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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아!" "어머니!" 65년만에 눈물로 껴안은 모자(母子)



통일/북한

    "상철아!" "어머니!" 65년만에 눈물로 껴안은 모자(母子)

    • 2018-08-20 17:35

    8.15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금강산에서 시작
    유복자로 자란 딸, 전쟁통 생이별…기구한 사연들
    "애기때 보고 지금 보니 얼굴을 몰라보겠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남측 1차 상봉단 유관식(89) 할아버지가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 상봉 등록을 하던 중 북측 가족들에게 전해 줄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유관식 할아버지는 딸과 사촌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65년이 넘게 생사도 모르고 살았던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마침내 부둥켜안았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20일 오후 3시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만났다.

    첫 단체상봉이 이뤄지는 테이블 마다 기구한 사연들이 이어졌다.

    ◇ "북한에 저도 몰랐던 딸이 살아 있다니요…"

    올해 89세의 유관식 할아버지는 이번에 딸 유연옥(67)씨를 만났다. 그런데 처음에는 딸이 있는 줄 조차 알지 못했었다. 북측에 두고 온 부인이 헤어질 당시 딸을 임신해있었던 것.

    유 할아버지는 1950년 10월 국군이 평양에 입성했을 때 치안대를 조직했다가 그해 12월 중공군이 내려온다는 소식에 1주일만 피난갔다가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1~2주만 고향을 떠나있으면 될 줄 알았지만, 그게 벌써 67년이 됐다. 유복자로 자란 딸의 나이도 67세가 됐다. 이번에 생사확인 과정에서 부녀가 서로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유 할아버지는 사전 인터뷰에서 "북한이 보내온 회보서에 딸 이름 밑에 유복자로 소개돼있었는데 깜짝 놀랐다"며 "내 딸이 태어났구나는 생각에 꿈인가 싶었고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정말 기적이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 씨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모자(母子) 상봉의 감격도 이어졌다.

    92살의 이금섬 할머니는 이제는 늙어버린 아들 리상철(71)씨를 만났다.

    이 할머니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들을 보자마자 "상철아!" 이름 부르며 온몸으로 아들을 끌어안았다.

    상철씨도 어머니를 부여잡고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전쟁통에 업고 있던 딸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과 생이별한지 60여 년이 흘렀다. 이 할머니는 아들의 두손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들과 며느리는 "아버지 모습입니다"라며 가족사진을 보여줬다. 이 할머니는 아들이 보여준 남편의 생전 사진을 보며 또다시 오열을 했다. 이 할머니는 "애들은 몇이나 뒀니", "손(자식)이 어떻게 되니"라며 질문을 쏟아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딸 김경실(72)할머니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모녀(母女)간의 애틋한 만남도 있었다.

    99살의 한신자 할머지는 이번에 김경실(72)·김경영(71) 등 두 딸과 상봉했다. 흥남에 살던 한 할머니는 1·4 후퇴때 "한 2~3달이면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갓난아기였던 셋째 딸만 업고 나오고, 위로 두 딸은 고향에 남겨 두었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입구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딸들은 어머니를 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딸들을 알아본 한 할머니는 "아이고"라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귀가 어두운 한 할머니는 북측 딸들이 건네는 대화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꽉잡은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큰 목소리로 서로의 살아온 역경을 나눴다.

    21번째인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측에 있는 자녀를 만나는 이산가족은 7명이다.

    ◇ "애기때 보고 지금 보니 얼굴을 몰라보겠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함성찬(99)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함동찬(79) 할아버지를 보고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형제자매들의 상봉도 이어졌다.

    민병현(82) 할아버지는 북측의 여동생 민덕여(73)씨를 만나자마자 부둥켜 않으면서도 "애기때 보고 지금 보니 얼굴을 몰라보겠다"고 말했다. 민덕여씨도 "나도 오빠를 몰라보겠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김혜자(75) 할머니도 북측의 남동생 김은하(75)씨를 보고서는 질문부터 던졌다. "엄마랑 같이 살았니? 얼마나 살았니?" 등 가족들 이야기를 묻언 김 할머니는 5분쯤 지나 "진짜 맞네"라며 동생을 껴안았다.

    또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도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최기호(83) 할아버지는 1.4 후퇴 당시 납북된 형을 만나려 했지만, 형은 이미 사망했고, 조카딸 둘을 만나게 됐다.

    사전 인터뷰 때 큰형의 사진이 한 장 없다며, 조카들이 사진을 가져다주길 간절히 바랐던 최 할아버지는 조카딸 최선옥(56)씨가 가져온 사진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최 할아버지는 가족사진의 사람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어떻게 사셨는지, 돌아가셨는지 계속 물었다. 북측의 조카딸도 "부모형제 생각이 많이 나서 내내 울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남북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의 만남을 가진다. 이날 저녁에는 북측 주최로 환영만찬이 열려 남북의 가족이 모두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오전에 숙소에서 가족들끼리만 개별적으로 만나고, 이번에 처음으로 도시락으로 객실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총 3시간의 개별상봉을 갖게 된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작별상봉과 공동 점심을 끝으로 다시 동해선 육로를 거쳐 귀환한다.

    이어 24일부터 사흘간 북측 이산가족 83명과 이들이 찾는 남측 가족이 금강산에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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