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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것 없는 코리아세일 페스타…소비자도 기업도 '외면'



생활경제

    살 것 없는 코리아세일 페스타…소비자도 기업도 '외면'

    산업부 무성의한 준비.. '대표할인상품 20' 빈약
    업계 관계자 "아이돌 전야제는 소핑축제와 무슨 관계?"
    "코리아 세일 페스타 실효성 있는 지 의구심 들어"

    롯데백화점 코리아세일페스타 모습. 자료사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경제를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코리아세일 페스타가 정부의 형식적인 준비와 업계의 외면으로 ‘이름값 못하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는 11월말(4번째 금요일)이면 미국 대륙이 선물이든 소비재든 뭔가를 사기 위한 소비자들의 설렘과 기대로 아메리카대륙이 들썩거린다. 덩달아 월마트, K마트 같은 유통업체나 베스트바이, 하비로비 등 가전 양판점, 생활소품 편집숍들의 기대도 한껏 올라간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미국 최대명절을 맞이해 가족과 친지 이웃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모처럼 지갑을 열고 아낌없이 소비행렬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1년에 한 차례 돌아오는 이 기간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워낙 할인의 폭이 크고 명품에 가까운 프리미엄급 브랜드들도 광폭할인행사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바이원겟원’이나 80~90%에 가까운 할인판매에 나서며 물건을 마구 밀어내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1년내 쌓인 재고상품을 처분할 좋은 기회인데다 ‘박리다매’ 싸게 팔아도 많이 팔려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그만큼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국민소비행사로 정착이 돼 있고 미국의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본 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행사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소비진작 실효성 측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행사 도입 5년째인 올해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참여업체는 지난해 446개에서 231개로 반토막이 났고 기간도 1/3로 단축됐다.

    정부 주도의 소비진작행사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성패는 참여 제조업체나 유통기업이 얼마나 알찬 준비를 해주는 지에 달려 있지만, 매년 진행되는 행사가 매출신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하나둘씩 행사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 업체들은 정부의 눈총이 신경 쓰이는 탓에 참여하지만 준비는 건성건성이다.

    A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의 마진 축소나 개별소비세 인하 같은 제도 도입 초기 혜택들이 슬그머니 사라져 고객들이 폭발적인 세일 기분을 느낄 수 없게 됐다”며 “백화점 입장에서는 업체에 마진을 줄이자는 얘기를 꺼내는 순간 갑질이 되는 요즘 분위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산업부 주도로 여러차례 모이기는 했지만 우수제품을 사전 기획하려는 움직임은 연초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거의 없었다”고 준비 분위기를 전했다.

    B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잘 팔릴 상품을 사전기획하기 보다는 유명 백화점의 세일행사에 정부가 숟가락만 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준비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추석 직후에 매년 가을 정기세일에 들어가고, 자체적으로 광고와 홍보를 하기 때문에 코.세.페로 그다지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볼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행사 기간은 9월28일~10월7일까지로 유명 백화점의 정기세일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일의 내용은 백화점들이 알아서 하고 정부가 껍데기만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갖다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CBS 취재 결과, 산업부의 허술한 행사준비를 지적하는 이 말은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산업부는 2018년 코리아 세일 페스타 준비를 위해 2월26일과 6월27일 등 4차례에 걸쳐 대한상의와 백화점협회, 중기중앙회 등 유관기관을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는 소비진작과 내수경제 활성화에 걸맞는 아이템 발굴 선정을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의의와 효과를 설명하는 자리였고 일부 백화점에 중소기업상품전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내려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별다른 준비없이 이름만 거창하게 붙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속담과 다를바 없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나 제조업체에서도 굳이 참여할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참여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코.세.페 정도의 할인율이면 굳이 이 행사가 아니더라도 참여기회가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온라인 구매나 해외 직구매, 수도권에 널린 각종 아울렛에서 상시적으로 할인제품을 구매하기가 ‘손바닥 뒤집기’ 만큼이나 쉽다.

    C백화점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나오는 제품들의 비교우위가 하나도 없다”며 “지금은 소비자가 항상 싸게 상품을 살수 있는 유통환경이 구축됐고 해외직구도 있어 백화점이 세일을 한다고 해도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인데 정부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이름만 가지고 가려고 하니 행사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마지못해 행사에 참여하는 시늉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D마트 관계자는 “우리도 참여는 하지만 특별히 준비한 건 없고 그냥 참여하는 정도다”고 말했고, F마트 관계자는 ”패션행사와 가전행사 일부가 있지만 외국인이 많이 찾지 않아 (제품 판매에서)평소랑 큰 차이가 없고 일부 품목에 대해 행사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산업부 주도로 만들어진 코리아 세일 페스타 홈페이지는 행사가 얼마나 고민없이 준비됐는 지 그대로 나타나 있다. 명색이 ‘한국’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소비자들이 너나없이 구매욕을 느낄 '킬러 컨텐츠'는 빈약하기 그지 없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표할인상품 TOP20‘. 사진=코리아세일 페스타 홈피 캡처

     

    홈페이지의 ‘대표할인상품 TOP20‘에는 이기간에만 파격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는 20개의 대표할인상품을 지금 공개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일색이다.

    그나마 세일행사에 참여한 삼성전자, 엘지전자, 금강제화 같은 회사들의 할인율은 30%에서 많으면 40%수준이다. 이 정도는 수도권 할인점이나 인터넷 구매, 브랜드 제품 ‘시즌오프’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준. 이걸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유통업체를 찾을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행사 담당자의 쇼핑에 대한 전문성이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정부주도로 이뤄지는 행사여서 그럴까. 행사의 원래 취지와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행사도 눈에 띤다. 27일 열린 전야제 행사에는 아이돌 가수들이 동원돼 축하공연을 열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무슨 관련이 있는 지 알수 없다는 푸념이 쏟아져 나온다.

    유통업체의 간부는 “27일 전야제로 레드벨벳,엑소 등이 출연해 한류 K-POP공연을 서울광장에서 하는데 과연 이게 쇼핑 축제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보여주기식 축제라면 참여업체, 소비자들 모두 실망만 쌓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성의한 보여주기식 행사 준비를 두고 산업계와 유통업계에서는 이럴거면 왜 아까운 예산을 써가면서 행사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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