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연극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1980년, 소시민 김두관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기 위해 억울하게 강도 누명을 쓰게 된 이오구는 감옥에 간다.
상을 받은 김두관은 유명세를 타지만, 같은 시절 만들어진 효도왕, 세금왕, 친절봉사왕 등과 마찬가지로 정권 홍보를 위해 이용될 뿐이다.
이때 감옥에서 출소한 이오구가 김두관을 찾아가 딱 한 번만 배를 찌르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둘의 악연이 이어진다.
서울문화재단(대표 김종휘) 남산예술센터의 2018년 시즌 프로그램 연극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작/연출 최치언, 창작집단 상상두목 공동제작)이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라는 제목은 주인공 2명의 삶을 지켜보는 관객의 감탄사를 미리 담았다.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포장하려는 국가 권력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두 주인공은 용기를 내지만, 그럴수록 수렁에 빠지는 모습에 이 탄성을 연발하게 된다.
연극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1980년대와 2016년을 배경으로 '용감한 시민상' 때문에 엉뚱하게 꼬이고 얽힌 두 남자와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는 이용당하는 줄 모르고 이용당하고, 이용당하는 줄 알면서도 이용당해야 하는 두 주인공의 상황은 한국사회의 기이한 딜레마와 용기의 가치에 대해 되묻는다.
2015년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에서 극중극중극 구조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이 연극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헷갈리게 만들면서 진실은 사라지고 허상만을 쫓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 바 있는 최치언 작가가 영역을 넓혀 이번엔 연출까지 도맡았다.
이번에도 기발한 상상력과 한국 현대사 30년 세월을 가로지르는 드라마, 그리고 극중극 형태 등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최치언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웃음 뒤에 서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11월 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