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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열풍, 교수님보단 곰돌이 푸에게 위로받고 싶다"



책/학술

    "에세이 열풍, 교수님보단 곰돌이 푸에게 위로받고 싶다"

    최근 베스트셀러 50권 중에 11권이 에세이
    자신의 아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도서 인기
    SNS에 기록된 일상을 출판하는 트렌드 생겨
    사회구조 비판보단 위로를 찾는 개인주의 영향
    굉장히 빠른 사회 변화도 에세이 열풍에 기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10월 5일 (금)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 장강명 (소설가)

    ◇ 정관용> 2주에 한 번 금요일마다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 잡학하고 박식하게 그냥 수다 떨어보는 시간이죠. 이택광, 장강명의 금요살롱입니다. 오늘은 서점가에 다시 부는 에세이 열풍 이런 제목으로 이야기를 좀 나눠보겠습니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 어서 오십시오.

    ◆ 장강명> 안녕하세요. 장강명입니다.

    ◆ 이택광> 반갑습니다.

     


    ◇ 정관용> 장강명 씨 소설 말고 수필집 쓴 적 있죠?

    ◆ 장강명> 네, 5년 만의 신혼여행이라고요. 에세이 쓴 적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건 그야말로 결혼 5년 만에 신혼여행 간 걸 쓴 거예요? 자기 얘기 쓴 거네요?

    ◆ 장강명> 저하고 제 아내하고 신혼여행 5년 만에 갔는데요. 그때 얘기들 단상들.

    ◇ 정관용> 많이 팔렸어요?

    ◆ 장강명> 판매량 자체는 그냥저냥 중간인데요. 독자들이 읽어보신 독자들이 좋아해서 저는 아주 뿌듯한 책입니다.

    ◇ 정관용> 이택광 교수는 혹시 에세이집.

    ◆ 이택광> 저는 에세이집을 쓰지는 않고요. 에세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제가 주로 쓰는 책들은 비평이죠.

    ◇ 정관용> 비평.

    ◆ 이택광> 에세이 중에서 무거운 에세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실 비평으로 보통 불리는 평론.

    ◇ 정관용> 평론.

    ◆ 이택광> 주로 그런 글입니다, 제가 쓴 글이.

    ◇ 정관용> 저도 한 20년쯤 전에 제가 방송에서 이렇게 몇 분씩, 몇 분씩 라디오방송 진행하면서 칼럼을 한 게 있어요. 그걸 묶어서 ‘우울한 세상과의 따뜻한 대화’라는 제목으로

    ◆ 장강명> 제목은 에세이네요.

    ◇ 정관용> 그런데 그게 사회평론으로 분류가 되더라고요.

    ◆ 이택광> 그럴 때 수필집으로 우기셔서 진열을 하셔야 해요. (웃음)

    ◇ 정관용> 그런데 오늘 이제 다시 부는 에세이 열풍, 서점가에. 요새 보니까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도서 50권을 온라인서점 예스24 자료를 가지고 분석을 해 봤더니 작년 같은 기간보다 에세이 분야가 무려 8권이 증가해서 11권이 순위권에 들었더라. 작년에는 50권 가운데 3권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금년에는 50권 가운데 11권. 이 정도면 열풍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 이택광> 그렇죠. 열풍이라고 부르기 좋아하시는 분은 부르는데 저는 또 이렇게 분석을 해 보면 에세이가 그렇게 또 약세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시 말해서 에세이는 항상 강세였던 거죠. 항상 기본으로 깔려 있었고 오히려 지금 다른 분야의 책들이 잘 안 팔리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소설이 잘 안 나오고 있고. 장강명 작가가 열심히 안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은. (웃음)

    ◆ 장강명> 큰일이네요. 그 양반 뭐하는 겁니까, 지금? (웃음)

    ◆ 이택광> 그래서 약간 그런 면에서 에세이 열풍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고. 왜냐하면 에세이는 항상 열풍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 최근 에세이 경향들이 좀 바뀌었죠. 그런 부분들이 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어떠한 경향으로 바뀌었다고 보세요.

