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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수 받기 쉽지 않은 '아름다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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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박수 받기 쉽지 않은 '아름다운 선택'

    박보영 전 대법관. (자료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전관예우를 마다하고 시골판사가 된 전 대법관이 화제다.

    바로 올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다.

    박 전 대법관은 퇴임 후에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등으로 후배 교육을 담당하다 다시 재판업무를 희망하면서 지난 6월 시군법원 판사에 지원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법관을 오는 1일자로 '원로법관'으로 임명하고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1심 소액사건을 전담하도록 전보발령했다.

    퇴임 대법관이 일선 판사로 복귀해 시군법원 재판정에 서는 것은 박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여수시법원과 같은 시군법원은 판사로 근무하기에 빛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이곳에서 다루는 사건은 주로 협의이혼이나 서민들이 관계된 3천만원 이하의 소액 민사사건으로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지 않다.

    이런 사건을 다루는 법관자리는 판사들도 기피하는 한직이다.

    여수시법원도 상주하는 판사가 없고 순천지원에서 판사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출장을 나와 판결을 해왔다고 한다.

    이런 자리에 법관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영예인 대법관 출신이 내려가겠다고 자원한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특히 대법관 출신으로서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자리로 가는 유혹을 뿌리쳤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선택'이라는 칭송이 자자하다.

    대법관은 퇴임 후 대형 로펌에 입사해 간판 변호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1948년 대법원 설립 이래 대법관 출신 중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사람은 10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출신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개업을 하게 되면 건당 수임료가 최소 1억 원, 많게는 수억 원 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이 막대한 수임료를 부담하면서 대법관 출신을 모셔가는 것은 사법부 내에서 은연 중에 이뤄지는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한다.

    막대한 수임료는 이들이 과거 권력과 인맥을 통해 판결에 미치는 영향의 값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들 대법관 출신 변호사 도장을 한번 찍어주는 값이 3천만 원이라는 말이 법조계에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대법원으로 올라온 사건이 한 해에 4만 건 이상으로 대부분 기각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전임 대법관 변호사의 도장이 찍혀 있으면 달리 대우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관예우를 뿌리친 박 전 대법관의 '아름다움 선택'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하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냉랭한 시선도 있다.

    박 전 대법관이 현직 대법관 시절 소수와 약자들의 눈물을 냉정하게 외면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는 평가에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농단의혹의 핵심에 있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지난 2014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낸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박 전 대법관은 주심으로서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1, 2심의 판결을 뒤집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14년 철도노조 파업사건의 상고심에서도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노조간부들에게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들 사건은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문건에서 '국정에 협조한 사례'로 포함돼 '재판거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도 하다.

    박 전 대법관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자신은 대법관으로서 나름대로 고민 속에 양심에 따라 부끄럼 없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대법관 퇴임사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의 법원에 대한 믿음, 고민과 한숨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사건 하나하나를 가볍게 대할 수 없었다. 성심성의를 다해 당사자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고, 억울함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법관은 자신이 내린 판결로 평가를 받는다.

    그 판결에 대한 평가는 평생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박 전 대법관도 마찬가지다.

    로펌 대신 시골판사의 길로 가는 '아름다운 선택'에도 박수 받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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