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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근거 없는 대피 지시, 징계 합법"…노동계 "작업대피권 보장하라"



대전

    法 "근거 없는 대피 지시, 징계 합법"…노동계 "작업대피권 보장하라"

    17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가 대전지법에서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작업대피권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미성 기자)

     

    인근 사업장에서 화학물질누출사고가 발생하자 조합원들을 대피시킨 노조 지부장에게 내려진 '정직' 처분은 합법적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노동계는 "화학물질누출사고 위험으로부터 대피가 징계와 해고를 감수해야 하느냐"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와 판결문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월 26일 오전 7시 56분쯤 세종시 부강면 부강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됐다.

    소방본부는 "유출된 화학물질이 티오비스이고, 공기 중에서 반응하게 되면 황화수소로 변질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공장 관계자의 말을 듣고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당시 이 사고로 30명의 근로자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화학물질누출사고가 발생한 공장 인근의 A 회사는 누출사고를 알게 된 뒤 재난지휘통제소를 수시 방문하고 이상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공장을 순찰했다.

    당시 대전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A 회사 측에 근로자들의 대피를 권유했다.

    반면 소방본부 측은 "화학물질안전원의 측정결과 및 사고지점과의 이격거리 등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추가 위험 사항이 없어 (A 회사가) 대피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A 회사의 노조 지회장으로 근무하던 B씨는 누출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고용노동부와 소방본부에 전화해 누출사고에 대한 대책과 사고 경위 등을 파악했다.

    이후 B씨는 회사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조합원 28명에게 대피를 지시했다.

    또 B씨는 사고 발생 이틀 뒤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회사가 누출사고를 인지하고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했다.

    회사 측에 대해 "회사 공장으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지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회사 측에 작업중지조치 미이행에 대한 고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회사 측은 B씨에 대해 '작업장을 무단이탈한 뒤 근무 중인 조합원에게도 집단으로 무단이탈을 지시한 행위',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를 비방한 행위' 등의 이유로 같은 해 11월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했다.

    B씨는 회사 측에 대해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단체협약에 따라 정당하게 작업을 중지했고, 지회장으로서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 작업중지권을 사용토록 권유한 것"이라며 "기자회견은 진실한 사실을 공익적 목적 아래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당한 조합활동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는 누출사고에 대해 회사 측이 통제 및 조치를 하고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뚜렷한 근거 없이 대피가 필요하다고 자의적 판단해 작업장을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 28명에게도 대피를 지시했고, 조합원들이 모두 작업장을 이탈해 회사의 정상적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한 점, 기자회견을 통해 허위 사실을 적시해 회사와 임직원들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한 점 등을 볼 때 정직처분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비판하며 "항소심 재판부는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조는 회사가 누출사고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하지 않고, 무작정 대기하라는 말을 듣지 않고 작업 대피를 했다"며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발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무혐의 처분 근거는 너무나 어이가 없다"며 "화학물질누출사고는 해당 사업장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퍼질 수 있음에도 해당사업장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는 상식이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지방법원의 판결은 더욱 심각하다"며 "이 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대피권고마저 자의적 판단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판결은 당장 사람이 죽지 않았으니, 위험하지 않은 것이고 죽은 후에 바로 신고를 했다는 삼성전자의 논리와 너무나 판박이"라며 "대전지법 민사 제11부는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의 궁극적 목적을 상실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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