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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자들에게 '고통'의 폭염 가고 '공포'의 태풍 왔다



사건/사고

    고공농성자들에게 '고통'의 폭염 가고 '공포'의 태풍 왔다

    사람도 물건도 밧줄로 꽁꽁…사방이 뚫린 굴뚝 위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85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굴뚝. (사진=김명지 기자)

     

    제19호 태풍 '솔릭'이 서울에까지 입김을 불어대기 6시간여 전인 23일 오후 5시.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3번째 기둥 위에 선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은 "이곳에 올라온 뒤 태풍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사무장과 함께 높이 75m의 기둥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벌써 285일째인 홍 전 지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영하 20도 넘게 떨어진 지난 한파도, 사상 최악이란 이번 폭염도 견뎌냈는데, 태풍은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바람만 불면 굴뚝이 흔들거리는데, 이날 제주에선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62m에 달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솔릭은 23일 늦은 오후부터 서울 지역에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사방이 트인 굴뚝 위에선 그보다 훨씬 빠르게 긴장 태세를 갖춰야 했다.

    취침은 아예 글렀다.

    홍 전 지회장은 "밤엔 비닐로 만든 움막에서 잠을 자곤 했지만, 지금 같아선 언제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예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한다"며 "오늘은 아예 바깥에서 밤을 지새우려 한다"고 말했다.

    긴장은 덤이다.

    홍 전 지회장은 "긴장을 풀면 이 여름에도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며 "무엇보다, 굴뚝 위에 있는 물건이 바람에 날려 밑으로 떨어졌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에 부딪혀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굴뚝으로 올려질 준비 중인 밧줄. (사진=김명지 기자)

     

    밧줄은 곧 생명줄이다.

    하얀 밧줄로는 생수나 책 등 물건을 꽁꽁 싸서 기둥과 난간에 매 놓았다. 좀 더 굵은 노란 밧줄은 기둥에 감아뒀다가 바람이 더 세진다 싶으면 몸에 부착해둔 안전띠와 연결할 작정이라고 한다.

    땅 위에 선 동료들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는 없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김옥배 수석부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던 차광호 지회장 때도 태풍은 없었는데, 많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물건을 빠짐없이 다 동여매고 몸도 잘 지탱할 수 있도록 추가 밧줄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내리막은 없다"는 게 이들의 결단이다.

    지난해 11월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를 상대로 노조와 약속했던 고용승계, 단체협약 보장 등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굴뚝에 올랐는데, 진전도 없이 뒷걸음질 칠 순 없다는 것이다.

    홍 전 지회장은 "단체협약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던 회사에 분노해 시작된 일이지만, 노동자와 민중을 탄압하는 모든 권력에 맞서는 건 굴뚝을 내려간 뒤에도 계속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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