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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했던 정부, 제주 예멘 난민 혼란 키웠다



인권/복지

    미숙했던 정부, 제주 예멘 난민 혼란 키웠다

    [제주 예멘난민 5개월 ③]
    성급한 출도제한 결정으로 혼란 시작
    예멘 난민 부정 여론에 수세적 태도 일관
    시스템도 실종…"지원 체계 촘촘히 짜야"

    지난 5월 내전을 피해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500여명이 난민 신청을 한 이후 수용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논란 5개월째인 예멘인들의 상황과 관계 당국 대응의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하고 있다. 10일은 마지막으로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혼란을 키운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제주 예멘 난민 거부감 속 포용…공존 가능성 봤다
    ② 난민 심사받는 제주 예멘인 일터서 폭행당해도 '쉬쉬'
    ③ 미숙했던 정부, 제주 예멘 난민 혼란 키웠다
    (끝)


    지난달 28일 서귀포시 중문동의 임시숙소에서 무함마드(25)가 취재진에게 내전으로 황폐화된 자신의 고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이 500여명에 이르자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태도가 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갑작스런 출도제한…"존재감 부각시켜 긴장감 증폭"

    현재 내전을 겪는 예멘인들은 지난 2016년부터 제주에 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560여명이 제주에 무사증으로 입국했으며 이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출도(다른 지역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지기 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난민 신청을 철회하는 등의 인원을 빼면 현재 465명이 제주에 체류하며 난민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가 지난 4월 30일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가 수백 명에 이르자 예멘인에 대해 출도 제한 조치를 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애초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이미 친척들이 정착해 있고 이슬람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는 육지부로 이동해 도움을 받으려던 예멘인들의 발이 묶였던 것.

    이 때문에 초창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예멘인들은 돈이 떨어지자 길거리로 나앉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민사회의 인도적 지원으로 노숙 생활하는 예멘인은 없다.

    또 수백 명의 예멘인이 갑자기 제주에 머물게 되면서 '제주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예멘인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수시로 게재되며 혼란이 증폭됐다.

    제주 예멘 난민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SNS 글들. (사진=SNS 캡처)

     

    김상훈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국장은 "출도제한을 하지 않았다면 예멘인들이 서울 이태원, 경기도 안산 등 이미 이슬람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는 육지부로 이동해 구직 등의 도움을 받으며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멘인들이 제주라는 섬에 발이 묶이면서 존재가 더 부각돼 긴장감을 유발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 "정부 수세적 태도…되레 우려의 대상으로 인식시켜"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 가짜난민 등 부정적인 여론이 대두된 이후에도 정부는 일관되게 수세적인 모습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예멘 난민이 한국 휴양섬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북한 피난민의 아들'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실제로 국민들의 난민 범죄 우려에 정부는 "특별순찰을 돌겠다"고 답했고, "국민보호가 최우선이다"라는 발언을 하며 의도와는 무관하게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이며 경계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또 정부는 선제적으로 제주 예멘 난민에 관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난민 브로커, 가짜난민 등의 가짜뉴스가 나올 때마다 보도자료와 설명자료를 통해 해명하기 급급했다.

    변수현 난민네트워크 활동가는 "그동안 정부는 예멘 난민에 대해 부분적인 조치만을 언급했을 뿐 제주 예멘 난민 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런 어정쩡한 태도가 예멘인들을 우려해야만 하는 상대로 인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공공연하게 드러낸 차별적 태도 역시 예멘 난민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지난 6월 1일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 12개국에 포함시키며 "예멘은 무사증 입국 허가 제도를 악용해 입국할 개연성이 상존한다"고 표현하는 등 예멘 난민들을 '무사증을 악용한 잠재적 범죄자'처럼 비치게 할 여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예멘 난민들은 제주 무사증 입국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했고, 범죄를 저지른 건수는 없다.

    ◇ '허울'뿐인 난민법…"촘촘한 지원시스템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정부의 대응 방식을 보면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미숙했다고 지적한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위한 범도민위원회 위원장은 "큰 틀에서의 컨트롤타워 없이 출도제한 등 극약처방으로 대응해 나가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난민법에는 난민신청자의 경우에도 생계비, 주거시설, 교육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내놓은 지원 방안은 취업 제한을 풀어주고 2차례 일자리를 알선해준 게 전부다.

    이마저도 한국인이 기피할 정도로 노동강도가 센 농수축산과 요식업에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수십 명의 예멘인이 부적응 문제로 일터를 떠나고 있다. 현재 제주 체류 예멘인 460여명 가운데 일을 하는 예멘인은 215명(46%)이다.

    일을 하는 예멘인을 제외한 나머지 200여명에 대한 숙식, 교육 등의 인도적 지원도 종교단체와 시민사회에서 도맡아서 하고 있다.

    지난달 예멘인들과 도민들이 함께 촬영한 사진. (사진=자료사진)

     

    김성인 위원장은 "난민법을 제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난민에 대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난민법 제정 이후 난민 인정률이 떨어지고, 관련 지원 체계도 없는 등 허울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난민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상 문을 걸어 닫아도 계속해서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향후 매뉴얼을 만들어 지원 체계와 방식을 촘촘하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혐오 속에서도 예멘인들을 도우며 공존의 가능성을 보인 제주도민들의 실험을 매뉴얼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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