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文정부, 경제정책 성공하려면 "혁신생태계 조성자가 돼야"



금융/증시

    文정부, 경제정책 성공하려면 "혁신생태계 조성자가 돼야"

    -文대통령의 숨은 조력자 변양균 전 장관, 저서에서 주장
    -文정부 경제정책운용에 대한 평가와 조언③

    변양균 著, '경제철학의 전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행정고시 14회 출신(1973년)으로 30년 이상 경제기획 분야에서 일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나란히 일했고 문 대통령의 18대와 19대 대통령 선거를 도왔으며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천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그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출간한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책이 한 해가 지난 지금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방향이 “현행 은행법상 대주주의 지분보유한도(4%)를 과감하게 완화하되 대주주와의 거래는 강력히 규제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은행 설립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 이 책의 내용(182쪽)과 일치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변 전 실장은 이 책에서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법에 허용된 사업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사업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금융개혁의 궁극 목표는 네거티브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187, 189쪽)

    이 때문에 진보 진영의 전문가들 일부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한다면서 앞으로 규제 완화 일변도로 치닫는 것 아니냐, 그렇게 되면 결국 과거 정권의 경제정책 운용으로 되돌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변 전 실장은 이 책에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주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슘페터식 혁신을 위해 정부가 '혁신생태계의 조성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제완화가 다가 아니라는 얘기다.

    케인스(왼쪽)와 슘페터

     

    케인스와 슘페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조지프 슘페터는 2차대전이후 현대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두 학자지만 “정부정책으로 채택된 면을 보자면 단연코 케인스”라고 변 전 실장은 이 책에서 말한다.

    “경제학 이론의 세계에선 케인스로부터 이탈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실의 거시경제정책, 특히 금융정책이 케인스적인 재량정책에서 이탈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고 자신의 관료 경험에 비춰봐도 “틀림없는 이야기”라고 그는 썼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슘페터는 ‘공급+중장기’ 이론이고 케인스는 ‘수요+단기’이론”이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정책당국자(관료)들이 속성상 케인스식 정책으로 기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 세상에서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장기적인 정책 수단을 실행에 옮기는 정책당국자, 관료는 찾기 어렵다”면서 “관료도 그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어서 자신의 이익을 좇게 돼 있고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사회 시스템이 장기 대책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케인스식 경제정책의 핵심은 “단기 재정정책 또는 금융정책을 통한 총수요관리와 완전고용”인데 반해 슘페터식 경제정책은 “기업가가 부단히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방식”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슘페터식 정책은 기업가가 토지, 노동, 자본의 생산요소들을 자유롭게 새로 결합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토대, 기업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대부분 채택되고 운용돼온 케인스식 경제정책은 1970년대 중반 석유파동으로 공급 부문에서 충격이 발생해 스태그 플레이션(경기침체하의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금융 및 재정정책 구사가 어려워져 한계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대안으로 파괴와 혁신을 통해 경제의 공급 능력을 늘리는 슘페터식 경제정책이 조명됐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 결과 80년대 중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들이 케인스식 거시관리정책보다 경제 전체의 구조개혁을 통해 공급 능력을 늘리는 장기 구조개혁 정책에 착수했고 70년대 중반부터 ‘굴뚝 산업’ 사양화로 침체 되던 미국경제가 다시 3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됐다고 변 전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철학을 케인스주의에서 슘페터주의로 전환할 필요성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슘페터식 성장론이 뒷받침돼야 장기적인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우리 앞 세대가 국가의 토목 인프라, 정보기술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저렴한 물류비용을 지불하고 높은 수준의 통신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사회 구조 자체를 적은 비용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것이 사실상의 소득 증대정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제도의 효용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저비용 사회로 우리 사회를 구조조정해 실질적인 가계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썼는데 이런 구조개혁이 슘페터식 혁신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유튜브)

     

    슘페터식 성장을 위한 국가 대개조 - 복지 성장

    변 전 실장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한국경제와 관련해 저성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고 성장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의 ‘낙수효과’가 거의 사라지면서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충분 조건’은 아니게 됐지만 “성장을 멈추는 순간 쇠락이 시작”되는 만큼 성장은 ‘필요 조건’이라고 그는 말한다.

