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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할아버지가 '반짝이 중절모'를 쓴 이유



통일/북한

    이산가족 할아버지가 '반짝이 중절모'를 쓴 이유

    "이제 소원도 풀고 잠도 잘잤어"
    남북 이산가족들 개별상봉 이어 객실서 함께 도시락 점심 예정
    3시간 동안 오붓한 만남 시간
    남성 상봉자 샤워중 다쳐 치료 "염려할 수준 아냐"
    아침에 숙소인 외금강 호텔 2분간 정전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유관식(89) 할아버지가 딸 유연옥(67) 씨와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21일 오전 10시 10분부터 개별상봉이 시작됐다.

    전날 북측 이산가족들과 꿈에도 그리던 감격적인 만남을 가진 89명의 남측이산가족들은 숙소인 외금강 호텔 객실에서 가족들끼리만 오붓한 만남을 가진다.

    특히 이날은 2시간의 개별상봉에 이어 1시간 동안 함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남북의 가족끼리만 따로 식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아침식사를 마친 상봉자들과 가족들은 삼삼오오 호텔 로비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개별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큰 분위기였다. 일부 가족들은 멀리 보이는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유관식(89)의 할아버지의 표정도 매우 밝았다. 전날 딸(유연옥·67)과 사촌여동생(유옥녀·63)을 만난 유 할아버지는 "소원이 풀렸다. 밤에 피곤해서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잘잤다"며 "오늘도 너무 기대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형(김종태·81)과 함께 상봉행사에 참여해 형수(정공주·81)를 만난 김종삼(79) 할아버지는 은색과 검은색 반짝이로 장식된 화려한 중절모를 쓰고 "오늘 개별 상봉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종삼 할아버지는 "남측의 딸이 선물해준 중절모인데, 일부러 화려한 걸 썼다"며 "이렇게 반짝거리면 멀리서도 (북측 가족들이)나를 잘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카들을 만난 유원식(84) 할아버지는 "혼자 살다 죽나 했는데 통일이 빨리 돼서 왔다갔다 했으면 좋겠다"며 빠른 시일안에 다시 만나기를 소망했다.

    이런가운데 조그만 사건사고 소식도 전해졌다.

    이날 아침 8시 32분쯤부터 약 2분간 호텔에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복도 전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이 문을 두드리면서 크게 외쳤는데 곧바로 전기가 들어오면서 무사히 나왔다.

    북측 접객원은 "(전기가)잠시 나간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들어온다"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밤사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이산가족들도 있었다.

    남성 상봉자 한명이 샤워 중 발을 헛디며 머리와 어깨 등 2곳에 좌상을 입어 상처를 꼬매는 치료를 받았고, 여성 상봉자 한명은 몸살 기운을 호소해 해열제를 처방받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두 사람 모두 염려할 수준은 아니고, 나머지 상봉자와 가족들의 건강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들은 오전 개별상봉에 이어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다시 단체상봉 시간을 갖고, 이날 저녁 식사는 따로 하게 된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작별상봉과 공동 중식을 끝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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