변상욱> 그래서 일단 문화재로.

    ◆ 손수호> 문화재 보호법에 따르면 지정 문화재 또는 가지정 문화재를 외국으로 유출하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그리고 그 문화재는 몰수 대상이 되는 거죠. 그런데 아직 ‘상주본’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유출돼도 위 법 적용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문화재로 가지정이라도 해 놓고 그 다음 해법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변상욱>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고맙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