    ◆ 이택광> 그러니까 주로 조금 마음의 병이 있으신 분들이 자기의 어떤 그런 아픔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에세이라든가, 트위터라든가 이런 SNS 같은 데 아주 일상에 일어난 일들을 아주 소소하게 기록하는 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낸다든가 상당히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일반인들의 글들 이런 것도 굉장히 많이 팔리죠. 그래서 전문가들의 에세이보다 조금 무게 잡고 쓴 것보다 일반인들이 평소에 하는 어떤 그런 이야기들을 담아서 책으로 묶었을 때 호응을 받는 그런 경향들이 돋보이게 된 것 같아요.

    ◇ 정관용> 처음에 말한 마음의 병 이렇게 언급하신 대표작이라고 뽑는 게 제목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이택광> 그렇죠. 굉장히 경쾌한 제목인데.

    ◇ 정관용> 혹시 보신 적 있어요, 이 책?

    ◆ 이택광> 서점에서 보기는 봤어요.

    ◆ 장강명> 제가 읽지는 않았는데 제 지인 중에 약간 요즘 우울하다고 하고 떡볶이 좋아하는 지인이 있어서 제가 사서 선물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이게 그 좀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기분부전장애라고 하는 질환의 일종인가 봐요. 이걸 앓고 있는 저자랑 정신과 전문의가 12주 동안 대화를 엮은 에세이인데 이게 지금 7주 연속 서점가 베스트셀러 1등을 하기도 하고 이랬답니다.

    ◆ 장강명> 저도 출판 관계자분들 종종 만나니까요. 만나면 이 얘기합니다. 이 책 어떠냐, 읽었느냐 얘기하고 제목을 정말 잘 지었지 않느냐, 이런 얘기하고요. 그리고 또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 있잖아요. 그냥 에세이 열풍이라고 하기보다는 조금 더 뾰족하게 들어가면 좀 소소한 소재를 다룬 일상 얘기를 하는 공감형 에세이, 가벼운 에세이, 그리고 디자인 아주 예쁘게 만들고 조금 이렇게 소장용, 어떤 소장하고 싶다. 이런 걸 자극하는. 그중에 아마 제일 대표작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책이겠죠.

    ◇ 정관용> 제목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장강명> 그런 책도 있죠.

    ◇ 정관용>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빵 고르듯 살고 싶다’, 뭔가 일맥상통해요, 제목들이. 가볍게 살자 이런 식인 것 같아요.

     


    ◆ 이택광> 예전에 카드 광고였죠.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 장강명> 인터넷 유행어도 됐죠, 그 말이.

    ◆ 이택광> 그런 경향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거든요. 그런데 이제 뭔가를 해야 되잖아요. 그렇죠?

    ◆ 장강명> 제목들을 언젠가부터 보니까 어떤 경향 굳이 저희가 얘기를 하자면 자존감 이런 제목들 달린 책들 많이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퇴사 이런 얘기들 다룬 얘기도 있고요. 퇴사하겠습니다.

    ◆ 이택광> 장 작가님 쓰셨잖아요, 한국이 싫어서. 퇴사. (웃음)

    ◆ 장강명> 저는 무슨 생각이 드냐 하면 지금 마음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많구나. 당장 내가 좀 위로를 받고 싶다. 그런 분들을 겨냥한 책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 들고요. 좀 과대해석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무슨 이어령 선생님이 책을 내고 이런 에세이들. 우리가 중수필이라고 하는 에세이들.

    ◇ 정관용> 중수필? 무거운 수필.

    ◆ 이택광> 전문가들이 약간 무게 잡고 쓴 수필.

    ◆ 장강명> 그것도 주변 일상에서 어떤 단초를 얻어서 이렇게 이렇게 생각을 푼 책인데.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런 책들, ‘서양의 유혹’ 이런 건데 그런 책들이 겨냥한 거랑 요즘 이런 어떤 소소한 에세이가 겨냥하는 거랑 되게 다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이것 좀 과대해석 아닌가 계속 생각하게 되지만 이 사회가 이렇게 바뀌어야 된다, 이런 얘기하는 거가 이제 좀 지쳤고, 사회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고 일단 나 위로부터 받고 싶다. 그런 생각들이 담긴 책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이택광>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하신 것 같아요. 작년 촛불 이후에 어떻게 보면 일정하게 국가에 대한 관심들이 퇴거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또 국가가 해 주는 어떤 그런 역할들과 자기들이 살아가는 어떤 역할들 사이의 괴리를 괴로워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본인의 삶을 조금 더 챙기려고 하는 그런 경향들이 많이 생긴 것 같죠. 소소한 이야기들 좀 더 많이 하려고 그러고.

