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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 집어삼키는 검은 물체, 이리저리 뛰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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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무용수 집어삼키는 검은 물체, 이리저리 뛰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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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문제 난파선에 은유…피에트로 마룰로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난민' 주제로 한 제21회 시댄스 개막작

    피에트로 마룰로/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Yana Lozena. (사진=시댄스 제공)

     

    집채만한 검은 형체가 무대 위에 스멀거리며 이리저리 떠다닌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나체의 무용수들은 그 검은 형체를 피해 사방팔방으로 뛰지만 벗어날 수 없다.

    검은 형체는 무용수를 순식간에 집어 삼키고 다시 내뱉기를 반복한다. 발버둥 쳐도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에 보는 이 모두가 얼어붙었다.

    이것은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만 33세) '난민'을 소재로 만든 무용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의 장면들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피에트로 마룰로는 2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무대 위에 난민촌을 만들고자 했다"며, "그것을 은유하기 위해 난파선이라는 주제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 등장한 커다란 검은 형체는 무용수뿐만 아니라 객석의 관객까지도 위협한다. 그것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관객 각자의 몫이다.

    누군가는 거대 자본주의, 다른 누군가는 정체성의 포기, 또 다른 누군가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의 형상화라고 해석한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하는 게 이 작품의 묘미이다. 피에트로 마룰로는 "감상 포인트는 내가 주는 게 아니다. 관객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점은 거대한 검은 형체의 괴물은 무용수뿐만 아니라 관객도 위협한다는 점이다.

    난민 문제는 특정 국가 특정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주변에서 보고 있는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피에트로 마룰로는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떠한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그저 왜, 어떻게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타나는지를 그저 시각화한 것뿐이다. 정보를 주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 ⓒMaude Neve. (사진=시댄스 제공)

     

    그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난민촌을 취재하고 정치가 등을 만나며 대화를 나누었다. 내년 1월에는 현대 난민 캠프를 주제로 한 신작 'ARIANE (eu)PHOnie)을 발표할 예정이다.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지난해 8월 초연한 뒤 덴마크,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멕시코, 이스라엘, 노르웨이, 미국, 대만 등에 초청됐다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현대무용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가 선정한 신진 안무가 20인(에어로웨이브즈 트웬티, Aerowaves Twenty)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난민'을 주제로 한 제 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18, 시댄스)의 개막작이다.

    시댄스에서는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을 포함해 '난민·이주민'과 관련한 총 8개 작품(해외 작품 6개, 한국과 프랑스 합작품 1개, 한국 작품 1개)이 오른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지난 20년간은 현대무용의 보급, 확산, 인식 제고라는 계몽적인 취지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무용도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걸 무용계 내외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구체적인 이슈를 보편적으로 확장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며 "작품이 전하는 부조리와 고통을 무용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잘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관객이 보고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2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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