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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제사상에 내 대신 술한잔" 북측 아버지의 부탁



통일/북한

    "추석 제사상에 내 대신 술한잔" 북측 아버지의 부탁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둘째 날인 25일 오전 금강산호텔에 도착한 북측 상봉단이 선물을 가득 들고 우리측 가족과 개별상봉을 위해 각 객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속마음을 드러내고 속정을 나눌 수 있어 좋았죠"

    남북 이산가족들은 2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금강산 호텔 객실에서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붓하게 가족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상봉이 시작되기 전 연양갱 등 간식을 꺼내서 먹여주고, 러브샷을 하는 가 하면 서로의 옷매무새도 만져주는 등 처음 만났던 전날보다 한결 편하게 친밀한 정을 나눴다.

    개별상봉과 배달된 도시락을 함께 먹은 이후 북측 가족들이 객실밖으로 나가자 남측 가족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배웅했다. 손을 꼭 잡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포옹하면서 "다시 만나자"라고 인사했다.

    북측 가족들은 이날 개별 상봉에 만족한 듯 환한 표정으로 남측 지원인력들의 인사에 화답했다.

    남측의 누나(김교남·91)와 여동생(김옥희·84)을 만나고 나온 북측 김점룡(87) 할아버지는 밝게 웃으며 쓰고 있는 중절모를 벗어 흔들어 인사하기도 했다.

    북측 이모(박봉렬·85)의 휠체어를 밀고 나오던 최혁(46)씨는 "(이모가)속에 있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제주도에 살면서 있었던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조덕용·88)를 만난 남측의 아들 조정기(67)씨는 로비까지 아버지를 부축해 나오면서 못다나눈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백내장 수술을 3차례나 하면서 시력이 많이 떨어진 아버지의 눈이 제일 걱정됐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둘째 날인 25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한석구(84) 할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남측 가족과 개별상봉을 위해 객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렇지만 표정은 어제보다 훨씬 밝아졌다. 조씨는 "어제는 만나서 (남한에서 돌아가신)어머니의 한을 풀어 드렸고, 오늘은 아버지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아버지가 '다가오는 추석에 어머님 제사상에 내 대신 술 한잔 따라드리라'고 며느리에게 말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조씨는 이번 상봉에 자신의 아내(박분희·56)를 대동했다.

    박분희씨는 "(어머니가)돌아가시고 묘를 쓸 때 (이미 돌아가셨다고 생각해) 아버님도 함께 묻어 드리자마자 (아버님이)찾는다는 연락이 왔다"며 "남편이 엄청좋아하는데 조금만 더 일찍 찾았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북측의 언니(강호례·89)를 만나는 이모들과 동행한 남측 동반가족 최영순(59)씨는 "주변에 보는 사람들이 없으니 오늘은 좀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며 "이모님들이 만나시니 좋긴 한테 또 헤어져야 하니까…"하며 울먹였다.

    북측 언니(박영희·85)를 만난 박유희(83) 할머니는 원래 미국 영주권자로 이산가족 상봉을 못하는 처지였으나 작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해 이번에 금강산에 오게 됐다.

    박 할머니는 "개별상봉 시간도 너무 짧아서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안부를 물어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고 아쉬워하면서 "그래도 객실에서 보니 속정을 더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에 단체상봉 행사가 또 있음에도 헤어짐이 아쉬운 듯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고, 혹시 다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서로의 주소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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