    ◆ 장강명> 좋게 보면 이제 어떤 소확행, 워크 라이프 밸런스. 개인주의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조금 이제 아쉽기는 하죠. 우리가 그래도 공동체에 대해서 어떤 같이 고민하고 바꿔보자, 이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얘기해 보자. 했으면 좋겠는데 다들 너무 지치고 어느 정도 좀 체념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거 내가 나서서 뭐해서 바뀔 것도 아니고 그냥 나 힘들고, 사회는 안 바뀔 것 같고, 빈부격차 이렇게 커질 것 같고, 이렇게 되는 와중에 그냥 고양이 얘기 듣고 싶고 퇴사해서 인생.

    ◆ 이택광> 본인의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이야기.

    ◇ 정관용> 몇 년 전부터 있었던 촛불혁명의 그 여파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거 어디로 간 거예요.

    ◆ 이택광> 그게 이제 사실 화려한 그런 일들이 있은 뒤에 보면 그늘이 또 길어지지 않습니까? 그게 사실은 화려한 그 순간들은.

    ◇ 정관용> 확 열광했다가.

    ◆ 이택광> 우리가 시민으로 호명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정말 하잘것없는 존재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괴리들을 사실은 좀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이런 것들이 특히 수필,과거에 우리가 말했던 중수필의 소재들인데 지금은 이제 일반인들이 그런 것보다는 자기들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는 것이죠. 그리고 출판사도 사실 그런 기획들을 만들어서, 사실 기획형 에세이들도 많이 나와 있거든요. 이런 어떤 트렌드에 맞춰서. 그러다 보니까 이제 시장에 갔을 때에는 사실 이런 식의 어떤 에세이가 좀 대세를 점하고 있는다는 느낌을 준다.

    시사자키 출연중인 장강명 작가, 이택광 교수 (사진=시사자키 유튜브 캡쳐)

     


    ◇ 정관용> 그나저나 두 분이 지금 언급하는 중수필, 경수필 이게 정식 용어입니까?

    ◆ 이택광> 그건 우리 용어고요. 아마 일본에서 온 것 같아요, 그렇죠? 원래는 이제 에세이라는 말은 이 두 가지를 다 포괄하는 개념이었고 원래 영어로서 에세이라는 말은 사실 다 중수필, 경수필 다 포괄했죠. 그런데 이제 우리는 미셀러니 이렇게 나눠서 중수필, 경수필로 부르는 건데 경수필은 약간 뭔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거고 중수필은 약간 정치적이라든가 사회적인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 이렇게 분류를 해 놨는데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분류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 정관용> 그렇지만 지금 분명히 다르긴 달라요.

    ◆ 이택광> 느낌은 다르죠.

    ◇ 정관용> 글의 내용도 다를 뿐 아니라 주요 독자층도 다르고.

    ◆ 장강명> 제가 기억하기로는 제가 어릴 때는 에세이라는 단어를 잘 안 썼고 수필이라고 하고 그 안에 중수필, 경수필 이렇게 했는데 한 20년까지는 안 된 것 같고 10년은 조금 넘은 것 같고, 그 즈음부터 수필 대신 에세이라는 말을 대신 쓰면서 이걸 출판사들이 마케팅 용어처럼 좀 활용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그런 트렌드랑 겹치는 것들이 있겠죠. 요즘 서점 가보면 책을 이제 읽는 사람보다는 좀 소장하고 싶은 사람, 또는 뭐 대형서점 가도 막상 서적보다는 어떤 액세서리 코너들, 굿즈 코너들 많은데 그 중간을 노리는 상품으로서의 책, 기획물로서의 책 이런 거에 좀 부응한 것 같기도 하고요.

