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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유치원 안보내자니 답이 없다…속타는 학부모들



교육

    비리 유치원 안보내자니 답이 없다…속타는 학부모들

    • 2018-10-18 15:40

    맞벌이 부부들 "어느 세월에 다른 유치원 찾나"
    유치원 정상화 한가닥 희망…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들 보내

    (사진=연합뉴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8시께 경기도 화성시 동탄 환희유치원에서 전 원장 A씨가 강당에 모인 200여 명의 학부모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결과에 따르면 A 씨는 교비로 명품 가방을 사고 숙박업소와 성인용품점, 노래방 등에서 돈을 사용하는 등 약 7억원을 부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은 지난 14일 A씨가 유치원을 항의 방문한 학부모들을 피해 미리 준비한 구급차로 현장을 빠져나간 지 사흘만에 학부모들을 처음 대면한 자리였다.

    A씨가 강당에 들어서면서부터 장내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강당 공기는 얼어붙었고, 성난 학부모들의 탄식 소리, 혀를 차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일부 학부모는 분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A씨가 짧은 사과 후 자리를 떠날 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유치원 정상화를 하겠다는 원장의 약속을 믿어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용서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울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한 학부모는 "너무 충격적이고 화가 나서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축 처진 상태로 생활해왔다"며 "비리 내용도 자극적이고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에 교비를 사용했지 않나"라며 성토했다.

    이어 "그런데도 아이를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당장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다른 유치원을 보내려면 빈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 대기를 걸어야 하고, 추첨권을 받아 당첨되어야 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 유치원 재학생만 1천명이 넘는데 한 번에 옮기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설령 옮기더라도 그곳인들 비리가 전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환희유치원 학부모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이 유치원 학부모 중 절반가량이 맞벌이하며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있다.

    유치원의 비리가 적발되자 일부 학부모들은 휴가까지 써 가며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결국 다시 아이를 유치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 상태에선 유치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보단 어떻게든 정상화를 해서 운영을 바로잡는 게 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학부모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회계시스템을 도입해 빨리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오게끔 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실망감을 느낀 학부모들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부모들은 어찌할 도리 없이 속앓이만 하고 있다.

    공개된 유치원의 범위가 워낙 방대한 데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공식 사과 직후 감사결과를 공개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이자 학부모들 사이에선 '옮겨도 별수 없다'는 절망감마저 퍼지고 있다.

    거센 항의를 하려다가도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이 폐업할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져 더 큰 피해를 볼까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기도 부천의 한 유치원은 비리가 알려진 뒤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신규 원아를 모집하지 않겠다"며 폐원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오전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비리가 적발되자) 당장 폐원하겠다는 사립유치원이 있는데 아이 맡길 곳이 없는 학부모의 안타까운 사정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를 사실상 궁지에 내모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유치원 설립자·경영자가 폐원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폐원 신청 사례는 학부모들의 동의까지 다 받은 상황에서 원아 수가 감소한다거나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등 폐지하려는 사유가 타당한 경우다.

    만약 폐원 신청이 들어오면 교육청은 원아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재학 원아들이 졸업 때까지 해당 유치원에 배치되는지, 인근 유치원이 해당 원아들을 흡수할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밖에 교재와 교구, 설비, 교육비 정상 등 재산처리 방법과 교직원 조치 방법 등도 살펴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문제는 학부모들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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