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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했던 북한…대북 특사 수용으로 정세 반전 노리나



통일/북한

    침묵했던 북한…대북 특사 수용으로 정세 반전 노리나

    폼페이오 방북 취소에 北 대응 자제…시간 필요한 듯
    미중 갈등 부각하고 비난 최소화하면서 관심 돌리기
    김정은 9.9절 메시지 통해 입장 표명할 듯
    북한, 반나절만에 대북 특사 수용…교착 상태 돌파구 찾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북한은 공식 입장 없이 침묵하고 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보냈을 때와 달리, 북한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특사 파견을 전격 수용하고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 공식입장 없이 대외매체 비난만…北 "신중 모드"

    북한은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 편지를 보내자 곧바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또 지난 7월 북미고위급회담이 사실상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마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강도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대화 국면은 끝까지 붙들었다.

    비핵화-체제안전보장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 북한은 신속한 공식 입장을 통해 미국에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판이 깨지지는 않도록 조절해 왔는데, 이번엔 이상기류가 흐른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침묵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은 오직 대외 선전용 매체를 통해서만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난하고 있는데, 어떤 매체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았던 공식적인 담화에 비해 격이 한참 떨어진다.

    오히려,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미중 무역 분쟁, 미국-이란의 핵 문제 등 미국이 다른 나라와 벌이고 있는 갈등을 소개했는데, 이는 북미간 교착 상태에 대한 내부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미국에게 북한이 답을 줘야하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기간에 태도를 바꾸기 어려우므로 원론적 수준의 낮은 비난을 하며 미-중 관계를 부각시키는 등 내부의 관심을 흩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도 지난달 30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방북) 취소 발표 이후 북한의 특별한 대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북측에서도 신중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 김정은의 9.9절 메시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대화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나 공식석상 발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거나 "김 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히며 여전히 뒷문을 열어두고 있다.

    양 측 모두 판을 깨고 싶지는 않은 상태이므로 물밑접촉도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미국에게 언제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북한은 자신들의 정권수립기념일인 9.9절이라는 대형행사를 앞두고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70주년으로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꺾어지는 해'이기 때문에 의미도 남다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초청을 고사한 상태이기에 중국 시진핑 주석이 참가하느냐가 행사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 같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연이어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열었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까지 9.9절에 맞춰 북한을 찾는다면, 자신의 외교 업적에 큰 점을 찍는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북을 고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트위터에 "우리가 무역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중국이 비핵화 과정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한 상황이기에 시 주석이 북한을 찾기는 부담스럽다.

    따라서 북한도 9.9절 이전에 성급한 공식반응으로 미국과의 대립을 부각시켜 버린다면, 시 주석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성렬 위원은 "시 주석이 올지 말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북한은 9.9절까지는 '로우키' 기조를 유지한 뒤. 9.9절 연설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나 미국의 태도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대북 특사단', 국면 전환 이끌어낼까

    이렇게 침묵이 길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단 파견 제안을 반나절만에 전격 수용했다.

    청와대는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도 밀당을 하지 않고 곧바로 특사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그만큼 정세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사단이 방북하면 최근 교착 국면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고, 특사단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더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협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소한 이번 달 안에 열기로 합의한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비핵화 동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은 충분하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특사단의 방북으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는 않지만 배제하지는 못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논의하고, 만일 북한으로 하여금 진일보된 비핵화 조치를 수용하게 해 미국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최고의 성과"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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