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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합과 도약 꿈꿀 때"…전양준 위원장의 BIFF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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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화합과 도약 꿈꿀 때"…전양준 위원장의 BIFF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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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밝힌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바람
    "전 위원장들과의 화합 반드시 필요…영화제 지키는 전통 만들자"
    "나도 이제 영화제 떠날 나이…흔들린 위상 지키고 세계로 나아가야"
    "영화제, 표현의 자유 잃은 적 없어…외압으로부터 영화인들이 지키면 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집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햇수로 따지면 무려 2년 만의 반가운 귀환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새로운 수장이 된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이미 영화제 손님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이다. 제1회 부산영화제부터 프로그래머로 활약해왔고, '다이빙벨' 사태 직전까지는 부집행위원장으로 국제 관계 실무를 전두 지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의 상영 중지 요청을 거부하고, '다이빙벨'을 상영하면서 영화제는 4년 간 외압과 내홍에 휘말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시 부집행위원장이었던 전 위원장은 부산시의 감사 결과로 이용관 이사장과 함께 검찰 고발을 당해 영화제를 떠났다. 20년 넘게 영화제를 지켜온 이들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이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조사 과정에서 알려진 진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영화제가 정부에 낙인찍힌 결과, 예산 삭감, 집행부 흔들기 등 대대적인 압박이 이어졌던 것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똘똘 뭉쳐있던 부산영화제 조직은 해체 직전까지 몰렸고, 다행히 올해 초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복귀하면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어떠한 갈등 없이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영화제, 영화인들의 보이콧이 풀린 영화제는 지난 몇년 간의 그늘을 떨쳐 버리고 활기찬 에너지를 내뿜었다. 부산을 휩쓸고 사라진 거친 태풍도 이런 영화제의 행보를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시아 최정상 영화제의 위상을 회복해 그 너머를 향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다시 부푼 성장의 꿈을 안고 한 발자국을 뗀 부산영화제, 그 중심에 있는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전 집행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2016년을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났다가 올해 2월 초에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돼 복귀했다. 1년을 건너 뛰고 다시 영화제에 돌아온 상황인데, 공백기 동안 외부인의 입장에서 영화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 제가 영화제를 최종적으로 떠났던 것이 2016년 12월이다. 야인생활을 하면서 상당히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영화제에서 난 오랫동안 유럽·미주 담당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었고, 부집행위원장으로서 국제 관계를 책임져왔고, 마켓 운영자이기도 했다. 주로 서구와의 업무를 전담했었기 때문에 국내 영화인들과 오랜 시간 동안 친교를 쌓지 못했다. 이 공백기는 국내 지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영화제 직원들 초청으로 게스트이자 관객 자격으로 영화제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늘 안에서 영화제를 기획, 판단하고 여론결과를 수렴해왔던 관점을 바꿔 외부에서 영화제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제가 다시 영화제에 돌아가야겠다는 판단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말 운이 따라서 많은 영화인들의 부름이 있었고, 집행위원장직에 지원해서 결과적으로 위촉이 됐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인터넷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의 등장 등 영화계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시점이다. 실제 넷플릭스 영화가 '영화일 수 있느냐'를 두고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 등은 각자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부산영화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영화제가 상영관이 아닌 온라인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할 것인지, 그리고 이런 영화 제작에 대해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지금 해외 영화제들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어떤 방법론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내 예측에 부산영화제는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의 절충 노선을 걷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넷플릭스 작품들을 일부 수용했기 때문에 칸영화제의 근본주의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베니스 쪽으로 가기에는 모순과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메이저 국제영화제들에서 세계적으로 예술성을 인정 받는 감독들의 풀이 적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경쟁영화제이긴 하지만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감독들이 발굴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 한 해에 만들어지는 작품 수는 많지만 사실 지금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들의 성적도 저조한 건 사실이다. 영화계는 물론이고, 영화 정책가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말 경제적 어려움을 가진 감독들에게 뺨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제작펀드 지원 등이 너무 의미없게 자동지급 형태로 쓰여지고 있다. 또 데뷔작으로 국제영화제에서 높게 평가받는 감독이 나오면 바로 다른 길을 제시하는 풍토도 만연하다. 제2의 박찬욱, 이창동 감독을 막는, 그들이 눈에 띄지 않는데는 그런 원인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집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과의 관계 회복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빠른 시일 내에 영화제에 모시겠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전한 이유가 있나.

