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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화웨이 딜레마' 이면엔 '5G 패권 전쟁'



IT/과학

    '5G 화웨이 딜레마' 이면엔 '5G 패권 전쟁'

    "상용화 일정·가성비 따지면 화웨이지만"…이달 중 5G 장비 선정 막판 저울질
    화웨이 택하자니 中 견제하는 '美 눈치'…"5G는 韓 장비로" 국수주의 논란까지

     

    내년 3월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를 앞두고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딜레마'에 빠졌다. 통신사 입장에선 우수한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을 내미는 화웨이에 구미가 당긴다. 그러나 보안 우려가 끊이지 않는 데다, 세계 첫 5G 상용화에 따른 실익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반감도 강한 상황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의 외교 이슈도 고려 대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5G망 구축에 외산보단 "국산 장비를 써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해 국수주의를 부추긴단 논란까지 일고 있다. 결국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에 5G 기술 선점만은 빼앗기지 않으려는 '5G 패권전'으로 치닫고 있다.

    ◇ LGU+, LTE망과 이어 화웨이 채택 유력…SK텔레콤·KT는 '고심'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내년 3월 상용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장비 선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전국망 구축에 드는 시간만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관건은 5G 주력 장비로 중국 화웨이를 채택할지 여부다. 현재로선 화웨이의 5G 장비가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지난 5월 이미, 국내 전국망 대역인 3.5㎓에서 상용 가능한 기술이 개발된 데다 숱한 성능시험을 거치며 안정성을 확보했다. 경쟁사인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는 연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가격도 화웨이는 30%나 저렴하다.

    GSA 2017.3월 자료(MVNO 제외)

     

    시장 점유율도 화웨이의 자신감을 거든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의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 점유률 조사 결사 결과, 화웨이가 28%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슨 27%, 노키아 23%, 중국 ZTE가 13%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3%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 도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5G망은 상용화 초기엔 5G와 LTE(롱텀에볼루션)망을 연동하는 NSA(Non-Standalone: LTE·5G 복합표준) 형태로 구축하고, 이후 SA(Stand Alone: 5G 독립표준) 형태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TE망과 5G망이 연동되기 위해서는 기존 LTE 장비 공급사가 만든 5G 장비를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 장비 호환과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LTE 서비스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도입이 기정사실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월 말 당시, 대표이사였던 권영수 부회장은 취재진에 "이변이 없는 한 5G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두고 막판 저울질에 들어갔다. LTE 때 화웨이 장비는 쓰지 않았지만, 내년 3월로 계획된 상용화 일정을 맞추려면 기술력이 가장 앞선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28㎓ 대역에 주력해오던 삼성전자는 3.5㎓ 대역에서도 적기에 장비를 공급하겠다며 맞불을 놓았지만, 장비 안정성 확보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장비를 채택해야 한다면 화웨이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화웨이 채택하면 국가 안보 위협?…사실상 '美·中 통상갈등'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러나 중국산 장비 채택에 따른 끊이지 않는 정보 수집에 대한 보안 우려와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최종 결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가격이 아무리 싸더라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하고 자국 통신 시스템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2012년 미국 의회에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대미 스파이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미국 통신사들의 화웨이, ZTE 등 중국산 장비 사용을 막고 있다.

    세계적으로 번지는 반(反) 화웨이 정서도 부담이다. 호주도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한 이후, 최근 일본 정부도 화웨이와 ZTE를 자국 내 5G 장비 입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화웨이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의 국가들로부터 줄줄이 배제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작 보안 우려보다는 미래 핵심 산업인 5G 시장을 놓고 벌이는 '국가-기업 간 패권 경쟁'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화웨이에 "절대 5G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미국발 견제에서 불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브로드컴의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 인수를 막아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은 싱가포르 회사인데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 퀄컴의 경쟁사인 화웨이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정부는 퀄컴의 통신 기밀, 특히 5G 기술이 유출돼 미국의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를 포기하고 지난 7월 퀄컴 대신 'CA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미국은 이외에도 중국 알리바바가 관계사인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도 불허했다. 중국 화웨이도 미국 2위 통신사 AT&T와 제휴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미 의회가 무산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5G 경쟁에서만큼은 중국을 이겨야 한다는 견제를 보안을 빌미로 막아선 셈"이라고 말했다.

    ◇ "국제 인증 제조사 화웨이 유일"…美 눈치보랴 韓 업체 살리랴 '국수주의' 우려

    전문가들은 화웨이 통신 장비에 대해 미국 의회가 제기한 백도어 설치 의혹도 "공개적으로 실체가 확인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이 화웨이 배제 근거로 삼는 2012년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와 ZTE로 인해 발생한 미국 보안 이슈 조사 보고서'(Investigative Report on the U.S. National Security Issues Posed bt Chinese Telecommunications Companies Huawei and ZTE)에 따르면 "미국 입장에서 보안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화웨이는 그들의 회사구조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완벽하고 분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아마도 중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Huawei did not provide clear and complete information on its corporate structure and decision-making processes, and it likely remains dependent on the Chinese government for support)"며 보안 위협의 가능성만 언급할 뿐 어떤 근거로 보안 문제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CC인증은 기지국 S/W의 Source code를 검사하여 제시된 기능 이외의 기능이 있는지 여부를 분석 Tool을 통해 백도어가 없음을 확인

     

    현재까지 국내 진출한 글로벌 벤더 중에 기지국 장비에 국제 CC 인증을 받은 제조사도 화웨이가 유일하다. 화웨이는 2014년 스페인 인증기관인 ENAC로부터 국제 CC 인증을 받았고, 2016년엔 OPEN TTPS 요구 사항을 충족시킴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기술 공급자 인증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화웨이를 장비 선정에서 배제하지 말고, 화웨이뿐 아니라 국내 구축이 유력한 모든 장비의 보안을 중립적인 전문기관을 통해 지속 검증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 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국제 CC 인증은 기지국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검사하는데, 백도어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기지국 장비는 직접 인터넷으로 통하는 경로가 없고 서비스망을 통해 인터넷과 접속되며 이통사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장비를 통한 정보 유출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내에 구축한 장비 업체에 대해 매년 보안 검증을 하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국내 2.6GHz 대역에서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 무선 기지국 장비로 화웨이를 쓰고 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화웨이 장비 선정 여부를 놓고 보안을 둘러싼 여론이 뜨겁지만, 정부는 자신들이 주관한 조사 결과를 버젓이 두고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눈치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안 수석은 5G 장비 선택은 정부가 아닌 이통사가 해야 하며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명민 장관이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다는 의미는 단말기, 통신장비 등 한국 기술이 사용된다는 것"이라면서 "만약 이런 의미가 희석된다면 세계 최초 5G의 의미는 크지 않다"고 발언한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는 "국산 장비를 써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월권적 시장 개입주의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안 수석은 "현실적으로 경쟁사보다 취약한 가성비, 후진적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국내 제품을 써야만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논리는 한국의 글로벌 ICT 위상에 맞지 않다"면서 "국산 장비만 고집하고 화웨이 것은 의도적으로 배격한다면 중국 시장 공략에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반도체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수요처가 중국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ICT 수출액 중 996억 8만 달러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수출품목이다. 최근 중국 시장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60.2% 성장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주요 고객이 화웨이다. 삼성전자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수출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보안 우려나 통상 압력에서 미국 편에 가담하다 사드 사태처럼 역으로 통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앞서, 지난 3일 중국은 호주 공영 공중파 ABC방송의 자국 내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중국 정부는 차단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호주가 안보를 이유로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업체를 배제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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