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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를 믿으라고? 부산영화제 발목잡는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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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선의를 믿으라고? 부산영화제 발목잡는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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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활기 찾은 부산국제영화제, 제2의 다이빙벨 사태 없으려면
    블랙리스트 관련자 징계 안하면서 문체부에 대한 비판 커져
    산하 기관 직원들 징계 시효도 곧 소멸, 정부 소극적 대처 비판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매주 목요일 문화 트랜드를 읽고 실생활과 접목하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반갑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임미현> 네 오늘은 어떤 소식 가져오셨나요?


    ◆ 조은정 > 지금 부산국제영화제 막바지 기간인데요. 지난주 목요일에 시작해서 이번주 토요일에 막을 내립니다. 오늘은 영화제 얘기와 함께 블랙리스트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 임미현 > 아 부산국제영화제, 지난주 태풍이 와서 타격이 좀 있었을텐데 잘 진행되고 있나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조은정 > 네 하필 첫주 주말에 태풍이 와서 준비했던 행사들이 취소되고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다행히 이번주에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실 지난 4년 동안 진통을 많이 겪었습니다. 올해를 정상화 원년으로 삼고 재기를 노리고 있는데요. '다이빙벨' 논란 기억하시죠? 2014년에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 구조 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이 불가하다고 밝히고, 하태경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상영에 반대하면서 조직위원회와 정면 충돌했었습니다.

    ◇ 임미현 > 맞아요. 부산국제영화제, 참 국제적으로 성장해 자랑스러운 영화제였는데 안타까웠습니다.

    ◆ 조은정 > 96년도에 시작해 부산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승승장구하던 부산국제영화제. 망가지는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영화인들, 예술인들이 들고 일어났었죠. 임권택 감독은 "영화제가 망하면 나라의 수치"라고 개탄을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부산시와 집행부가 계속 대립했고, 이후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졌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횡령 혐의로 유죄를 받기도 했습니다. 감사가 보복성이라는 반발이 끊이지 않았구요. 이용관 전 위원장을 서병수 시장이 직접 고발했고, 결국 위원장직도 내려와야했습니다. 그러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가 터지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드리웠던 정치적 압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 임미현 > 윗선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막았다는 것인가요?

    ◆ 조은정 > 그렇죠. 지난해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이렇게 진술을 합니다. "김기춘 전 실장이 2014년에 다이빙벨 상영을 막기 위해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겁니다. 이 사태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죠.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 일단 영화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에 영화제를 깜짝 방문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않겠다"고 약속했고, 이용관 전 위원장이 올해 복귀를 했어요. 그래서인지 현장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제가 지난주 금요일에 부산을 갔는데 많은 영화팬들이 영화제의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팬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작년에는 좀더 딱딱한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뀐 것 같애요"(정예린 31살 부산 수영구)
    "작년에는 우리학교 영화과 학생들이 이앞에서 다 시위하고 있었거든요. 올해는 시장도 바뀌고 위원장도 복귀하면서 훨씬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활기차진 것 같기도 하구요(견태민 25살 부산 북구)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을 찾은 한 시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특히 시민들은 정치권의 압력에서 영화제가 독립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윤기 학생과 견태민 학생의 말을 들어보시죠.

    "지난 정권에서 지원금을 주내마내 하면서 예술분야를 많이 흔들었잖아요. 법적으로 못하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박윤기 26 순천향대학교 영화과 학생)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예술인들이 동기부여받을 수 있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견태민 학생)


    ◇ 임미현 > 영화제 분위기는 다행히 좋아진 것 같네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잘 해결되고 있나요?

    ◆ 조은정 > 불행하게도 시원하게 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었고 블랙리스트 사태에 앞장섰던 도종환 의원이 장관이 문체부 장관이 된지 1년 반이 됐습니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왜 그런거죠? 도종환 장관에 대한 기대도 컸던 것 같은데요,

    ◆ 조은정 > 문체부가 지난달에 블랙리스트 연루자들에 대해 처분 계획을 밝혔는데요. 11개월간 활동했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서 공무원이나 관여 직원들 총 100여 명에 대해 징계, 수사의뢰를 권고했는데요. 문체부가 한명도 징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고위직 10명에 대해서만 정식 징계가 아닌 그냥 주의 조치만 내리고 마무리지으려하고 있습니다. 산하 기관들도 문체부가 이렇게 미온적이니 눈치를 보면서 징계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관련자들이 징계를 안받고 있구요. 이번달까지 관련 직원들 징계 시효가 대부분 끝나는데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이원재 전 진상조사위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블랙리스트로 2만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사찰받고 지원배제받고 심지어 반발한 사람들이 처벌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공무원들은 한명도 징계받지 않는 겁니까. 공무원들이 그렇지 뭐. 하는 새로운 적폐를 이 정부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이거라면 더이상 적폐팔이 하지 말아야합니다"

    ◇ 임미현 > 문체부가 1명도 정식 징계를 하지 않았다는건 사실상 그냥 넘어가자는거네요?

    ◆ 조은정 > 사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습니다. 고위직 몇명은 이미 처분도 됐다. 하위직 공무원들이나 일반 직원들이 무슨 죄냐.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지 않냐. 우리는 절대 안그런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겁니다. 도 장관이 동료 의원들에게 이렇게 설득했다는 얘기도 들리구요. 그런데 블랙리스트, 과연 넘어갈 문제냐는 것이죠. 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장관 비서실장이 줄줄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엄중한 사안입니다. 정권의 선의를 믿는다는건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오든 예술은 정치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벌 받을 사람은 받고, 징계 받을 사람은 받아서 다시는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영혼없는 공무원들이 예술을 망쳐서는 안된다는 걸 보여줘야한다는 겁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임미현 > 도종환 장관이 미온적인 건 관료들의 편을 들은걸까요. 이해가 잘 안가네요. 문화예술계 반발 어느 정도인가요?

    ◆ 조은정 > 지난달 말부터 광화문 광장 앞에서 연극인, 무용인, 미술인, 음악인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출판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고 영화계도 마찬가지구요. 전직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민간위원들은 도 장관에게 공개토론을 요구한 상태이구요. 청와대에 명확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흐지부지된다면 제2의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언젠가 또 일어나지 않으니라는 법 없습니다. 저도 출입기자 입장에서 부디 이제라도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를 정부가 귀기울여 들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 임미현 > 네 선의를 믿지 말고 제도를 믿어야 한다는말 와닿네요. 조은정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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