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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중소기업의 어려움 들어보니..연구개발 인력과 인프라에 목말라



금융/증시

    혁신 중소기업의 어려움 들어보니..연구개발 인력과 인프라에 목말라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장기 투자와 주도적 역할 필요

    TED강연 중인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사진=유튜브 캡처)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왜 미국에 모두 몰려 있을까?”

    영국 석세스 대학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교수가 2014년 강연 프로그램인 테드(TED)에 출연해 던진 질문이다. (https://tv.naver.com/v/134442)

    답은 미국 정부가 리스크가 커서 민간에선 투자하기 어려운 부문에 대규모의 장기 투자를 하면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생턔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마추카토 교수는 말한다.

    미국은 19세기엔 민간 기업에게 철도 건설을 위해 토지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농업연구에 투자했고, 20세기엔 비행,우주,항공 산업, 21세기엔 생명과학, 나노기술,녹색에너지 산업에 연구개발 보조금과 다른 형태의 재원으로 지원하고 있다.(마리아나 마추카토의 저서 ‘기업가형 국가’ 중)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휴대전화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었지만 터치스크린이나 위치파악시스템(GPS) 같은 핵심 기술은 미국 정부가 대학이나 군부의 연구를 장기적으로 뒷받침한 결과 개발된 것이어서 ‘아이폰의 성공 배후에는 국가가 있는 것’이라고 마추카토 교수는 지적한다.(같은 책)

    마리아나 마추카토 著 '기업가형 국가'

     

    우리나라도 조선산업과 같은 전통적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신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역대 정부가 강조해온 바 있고, 특히 현 정부에선 혁신 성장을 경제정책의 주요한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이 이 정책목표를 위해 여러가지 세부 정책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통 산업이 아닌 신산업 영역에서 중소기업 규모로 출발하는 혁신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 조성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국산업은행은 최근  ‘신산업 활성화와 혁신성장 가속화를 위해’ 차세대 주력기업 51개사를 선정, 앞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공개 등을 돕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KDB-TECH 프로그램)

    미래 성장성과 기술 혁신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이 기업들 가운데 (주)디지캡과 (주)넥스틴의 대표들로부터 혁신 생태계 조성과 관련한 의견을 들어봤다.

    (주) 디지캡 사옥과 한승우 대표(사진=디지캡)

     

    (주)디지캡(DigCap)은 음원이나 영상을 불법으로 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디지털콘텐츠 보호 솔루션(DRM,CAS)과 UHD방송 솔루션 등을 공급하는 회사로 최근 3년 평균 연구개발 직원의 비율이 전체의 76%에 달한다고 산은은 소개했다.

    이 회사는 특히 미국의 디지털 방송 표준인 ATSC 3.0 기반의 지상파 UHD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해 지상파 TV 사들이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을 UHD로 송출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재 미국과 남미의 UHD방송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어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산은으로부터 받았다.

    이 회사는 그러나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승우 디지캡 대표는 “현재 안드로이드와 자바 기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크게 부족하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다 마찬가지다. 특히 안드로이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런 인력을 정부가 양성해줘야 하는데 1인당 교육비용이 너무 커서 못한다고 한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낮은 수준의 기술만 교육해 현장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잘 해서” 인력 양성에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기피 경향을 감안해 혁신성이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고급 기술 인력에 대해선 병역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넥스틴이 개발한 반도체웨이퍼검사장비와 박태훈 대표(사진=넥스틴)

     

    (주)넥스틴은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와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로 지난해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32%에 이르는 기술 집약 기업이라고 산은은 평가했다.

    이 회사는 기술난이도가 높아서 미국의 KLA-텐코(TENCOR)사가 세계시장의 90%가량 독점 공급하고 있는 반도체웨이퍼검사 장비를 2013년부터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국산화해내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웨이퍼를 검사하는데는 첩보위성처럼 고도로 정밀한 사진을 찍은 뒤 이미지를 처리하는 광학 및 이미지 처리 기술이 필요해 이 회사는 실제 첩보위성 기술을 가진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두고 이런 기술을 배워 검사장비를 개발했다고 한다.

    박태훈 넥스틴 대표는 장비개발에 성공하기까지 “관련 기술을 가진 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면서 지금도 여러 대학에 연구비를 대며 관련 인력 양성에 직접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해도 평가받을 기회 자체를 얻기가 어렵다”면서 “민관이 함께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한다고 그동안 정부 측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진척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자금에 대해서도 “연구개발 비용을 여러 회사에 조금씩 나눠 주니까 받은 곳도 도움이 안되고 성과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나눠먹기식 운용을 지양하고, 벤처투자가 이뤄지는 혁신기업에 정부도 집중 투자하되 회수는 해당 회사의 지분 취득은 피하고 이스라엘처럼 투자금의 10배를 받는 식으로 운영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 산업과 관련해서도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을 위해 산학 연계가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재일 광주과기원 교수 겸 (주)애니젠 대표이사(사진=애니젠 홈페이지)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김재일 교수는 “대학내 분산돼 있는 실험 기자재를 한 곳으로 모으고,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이 함께 입주해서 저렴한 사용료를 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산학협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펩타이드 바이오 소재와 펩타이드 기반의 항암, 항당뇨 등의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주)애니젠을 학교안에 설립한 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는 등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바이오 기업 대표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단백질을 관찰하는데 쓰이는 핵공명장치와 같은 장비는 15억 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갖추기가 어렵다”며 “대학과 연구소 등에 분산돼 있는 이런 고가의 장비가 결국 국민세금으로 마련된 것이지만 기업체들이 의뢰한 개별 연구과제 수행에만 쓰이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당뇨나 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동물실을 만들어 바이오 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실험동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하는 방안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기업가형 국가’에서 “공공부문은 최근의 금융위기 직후 민간부문에서 주도하는 혁신을 장려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면서 “혁신은 민간이 아닌 공공부문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급 기술인력의 양성이나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반도체 테스트베드 조성, 연구개발비용의 효과적 지원, 실질적 산학연계 등은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정부가 대규모의 장기적 투자와 주도적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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