    ◇ 정관용> 한때는 또 류시화 선생님 같으신 분이 잠언록 이런 걸 많이 번역하기도 하고. 잠언, 명상 이런 쪽으로 보통 내면의 깊이를 아주 고전으로부터 찾는, 어떤 그런 류의 수필이 하나 있었고 그다음에는 대문호 내지는 아주 오랫동안 문학평론이나 이런 데서 종사하셨던 대학 교수 거의 원로급, 이런 분들이 이렇게 또 삶의 철학과 인생의 깊이를 몽땅 담아서 쓴 무슨 그런 에세이 이런 게 한동안 있었는데, 요즘은 아주 자발적 대중들로부터 툭툭 튀어나오는 책들이 대중에게 많이 읽히는 이런 것도 하나의 특징 아니겠습니까?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에 앞에 제가 말씀드렸던 출판사들이 발굴하는 작가들이 요즘 많이 나와요. 그냥 에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대부분은 페이스북이라든가 트위터 같은 데 이렇게 짧은 단문들을 올린 것을 편집해서 제출을 한다든가.

    ◆ 장강명> 여러 가지 배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옛날에 비해서 출판사가 저자를 발굴하기가 좀 쉬워진 것 같아요. 블로그도 있고 SNS도 있으니까 글을 이렇게 올리는 사람이 많고 그런 글들을 보다가 이 사람한테 이런 원고를 부탁을 하면 책을 만들 수 있겠구나. 그런 경우가 좀 있고 또 한쪽으로는 다른 분야에서 발굴하는 시인들의 작품이 거의 존재감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떠한 출판사 입장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출판 기획을 하고 신인을 발굴하고 싶어하는데 성공하는 것은 주로 에세이인 것 같고.

    또 한편 독자에서 보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한국이라는 나라가 라이프스타일이 한 10년 새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같으면 이걸 집에 가서 집에 같이 사는 형이라든가 누나라든가 언니라든가, 손윗사람한테 나 요즘 이상해, 나 이거 이렇게 살아도 돼라고 할 때 그 나이 대에 다 그런 거야, 나도 그랬어라고 할 그런 얘기를 할 사람이 없고 다음에 한 10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랑 나랑 경험이 많이 다릅니다. 내가 집에서 나 결혼 안 하고 이렇게 30대 후반이 넘어갔는데 괜찮아라고 할 때 나보다 10살 많은 사람은 그거 너 안 된다라고 할 사람이고 그런데 서점에 가보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 나는 이러고 살다가 회사 그만뒀다. 이런 책들 있으면 보면 반갑잖아요. 그래서 그런 수요 생기고 이런 여러 가지 합쳐지다 보니까 이런 발굴, 이런 아이템 같은 것들이 여러 가지로 독자, 출판사, 작가 입장에서.

    ◇ 정관용> 가족 구성의 변화. 형, 누나가 없다는 거 이런 것도 다 영향을 미친다?

    ◆ 장강명> 직장에서의 세대 갈등 같은 것도 있을 것이고 어떤 1인 가정 같은 것들도 그 사이에 엄청 늘었고 어떤 개인주의, 비혼 문제 이런 것도 누구한테 조금 털어놓기 힘든. 내가 혼자 경험 할 때는 이거 나만 이런가. 나만 이렇게 우울증 있어서 나는 우울증 있어서 그래도 떡볶이가 먹고 싶은데 나만 이상한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얼마나 반갑습니까?

    ◇ 정관용> 이건 내 책이야. 나를 위한 책이야.

    ◆ 장강명> 나도 이렇게 사는구나.

    ◆ 이택광> 한 번씩 다 그렇게 생각했을 거 아닙니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고.

    ◆ 장강명>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에세이들.

    ◇ 정관용> 교보 측에서 에세이 열풍을 나름 분석한 게 있어요. 세 가지 요인을 꼽았더라고요. 첫 번째가 SNS예요, 역시. 지금 우리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마는 특히 출판사 같은 경우에는 SNS 팔로워가 많은 작가들을 그냥 쭉 편집해서 책으로 내면 잘 팔리겠지. 이렇게 연결되는 그런 거란 말이에요. 이게 하나가 SNS. 두 번째가 지금 아픈 사람 많다는 이른바 탈진증후군 이런 게 있고 마지막 세 번째가 지금 두 분 한마디도 안 한 건데 캐릭터가 있답니다. 요즘 곰돌이 푸가 얘기해 주는 거 요즘도 미키마우스가 다시 뜬다는 거 이런 거 있잖아요. 이건 뭐라고 봐야 되나요?

