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산 킨텍스에서 한유총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에듀파인이 뭔지도 몰라요. 제대로 홍보도 안됐으면서 정부에서 강요하는게 말이 됩니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30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A유치원 원장은 이같이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한유총은 전국 3000여개 회원에게 유치원당 2명씩 토론회에 참여하고, 상하의 모두 검은색으로 맞춰 입고 올 것을 요청했다.
한유총은 토론회에서 '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위한 구분 경리제도의 도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오후 4시까지 예정된 토론회 이후 자유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전국에서 몰린 사립유치원 이사장·원장들 대다수는 마치 상복을 입은듯 검은색 옷을 입고 토론회장에 등장했고, 2천여명으로 추정된 참석자들은 11시30분이 돼서야 출입을 완료했다.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반발해온 한유총은 일찌감치 언론의 출입 통제를 알렸고, 실제 사설경비업체 소속으로 보이는 요원들이 토론회장 출입문을 지키며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30일 한유총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몰린 사립유치원 관계자들. (사진=김명지 기자)
참석자 중 몇몇이 취재진 앞에서 입을 열려 하면 한유총 관계자들이 나서서 "토론회장으로 들어가라"고 하거나 몸을 돌려 제지시키는 모습도 나타났다.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유치원 원장들은 대부분 "할말이 없다"고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지만, 일부 원장들은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다 죽이려고 한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녹취금지를 요구한 한 원장은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을 도입하면 대체 뭐가 좋아지는지 모르겠다"며 "수 십억을 들여 유치원을 세워 아이들 교육을 시켰는데 왜 우리들을 모두 비리 집단으로 몰아가냐"고 토로했다.
경기 지역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국가에서 생각하는 유치원 교육과 사립유치원의 교육 목적이 다를 수 있는데, 한쪽에만 맞춰 비용을 관리하고 감사 기준을 둔다는 데 불만이 크다"며 "이건 사립유치원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는 방식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정의 발표엔 사인이 설치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부분은 제대로 돼있지 않다"며 "지출할 때만 학교였고, 다른 땐 '버려둔 자식' 아니었냐"고 비난했다.
전남에서 왔다는 C원장은 "학부모의 동의와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처지고, 누구보다 학부모를 제일 무서워 한다"며 자정 가능성을 강조했다.
토론회가 열리는 도중 토론회장 밖에서는 "30년 유치원 이사장"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폐원 신청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한유총 윤성혜 언론홍보이사는 취재진에게 "오후 4시 이후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다뤄질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한편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이 유아교육을 돈벌이로 전락시켰다"면서 한유총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유총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를 비롯해 총 네 차례의 정부 주최 토론회를 집단행동으로 파행시켜 국민의 거센 비판을 촉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