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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편지 쇼크'…'되치기'한 트럼프



미국/중남미

    김영철 '편지 쇼크'…'되치기'한 트럼프

    • 2018-08-31 13:50

    [뉴스분석] 김영철 편지내용 뭐길래...미국 대북기조 변침
    北 퇴짜놓자 방북취소로 맞받아친 트럼프...만만한 인물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 (사진=백악관 제공)

     

    미국의 대북 기조가 다시 압박 쪽으로 흐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불과 출국 몇 시간 전에 취소됐고, 적어도 ‘현 시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추가 중단은 없을 것’이라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발언이 나왔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움직임의 발단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비밀 편지’에서 시작됐다. 편지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길래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를 일거에 바꾼 것일까. 또 갑자기 분위기를 확 바꾼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 '카더라 통신'으로 드러나는 김영철 비밀편지

    ‘비밀 편지’의 존재를 최초로 보도한 곳은 워싱턴포스트였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이하 미국 현지시간)자 기사에서 2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 계획을 밝힌 바로 다음날(24일) 오전에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편지를 받자마자 이를 백악관으로 가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여주면서 대책을 논의했으며, “편지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취소할 만큼 충분히 호전적(belligerent)이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그러자 다음날인 28일 CNN은 ‘관련 소식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편지에는 “미국이 평화조약의 서명으로 가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는데 있어 (북한의) 기대를 충족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 진전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편지에는 “비핵화 대화가 다시 위기에 처했고 결딴날(fall apart) 수도 있다”는 경고성 내용도 있었다고 소식통들의 말을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29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사태 전말을 종합보도하면서, “편지의 말투가 ‘뭔가를 내놓을 의향이 없다면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는 한 고위관리의 발언을 인용했다.

    ◇ 공식 서한 아닌 비공식 메시지일 가능성도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한 비밀 편지와 관련한 기사를 보면 모두 편지 내용 그 자체를 인용했다기보다는 ‘이런 투로 적혀 있었다’는 식으로 표현이 돼 있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다.

    실제로 백악관과 국무부 등의 공식 채널들은 편지의 내용은커녕, 편지의 존재 자체도 언론에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편지가 사실 공식서한 같은 형태가 아니라 비공식 형태의 메모나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익명을 전제로 한 소식통들로부터 간접적으로 ‘편지의 내용이 이렇다더라’ 하는 분위기만 전달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여러 정황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점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대로, ‘북에서 온 편지’의 내용이 폼페이오 장관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방북 계획을 하루 만에 뒤엎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는 것이다.

    즉, 편지의 내용이 트럼프 행정부에 ‘이대로 갔다가는 또다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돌아올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줬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 김영철 편지 쇼크에 트럼프의 되치기

    그런데 편지 그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다. 사실 북한이 회담 직전에 일정을 급히 변경한다거나 아무런 언질도 없이 회담장에 나타나지 않는 수법을 구사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기다렸다는 듯, '줄 게 없으면 오지 말라'며 이미 가겠다고 공표한 상대를 난처하게 몰아붙이는 퇴짜놓기 전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전술을 걸어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똑같은 방식으로 되치기 해버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출발을 몇 시간 남겨둔 시점에서 이를 취소해버린 것. 그리고는 이를 즉시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해 충격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래 놓고는 ‘(협상)과정이 충분히 진전되지 않은 것 같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된 뒤에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가능할 것 같다“고 짐짓 여유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여기에는 오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있다. 그는 29일 백악관에서 북한 문제보다 앞서는 미중 무역분쟁의 시급성을 언급한 뒤 “여론조사에서도 찬성(positive)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북한 문제는 조금 미뤄 놓고서라도, ‘중국과 맞서 싸우는 힘있는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표심 획득에 더 이득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 트럼프, 인기 있는 중국 이슈에 집중…북한은 관리모드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은 좀 더 인기가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집중하면서 북한 문제는 그저 돌발변수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압박을 가중시키며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연합훈련의 추가 중단 계획이나 논의는 없다”고 발표했고, 미 국무부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핵심 주도자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도 “제재에 대해 미국은 변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압박이 다시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규모 훈련(워게임)을 하느라 큰 돈 들일 이유가 없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즉각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과거보다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북한에 ‘딴 생각 말라’는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29일 백악관 발언),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24일 트위터)며,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이미지를 지지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는 시기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혼란스러운 쪽은 트럼프에게 되치기를 당한 북한이다.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이후 미국이 보여준 일련의 압박 제스처에 대해 북한은 이렇다 할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또한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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