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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고향 가기는 틀렸어요" 발목 묶인 장애인들



사건/사고

    "올해도 고향 가기는 틀렸어요" 발목 묶인 장애인들

    지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시승행사' 참석자들이 시승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장애인들도 명절 때 고향에 가고 싶지만 여건이 안 돼 있잖아요. 제때 못간 지 7, 8년은 됐을 거예요."

    전북 전주에 사는 뇌병변 장애 1급 A(33)씨는 이번 명절도 고향인 목포에 가지 못한다. 평소 다리 역할을 하는 전동휠체어는 먼 길을 갈 때 오히려 짐이 된다.

    버스 귀향은 '그림의 떡'이다. 아직 국내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나 시외버스가 없다.

    특수버스 운영기술 개발에 나선 국토교통부는 연구 완료 시점을 내년 9월께로 보고 있다. 시범운영을 넘어 상용화 되기까지 갈 길이 먼 셈이다.

    결국 A씨는 '1년에 두 번은 꼭 보자'던 오빠 내외와의 약속을 이번에도 어기게 됐다.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이지콜'. (사진=김민성 기자)

     

    '특별활동수단'으로 불리는 장애인 콜택시도 귀성 목적과 동떨어져 있다. 평소 A씨가 애용하는 전주시 장애인콜택시 '이지콜'은 연휴 기간 전국권 택시 3대 전부를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 전북권내 운행 차량 42대도 11대로 축소 운행된다.

    A씨는 "현재로서는 고향에 갈 유일한 수단은 기차뿐이다"며 "기차역이 붐비는 명절 대신 평일에 따로 시간을 내 가족들을 만나야할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기차는 KTX, KTX산천, 무궁화호 등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개 편성(400석~900석 가량) 당 10석 이하의 장애인 좌석이 있다.

    지난해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광장에서 농성에 나선 모습. (사진=김동빈 기자)

     

    이처럼 장애인 이동권이 저해되는 현실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지난 2014년부터 주요 버스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시외 이동권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제한을 국가가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지난 18일 전장연과 국토부는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정책을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적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인식 변화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이동권 실현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성규 교수는 "장애인을 특수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상당수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장애인들을 일상생활로부터 배제시키기도 한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호가 비장애인이 베푸는 형태로 작동하는 것도 비극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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