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던 선동열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불거진 선수 선발 논란에 대해 뒤늦게 입을 열었다.
선동열 감독은 4일 서울 도곡동 KBO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지 약 한달만에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오지환과 박해민 등 특정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밀어주기 위한 선수 선발이 있지 않았냐는 의혹 때문에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고도 박수를 받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은 최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동열 감독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며 선수 선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하고 오로지 성적만 보고 선수를 선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 선동열 감독의 공식 입장 발표그간의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울분을 만든 것 같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먼저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억측, 그리고 명예훼손은 자제되어야 한다. 저 선동열과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명예도 존중되길 희망한다.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다. 코치진과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통계, 출장기록, 포지션 등 여러 지표를 살폈다. 그런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제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에서 경기력과 전략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성찰하고 노력하겠다.
야구를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혜택에 대해 둔감했다. 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국가대표 선발 방식과 병역 특례 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정부와 야구협회의 결정에 따르겠다.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
저는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아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 그럼에도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국가대표 감독이 국정감사에 서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 들었다. 마지막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다시 한 번 야구팬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마지막 당부의 말이 있다. 감독인 저의 권한과 책임으로 선발해 금메달을 함께 한 특정 선수에 대한 비방은 자제해주길 부탁드린다. 대표팀에 대한 최종 책임은 어떠한 경우에도 저 선동열의 몫이다.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 KBO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선동열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오지환 선발 과정에 이슈가 많았다.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 코치진이 베스트 멤버를 구성하자 했다. 1루는 박병호, 유격수는 김하성, 3루에는 최정이 있었다. 백업을 두고 많이 고민했다.
3루에 최정이 그때 홈런을 많이 때리며 성적이 좋았다. 유격수는 김하성, 2루는 안치홍이 성적이 좋았다. 처음에는 멀티플레이어 자원을 생각했다. 근데 멀티도 성적이 어느정도 따라줘야 했다. 오지환은 유격수에서 성적이 두 번째로 좋았다.
1루는 김현수가 가능하니 멀티를 생각하지 않았다. 2루 쪽으로 박민우와 최주환을 생각했다. 유격수에는 오지환이 있었다. 3루에는 허경민이 있었다.
허경민이 멀티로 가장 좋은 쪽이었는데 허경민이 허리 쪽이 좋지 못하고 올해 특히 날씨가 더워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트레이너 파트에서 얘기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결과적으로 체력적인 면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회의 끝에 허경민은 어렵다 판단했다.
2루에는 두산의 최주환이 있었는데 한 포지션에 딱 있는 게 아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다 보니 수비 쪽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김하성이 시합 중 유격수와 3루수를 본다. 그래서 오지환을 선택했다. 또 현지의 날씨를 감안했다. 체력이 너무 더워서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고민했다.
▲ 오지환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반감을 미리 생각했었는지, 코치진 회의 시간은 어느 정도였고 혹시 회의록이 있나?
= 회의는 3시간 정도 했다. 오지환은 성적만 생각해서 택했다. 국민의 여론과 특히 청년들의 생각을 제가 미처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 오지환을 처음에는 뽑지 않으려 했다는 보도는 오보인가?
= 그런 사실은 없다. 회의록은 KBO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국정감사에 회의록을 비공개로 제출하겠다 했는데 왜?
= 저는 야구 외에 어떤 말인지 모르겠다 (KBO의 설명 "회의록은 작성해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에 제출한 상태다. 내용은 특별한 양식이 있는 게 아니다. (오지환에 대한) 부분은 지금 얘기했기 때문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 코치진과 회의하면서 코치진과 소통이 원활했나? 선발 논란으로 감독한테 가혹한 비난인거 같다는 얘기도 있는데
= 코치들과는 작년 11월부터 계속해와서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저는 가장 신경쓴 부분이 투수 쪽이었다. 투수를 뽑을 때 시간적인 소모가 많았다. 제가 국민들의 정서나 젊은 청년들에 대한 부분을 이해 못한 것 같다. 야구 쪽으로 성적만 내려 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
▲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 권한인데 필요 이상으로 비난 여론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빨리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얘기했다면 불화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 이 자리까지 한달 정도 걸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오늘 기자회견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마련했나
= 사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나 역시 스트레스도 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 역시도 이제는 국민들 앞에서 해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더 빨랐어야 했다. 선수는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 프리미어12와 올림픽이 남았다. 앞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대회를 준비할 구상인가? 해외파 선수들의 활용은?
=최고의 멤버를 꾸리는 것을 그대로 갈 생각이다. 아마추어 야구쪽과도 상의를 할 생각. 모든 것을 상의해서 진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