     


    ◆ 이택광> 그것도 결국은 어떻게 보면 SNS와 관련이 있는 건데 SNS라는 것이 결국 게임적 현실을 만들어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내가 그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을 마치 나의 캐릭터처럼 생각하게 되는 경향들이 생기는 건데 실제의 사람을 캐릭터화할 수 있는 그러한 어떤 현실감이 생기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캐릭터를 통해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훨씬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게 장 작가님이 말했던 거하고 좀 일맥상통하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친구와 과거 같으면 그냥 술 한 잔 먹고 풀 문제인데 그런 친구나 선배를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이고 내 주변에 형제, 자매들도 사실은 없고 이렇기 때문에 캐릭터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슬픈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 장강명> 내밀한 고민이 있어서 위로를 받고 싶은데 대학 교수님이 위로해 주시는 것보다는 곰돌이 푸가 위로해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웃음)

    ◆ 이택광> 털어놓으면 사실 걱정을 하는 거죠. 이게 비웃음을 받지 않을까, 이렇게 걱정하고 너무 자존감이라는 부분에 대한 어떤 강박 같은 것들이 자리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추세가 이러다 보니까 조금 신중하고 조금 정제된 언어로 깔끔한 책들이라기보다는 일기처럼 그냥 일상을 소소하게 넋두리를 막 늘어놓은 것들이 그냥 다 하나의 책으로 나와서 심지어 표현이 참 재미있어요. 나무에게 미안한 책. 종이를 많이 썼다고.

    ◆ 이택광> 종이 아깝다는 이야기죠.

    ◇ 정관용> 너무 가벼워지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그건 두 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택광> 사실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가서 보면 10권이 있으면 거기에 한 두세 권 정도는 정말 이런 책을 왜 냈지라고 싶을 정도의 책도 있고 그런데 그런 것은 정말 안이한 출판사의 기획인 것 같고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이게 일반적인 에세이 대세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기보다는 지금 현재 전체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그런 진지한 이야기를 좀 귀를 기울일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많이 낙심에 젖어 있다, 이런 분위기가 있는 거죠.

    ◆ 장강명> 저는 그런 비판까지는 사실 동의하지 않거든요. 이게 물론 아쉽기는 하죠. 진중한 책들, 작가들이 공을 오래 들인 책들이 독자를 많이 만나면 좋겠는데 지금 에세이가 어떠한 그런 공감형 에세이가 그런 책의 독자를, 진중한 책의 독자를 뺏어오는 건 아닙니다. 그 책은 그 책대로 잘 나가고.

    ◇ 정관용> 다르죠, 소비계층이.

    ◆ 장강명> 네. 다른 분야 책들이 안 나가니까 이 에세이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거죠. 그런데 어떠한 독서 생태계의 붕괴 지금 어떠한 진지한 독자층의 축소를 이 에세이 탓이다라고 하는 것은 좀 잘못된 비판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서점가에 다시 보는 에세이 열풍,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딱 두 가지만 저는 정리하고 싶네요. 우리 사회가 좀 왠지 위로받고 싶어 하는 사회로구나. 에세이, 가벼운 에세이를 통해 소소하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구나 하나하고 또 하나는 SNS 등등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구나. 책 내고 싶어 하는구나 이게 같이 결합돼 있는 그런 현상 같습니다.

    ◆ 장강명> 자기표현 욕구를 글로 표현하는 거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

    ◇ 정관용> 좋은 거죠.

    ◆ 이택광> 한국의 본질인 것 같아요. 항상 보면 라디오에서 사연 읽어주고 샘터나 작은 책처럼 아예 그런 사연들, 에피소드를 담은 책들이 있었잖아요. 그게 한국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자기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는 거죠.

    ◇ 정관용>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서로 같이 듣고 공감하고 하는 거 좋아하는.

    ◆ 이택광> 특이한 것 같아요.

    ◇ 정관용>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장강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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