    따라서 성장을 추구하되 기존의 성장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성장정책이 필요하며 특히 단순한 성장률 확보보다는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만연한 사회경제적 복합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분배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따라서 “총체적 시스템 개혁으로 대전환을 실현”해야 하며 “장기침체, 구조적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경제・사회 전 부문에 걸친 과감한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총체적 구조개혁의 구체적 방법으로 제안하는 것이 바로 슘페터식 성장정책”이라며 “한국경제를 창의와 혁신, 기업가정신이 살아 숨쉬는 경제로 바꾸기 위해” ①노동의 자유 ② 토지의 자유 ③ 투자의 자유 ④ 왕래의 자유를 증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중 핵심”이라는 ‘노동의 자유’는 기업가 입장에서 해고의 자유를 말하는 ‘노동 유연성’뿐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의 제공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하는 ‘노사 모두의 실질적 자유’를 제안하면서 이를 위해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국가가 먼저 주거, 교육, 보육, 의료, 안전 등 국민의 기본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노동자가 일시적 실업상태가 되더라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복지가 이뤄진다는 조건에서 평생 직장 개념보다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주장이다.

    변 전 실장은 이와 관련해 책의 말미에 “우리 경제에 성장은 당위지만 그 성장을 위해서도 이제 복지를 끌어안아야 한다”면서 “한마디로 복지성장”이며 “결과적으로 중산층의 확대”라고 썼다.(213쪽)

    종부세 개편 방향 발표하는 김동연 부총리(사진=유튜브)

     

    부동산 안정엔 수요규제보다 공급확대가 필요

    ‘토지의 자유’와 관련해선 우리나라가 공장이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전 국토의 7.2%에 불과한 만큼 토지규제를 최대한 풀어 공급을 늘리자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로 부동산 문제를 풀자고 그는 주장하면서 “지가를 규제나 세제로 떨어뜨리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썼다. 노무현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공급 정책을 함께 구사하지 못해 결국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 규제도 풀어 이익을 비수도권과 나누는 방식으로 토지 공급을 늘리고 그린벨트도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투자의 자유’와 관련해선 “슘페터가 금융이 자본을 동원하고 생산적 기업가를 선택함으로써 경제성장과 혁신을 유도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금융이 담보대출에만 매달리는 ‘전당포 영업’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이 혁신기업과 벤처 기업의 창업과 초기 운영자금 투자, 자영업자 창업 지원 등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 금융업체들, 특히 은행들이 기업금융보다는 손쉬운 가계대출에 주로 집중하고 있는데 대해 과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초기인 지난해 7월 같은 표현(전당포 영업)으로 비판한 적이 있어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금융의 혁신적 역할을 위한 방안인 ▲벤처・중소기업부 신설 ▲은행의 기업금융 강화(중소기업 관계 금융 강화,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등)▲자본시장 활성화(코스닥 및 비상장 주식 유통시장활성화 등) ▲핀테크 활성화(네거티브 규제, P2P대출제도 개선,인터넷 은행 확대 등) ▲ 자영업자 창업지원 확대 등이 실제 현 정부내에서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왕래의 자유’와 관련해선 세계의 인재와 자본이 모여들어 취업이나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개방의 수준을 높여 우리나라를 ‘플랫폼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이민정책 전면 개편 ▲ 해외투자 유치 확대 ▲해외 우수 스타트업 유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5월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유튜브)

     

    정부가 혁신 생태계 조성자 역할해야

    변 전 실장은 자신이 제안하는 슘페터식 성장 정책과 관련해 “두 학자(케인스와 슘페터)의 이론이 대립관계만은 아님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화시키는데는 케인스식 접근방식이, 장기적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슘페터나 공급 중시 경제학자들의 접근방식이 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양측의 이론이 다 유용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주장하는 핵심은 어디까지나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정신이 꽃필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곳에 재정지출을 확대하자는 것”이라며 “정부를 ‘시장개입・시장주도자’로만 한정하지 말고 ‘혁신 생태계 조성자’ 역할도 충실히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변 전 실장은 “슘페터식 정책 대안들은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이나 이해집단 그리고 국민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것인지는 무척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책과 제도는 한 국가의 지속적 번영 여부의 핵심 열쇠”라며 “국가의 흥망성쇠는 어떠한 정책과 제도가 실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글을 맺었다.

    진보 진영의 전문가들도 혁신 성장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청정기술이나 재생에너지 개발과 같이 리스크가 커 민간 자본이나 기업이 회피하는 영역에서 투자자로 나서 혁신생태계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식의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규제완화에만 매달린다면 실패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