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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심경" 전북 부안서 모 문중 분묘 50여기 불법이장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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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참한 심경" 전북 부안서 모 문중 분묘 50여기 불법이장 의혹

    문중 집행부, 행정당국 신고 없이 분묘 수십기 불법 이장 의혹
    "파헤친 유해, 문중 집행부가 즉석에서 불법 화장" 의혹도
    묘지 곳곳에 심긴 소나무 수십그루도 '불법 굴취'

    전북 부안군의 한 문중 집행부가 파헤친 것으로 추정되는 선산 내 분묘의 당시 모습. 목관과 석회가루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전북 부안에 선산을 둔 한 종중 집행부가 행정당국의 허가 없이 산림을 훼손하고, 분묘 수십 기를 이장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유해를 집행부가 즉석에서 불법 화장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종중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종중원인 A씨 등은 지난 1일 기자와 만나 "집행부가 종중 결의도 없이 조상묘 50여기를 파헤쳐 이장했다"며 "집행부는 묘지 주변에 있던 소나무도 27그루도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무단으로 굴취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 가량 선산 일대를 돌아본 결과 선산에 있던 묘터 상당수는 이미 평지가 된 상태였다. 대신 선산 이곳저곳에 납골묘 총 100여기 가량이 설치돼 있었다.

    평지가 된 묘터. 군데군데 하얀 석회가루가 눈에 띈다. (사진=김민성 기자)

     

    시신 매장 당시 부식을 막기 위해 땅 속에 뿌린 석회 가루가 선산 곳곳에 남아 있어 한때 이 곳이 묘터였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분묘가 있어야 할 곳에는 묘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향나무 잔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기도 했다.

    또, 묘지에 있던 소나무 수십 그루가 굴취돼 선산 이곳저곳에 옮겨 심긴 상태였다.

    묘터를 뒤덮은 잡풀과 향나무 잔해. 선산을 둘러보던 일부 종중원들은 "어릴적 이곳 주변에서 자치기를 하며 뛰어 놀았다"고 회상했다. (사진=김민성 기자)

     

    선산을 둘러보던 A씨는 "어렸을 때부터 뛰놀던 산이며 조상묘가 엉망이 된 모습을 보니 발가벗겨진 것처럼 처참한 심경이다"며 "선대부터 시작된 부안에서의 500년 역사를 잘 가꿔 후대에게 물려주기는 커녕 그 역사를 다 망가뜨린 것"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종중원 B씨는 불법 화장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 6월 집행부가 조상묘를 파헤치던 그날 선산쪽에서 무언가를 태우는 듯 노린내가 났다"며 "묘에서 나온 조상의 유해를 정식 화장시설에서 화장하지 않고 토치로 태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화장시설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는 화장을 할 수 없다.

    해당 문중 집행부가 부안군의 허가를 받지 않고 조성한 문중 납골묘. (사진=김민성 기자)

     

    집행부는 이처럼 불법으로 화장한 유해를 납골묘에 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납골묘 역시 군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조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안군은 "불법으로 조성한 묘지를 이전할 것을 집행부 대표 C씨 등에게 명령한 상태"라며 "묘지 주변에 있던 소나무들도 불법 굴취된 사실이 확인돼 군 특사경이 사건을 조사중이다"고 밝혔다.

    A씨 등 종중원들은 지난달 20일 해당 집행부 구성원들을 형법상 분묘 발굴·장사 등에관한 법률과 산림법 위반 등 혐의로 부안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집행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C씨와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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