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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포획 알고도 먹는 고래고기…근본 대책 없나



울산

    불법포획 알고도 먹는 고래고기…근본 대책 없나

    DNA 채집·유통증명서 발급 등 제도적 허점 수두룩
    환경단체 "정부가 고래 유통 완전 금지시켜야"

    (사진=자료사진)

     

    고래고기 불법 유통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랜 기간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불법 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고래류 불법 유통을 막을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26일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에서 매년 혼획(그물에 걸림)되는 밍크고래는 80여마리로 추산된다. 이렇게 혼획된 고래는 경매를 통해 시중에 팔려 나간다. 이 이외의 밍크고래는 시중에서 유통될 수 없다. 그런데 국내 고래고기 전문점에서 소비되는 밍크고래는 한해 평균 240여마리(추정치)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시중에 유통 중인 밍크고래 3마리 중 2마리는 불법 포획된 개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만연한 고래 불법 유통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허술한 제도 때문이다. 최근 울산지방검찰청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고래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고래를 불법 포획해서 유통하는 과정과 이를 근절하지 못하는 제도의 허술함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우선 고래고기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DNA 등록·관리 제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래 포획은 금지하지만 혼획된 고래는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발견되면 해경이 불법포획 여부를 확인하고, 수협이 DNA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제공한 뒤 유통이 진행된다. 수협으로부터 받은 DNA는 국립수산과학원이 데이터베이스화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데이터베이스에 DNA 기록이 없는 고래는 혼획 고래가 아닌 불법 포획된 개체라고 판단하는 증거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다. 바로 국립수산과학원의 데이터베이스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DNA 시료 제공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수협이 DNA 채집을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13∼2017년 5년간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 8623마리 중 DNA 시료가 보유된 고래는 5450마리로, 보유비율은 63.2%에 불과하다. 결국 데이터베이스에 DNA 기록이 없는 고래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허점 때문에 불법 포획 고래라고 판단해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불법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통업자에게 돌려준 이른바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같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제도적 문제도 지적됐다. 혼획된 고래에 대해서는 유통증명서가 발급된다. 불법포획한 고래가 아닌 만큼 시중에 유통이 가능하다는 일종의 허가권이다. 이 유통증명서는 고래 1마리당 1건만 발행한다. 그런데 고래의 경우 해체 이후 수백개의 상자에 나뉘어 유통되는데 상자에는 별도의 표식을 하지 않는다.

    결국 유통증명서가 없는 고래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시중에 유통 중인 고래고기 가운데 불법 포획 고래와 혼획 고래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최근 고시 개정으로 이와 같은 문제들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허점은 많다.

    이에 대해 이한울 울산지검 검사는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DNA 채집·제공 누락의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유통증명서의 공신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며 “DNA 채집 의무를 강화하거나 벌칙 규정을 두고, 불법 포획 고래는 위판을 금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법포획 근절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 불법유통 근절 방안으로 고래 유통증명서 쿼터제를 제시하고 있다. 해경이 한해 평균 발급하는 고래 유통증명서는 76건인데 이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에 유통증명서 발급을 50건으로 제한하고, 한도를 넘어선 이후 혼획된 고래는 유통을 금지시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한도를 넘어선 이후부터 어민들이 고래를 잡기 위해 그물을 치는 ‘혼획을 가장한 포획’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 있을 것으로 핫핑크돌핀스는 예상하고 있다.

    또, 고래고기 전문점이 업종을 바꾸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혼획 고래가 경매에서 팔리면 그 금액의 50%를 원천징수해 해양생태계 보전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고래 유통증명서 쿼터제 등의 방안은 결국 고래고기 유통을 완전 금지시키기 위한 사전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혼획 고래 유통을 금지시키지 않는 한 포획 행위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고래고기 유통 불법화를 위한 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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