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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차례상은 얼마짜리? 기자가 직접 차려봤다



대구

    올해 추석 차례상은 얼마짜리? 기자가 직접 차려봤다

    아름다운 달빛과 풍성한 가을 수확이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추석.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 속담이 등장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그늘진 얼굴로 추석을 준비를 시작한 이들이 많았다.

    지난 여름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폭염과 예상치 못했던 국지성 호우의 영향으로 물가가 크게 오를 거란 전망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번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대형유통마트 기준 대략 32만원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대형마트 기준 31만252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30만원 쯤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소폭 늘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경우 지난해보다 비용이 20% 증가할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과연 물가는 얼마나 상승한 것일까. 실제로 올해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서민들은 얼마만큼의 부담을 느꼈을까.

    또 격식에 맞게 차례상을 차리되 최대한 절약하면 비용을 얼마까지 낮출 수 있을까.

    CBS 노컷뉴스는 추석을 앞둔 지난 18일 한 대형마트에서 직접 차례상 준비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봤다. 비용을 얼마까지 아낄 수 있을 지 살펴보고자 '최저가'로 장보기에 도전했다.

    집집마다 차례 문화가 다르고 평소 조상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등 새로운 형식을 취하는 가정이 늘고 있어 차례상 준비물을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이 따랐다.

    <대추, 밤,="" 배,="" 감,="" 사과,="" 한과,="" 포,="" 삼색나물,="" 나박김치,="" 식혜,="" 육탕,="" 소탕,="" 어탕,="" 육전,="" 육적,="" 소적,="" 어적,="" 어전,="" 떡,="" 국,="" 술="">

    최저가로 장을 보기 위해, 독자들의 보편적 이해를 돕기 위해 공통적으로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들을 꼽아 위와 같이 메뉴를 정했다.

    탕의 경우 세 가지를 모두 끓이는 것이 번거롭고 가격 부담이 커 무와 두부, 국거리용 소고기를 기본으로 하는 육탕을 끓인 뒤 어탕의 경우 북어포를 추가, 소탕의 경우 소고기를 빼고 올리는 것으로 가정했다.

    전의 경우에도 종류가 가지각색이고 여러가지를 준비하려면 부담이 클 것으로 생각해 최대한 단조롭게 꾸몄다. 채소전을 뜻하는 소적은 고구마, 부추, 배추로 어전은 동태전만으로 단촐하게 생각했다.

    "15만3530원입니다"

    추석 차례상 차리기를 위해 직접 장을 본 영수증. (사진=류연정 기자)

     

    기자가 직접 고른 물건들의 총합은 예상 가격의 절반 수준. 여기에 마트에서 구할 수 없었던 도라지와 나박김치, 미처 사지 못한 부침가루와 식용유, 굳이 구매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이는 쌀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대략 20만원에 차례상 한 상 차림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각종 기관과 소비자단체가 제시했던 금액보다 10여만원 싸게 장을 본 셈인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먼저 기자가 음식과 재료를 고르는 눈을 낮췄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큰 공은 여기에 있다.

    기자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차례상을 차렸지만 음식의 종류를 최소화했다. 구매량도 최소로 잡았다.

    예컨대 한우 산적용 소고기는 3꼬치를 꿸 수 있는 양만 구매했고 떡은 3,4단으로 높이 쌓지 않고 송편 40알을 고이 담는 것 정도로 정했다.

    육전도 완자나 산적을 빼고 소고기전만 택했다.

    기본적인 형식만 따르고 상차림을 할 수 있을 만한 최소한의 양으로, 값싼 재료를 골랐더니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다만 이는 푸짐한 상차림, 여러 가족이 함께 나눠먹을 정도의 풍족한 양이 필요한 가정이라면 2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 물가 상승이 있기는 했지만 일부 품목에 그친 덕도 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제공하는 유통정보(9월21일 기준)에 따르면 달걀, 한우는 평년과 비슷한 가격 동향을 보였다.

    배추의 경우 1포기당 5935원으로 평년(4510원) 보다는 천원 넘게 비쌌지만 지난해 이맘때보다 300원 가량 저렴했다. 이외에도 동태 등 안정적 공급이 이뤄지는 품목은 가격 상승이 거의 없었다.

    대구의 한 마트 배 가격. (사진=류연정 기자)

     

    과일의 가격만 크게 올랐는데 과일은 개수와 품질 등을 취사선택 할 수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사과와 배는 모양이 큰 제수용보다 알이 작지만 고르고 예쁜 것을 골랐다. 마트 포장지에는 B+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특히 배는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컸는데 신고의 경우 평년보다 4천원 정도 높은 가격을 보였지만 원황의 경우 평년보다 7천원 넘게 비쌌다.

    메가마트 남천점 수산 매장 모습 (사진 = 메가마트 제공)

     

    실제로 가격 부담을 피하고자 기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리는 시민들도 늘고있다.

    대구에 사는 이모(53)씨는 "예전에는 한 상 거하게 차려보자 그런 문화가 강했는데 요즘은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해 간단하게 차리려고 한다. 가족들이 나눠먹을 수 있는 음식은 양을 늘리고 보기 좋으라고 올리는 음식이나 과일은 개수나 양을 줄인다"고 전했다.

    시어머니를 따라 장을 봤다는 고모(45)씨도 "예전에는 고구마전을 할 때 고구마 10개씩을 썼다면 지금은 4개 정도로 줄였다. 종류가 많기 때문에 굳이 양을 많게 하지 않아도 가족들이 나눠 먹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형식보다도 마음을 다 하는게 중요하다. 억지로 부담스럽게 거한 차례상을 차리면 조상들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라며 "형편과 상황에 맞는 간소화된 차례상 차리기가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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