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대학생 감전사' 택배 물류센터 직접 일 해보니…"여전히 위험"



대전

    '대학생 감전사' 택배 물류센터 직접 일 해보니…"여전히 위험"

    안전교육·비상정지 장치 개선됐지만, 다치는 일 비일비재
    휴식 보장·여건 최악..화장실 다녀오고 물 떠오는 것도 눈치
    야간 13시간 일하고 최저시급 적용..연장수당·야간수당 합치니 12만 원

    대전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택배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고형석 기자)

     

    지난 8월, 대전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대학생이 감전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후 현장은 달라진 게 있을까. 사건 이후 이 현장은 고용노동청의 특별 감독과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

    당시 사건과 이후 터져 나온 각종 안전 위반 사항, 살인적인 근무환경이 CBS의 단독 및 연속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뒤 두 달가량이 지나 그곳을 찾아가 일을 해봤다.

    "대전 CJ대한통운 택배 상·하차, 분류 작업 인력을 모집한다"는 하청 업체의 공고를 보고 2일 야간 근무에 지원했다.

    23살 대학생이 감전사고로 숨진 바로 그곳이다.

    대학생 감전사 이후 일부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진 대전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입구에 명령서가 붙어있다. 고용노동청 특별 감독에서 안전교육 미실시와 수십 건의 안전 관련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사진=고형석 기자)

     

    ◇특별 감독 이후 그나마 이뤄진 안전교육, 건강에는 무관심

    통근버스 안에서 전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도착한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인력 업체로부터 출근 확인을 받는 일이었다.

    이후 신규 입사자로 분류돼 안전교육을 받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특별 감독 과정에서 그간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적발된 것을 의식한 듯 강의실 같은 곳에서 동영상 위주로 오후 7시부터 1시간가량 안전교육이 진행됐다.

    현장 관계자는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안전교육도 근무시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근무 경험이 있는 근로자 중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태반이었지만, 신규 입사자들에 한해 안전교육이 진행됐다.

    이곳에서 얘기를 나눈 수많은 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여부를 물어봤더니 태반이 "받은 적이 없다"며 "최근 들어서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고용노동청의 특별 감독 이후 급하게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다.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채용 건강 문진표도 작성했다.

    과거에 다친 적이 있어 다리와 발목 등이 좋지 않고 최근에도 통증을 느낀 적이 있다고 적었으나 누구 하나 이에 관해 묻거나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대전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상차 작업장. 레일을 통해 분류를 마친 택배가 들어온다. (사진=고형석 기자)

     

    ◇열악한 근무환경 여전, 화장실도 못 가

    오후 8시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투입됐다. 직원을 따라 들어간 현장은 소음과 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투입된 현장은 상차 작업이었다. 혼자 커다란 화물차 트레일러에 갇혀 레일에서 밀려오는 택배 상자를 쌓는 일이다.

    쉼 없이 택배를 쌓다 보니 오후 11시 30분, 그제야 식사시간을 포함한 1시간의 휴식시간을 줬다.

    식사는 3가지 반찬과 국, 밥이 나왔다. 식사가 부실했는지 일부 근로자는 컵라면을 가져와 먹기도 했다.

    휴식 여건은 너무도 열악했다.

    제대로 몸을 기댈 곳이 없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밖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대부분 쪼그려 앉았다. 그대로 바닥에 눕는 이들도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기계에 몸을 기대거나 아예 레일에 누워버리는 근로자들도 있었다.

    자정이 지나고 오전 12시 30분, 다시 작업이 시작됐다. 상차 작업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분류를 마친 택배는 레일을 타고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아주 작은 것부터 혼자 들기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무게의 택배까지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식사시간을 이용해 떠온 물은 금세 동이 났다. 물도 떠오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지만, 관리자로 보이는 남성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되레 인상을 썼다.

    레일에서 택배가 조금 더디게 올 때 단 몇 초만이라도 앉아 쉬고 싶었지만, 관리자는 이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상차 작업 도중 불러 내 분류 작업에 투입하기도 했다. 분류 작업을 마치고 상차를 위해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가 보니 레일을 타고 들어온 택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렇게 상차와 분류를 끊임 없이 반복했다.

    허리는 이미 끊어질 듯 아팠고 택배에 치인 다리와 팔 곳곳은 상처로 얼룩졌다.

    한 근로자는 "그냥 알아서 눈치껏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고형석 기자)

     

    ◇현장은 여전히 위험, 다쳐도 보상은 꿈도 못 꿔

    현장은 매우 위험해 보였다.

    트레일러 안까지 연결된 레일 끝에 도달한 택배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는 자칫 발을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를 숙여 작업했을 때 머리도 위험해보였지만, 안전모를 쓰고 작업하는 근로자는 찾을 수 없었다.

    일부 레일 하단에 전선이 그대로 튀어나온 곳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고 근로자들이 레일 위에 올라가는 일 또한 비일비재했다.

    근로자가 레일 등에 끼었을 때 바로 작동을 멈추도록 하는 비상정치 장치는 고용노동청 특별 감독에서 적발된 이후 대부분 설치돼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근로자 대부분은 실제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큰 부상이 아니고서야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근로계약서에 표시된 최저시급. 1시간을 쉬고 야간 13시간을 일해 12만 원을 받았다. (사진=근로계약서 캡처)

     

    ◇휴식 보장 없는 노동..13시간 일하고 12만 원, 이마저도 덜 줬다

    작업은 오전 8시 30분쯤 대략 마무리에 들어갔다. 청소까지 마치니 어느덧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켰다.

    전날 오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1시간의 휴식을 제외하고 총 13시간을 근무했다.

    특히 중간 휴식 이후 오전 12시 30분부터 오전 9시까지 휴식 없이 8시간 넘게 이어진 작업은 인간으로서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로기준법은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주게 돼 있지만, 13시간을 일한 총 근무시간을 놓고 고용노동청에 문의한 결과 "12시간 이상 일했을 때 휴식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태"라는 답변을 들었다.

    즉 법대로라면 13시간을 일해도 휴식시간은 8시간과 같은 1시간만 줘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노동 강도와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이렇게 일하고 나서 계좌로 입금된 돈은 12만 4650원. 하청 업체에 준 수수료 6000원을 제외하고 나니 11만 8650원가량을 번 셈이 됐다.

    통근버스에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보니 시급은 7530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올해 국가가 정한 최저시급이다.

    여기에 연장수당과 야간수당이 붙어 13시간 근무한 일당이 결정됐다.

    고용노동청에 이 돈을 들고 법에 맞게 계산된 것인지 문의해보니 실상은 돈을 더 받아야 했다.

    기본 근로시간 8시간을 5시간 초과한 연장수당(1.5배)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적용되는 야간수당(0.5배)을 계산해보니 14만 3070원이 나왔다. 1만 8420원을 덜 받은 셈이다.

    CJ대한통운과 하도급을 맺은 이 업체는 비슷한 방법으로 일용직 근로자 1만 2495명의 임금 3억 3900만 원가량을 체납한 사실이 앞서 고용노동청 특별 감독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적발되고도 또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근로자 대부분은 20대들로 아무리 일용직이라고는 하나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에 가깝게 너무 싼 값에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하청 업체 관계자는 "본인들이 원해서 일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안전과 근무 환경은 한 번에 좋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