    - 집행위원장 위촉이 된 후, 처음 생각했던 게 올해는 반드시 갈등 치유와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자는 거였다. 어쨌든 김동호 전 이사장님은 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님이고, 강수연 전 위원장님도 3대 집행위원장이다. 초대와 3대는 없어지고 돌아온 2대와 4대 집행위원장만이 쓰는 영화제의 역사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전통과 질서를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들 모두가 나란히 개막식에 모습을 보이고, 영화제가 문을 닫거나 관객들이 떠난다해도, 마지막까지 영화제를 지키는 전통이 있어야 한다. 이분들을 가능한 빨리 모셔야 하는데 4년 내홍이 깊고, 내부 갈등도 적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가 이제 다시 시작됐다. 두 분은 영화제 초창기 창립 멤버로, 잠시 떠나 있었던 때를 제외하면 20년 넘게 영화제와 동고동락해왔다. 두 분이 그리는 부산영화제의 미래, 그리고 세대 교체에 대한 비전이 궁금하다.

    - 부산국제영화제 창설자가 6명인데 현재 저희 두 사람만 남았다. 영화제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그리는 생각은 물어보나마나 같다. 우리가 부산영화제의 튼튼한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고 떠나야 된다는 것이다. 진짜 이제 떠날 것을 생각할 나이가 됐다. 우리 못지 않게 영화제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반드시 발굴해서 영화제를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4년의 내홍에서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영화제라는 위상을 빼앗긴 것은 아니지만 심하게 흔들림이 온 건 맞다. 영화제를 반대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4년 동안 영화제를 흔들었다. 이제 우리는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일단 나는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정상 비경쟁영화제로 도약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지금의 조직보다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숙련된 직원들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인력 투입 등 조직 자체가 국제화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인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을 찾은 한 시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방금 전 이야기처럼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무려 4년 동안이나 영화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위기를 겪어 왔다. 이 과정에서 영화제의 위상 자체가 상당 부분 무너지기도 했고,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했지만 곧바로 영화제의 부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 집행위원장으로서 정치 권력의 힘에 영화제가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과 부산 시민의 것이다. 어쨌든 당시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을 상영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잃지는 않았다. 다만 조직이 무너진 것이다. 우리 조직이 당연히 정치인을 당할 수는 없고, 어떤 방비책을 법제화한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영화제에 축제 분위기가 사라진 건 영화인들의 '보이콧' 문제 때문이었는데 아마 어용 영화인들이 많았다면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2016년과 지난해에는 중요한 감독들, 배우들 그리고 자의식이 뚜렷한 영화 현장 스태프들, 젊은 프로듀서들이 오지 않았다. 나는 결국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영화제와 그 정신을 얼마나 굳게 지켜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들이 지키면 된다. 실제로 칸영화제도 영화인들이 문을 닫았을 때는 못 열린 적이 있었으니까.

    ▶ 부산국제영화제하면 '해운대'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처음 영화제가 열렸던 남포동 등 부산 서부 지역에 올해는 유독 관객 참여형 행사가 많더라. 뜨거웠던 영화제 초창기를 기억나게 하는 향수이자 추억으로 작용할 것 같다. 향후 해당 지역 커뮤니티의 활용 방안이 있나.

    - 원도심인 서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커뮤니티 비프는 부산지역 영화인들과 영상 커뮤니티 측의 바람을 이용관 이사장이 적극 수용한 결과다. 시민 참여율이 75%에 육박할 정도로 굉장히 높은데 대부분의 행사가 무료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관심 프로그램이 많고 다양하다. 물론 영화제 본 행사는 아니지만 올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지속사업으로 해도 될 것 같다. 중기적으로는 영화제 본 행사를 원도심으로 배치하고, 이 축제를 부산 전역의 행사로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포동, 광복동 일대 상영관 시설을 정비·확보하고 부적절한 환경이 되지 않게 상거래 질서 또한 정비가 필요하다.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한군데에만 몰려서 열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동시 개최도 신중하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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